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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소녀시대 폄하만화…어디에 실렸고, 누가 왜 그렸나?

최서준 기자 기자  2011.01.14 01: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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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시대 폄하만화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프라임경제] 소녀시대 폄하만화가 일본에서 제작돼 국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녀시대 폄하만화는 일본에서 국내 걸그룹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발’ 심리로 해석되고 있지만 수위가 높아 문화 외교적 결례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만들어진 ‘케이팝 붐 날조설 추적’이란 이 만화는 소녀시대와 카라에 대놓고 수치심을 안겨주고 있다.

만화 속에서 작가는 “소녀시대와 카라 멤버들 모두가 성상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한국 연예계에서 노예계약과 성상납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녀시대가 속옷을 노출하고, 심지어 카라의 경우 발가벗고 엉덩이춤을 추는 장면 등을 삽입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만화는 “취재를 토대로 각색됐다”는 설명까지 덧붙여 일본 현지에서 이 만화를 접한 사람들은 한국의 여성그룹에 대해 ‘오해’를 사기 안성맞춤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 도대체 왜? 일본 열도 뒤흔드는 한류시대 ‘흡집내기’ = 소녀시대와 카라 등 한국 최고의 여성그룹들은 일본에서 이미 성공한 상태다. 진출한 시기도 비슷하고 성공한 시기도 엇비슷하다.

두 여성그룹 덕분에 꺼져가는 ‘한류 불씨’는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 팀의 ‘공로’가 크다.

이들은 비단 일본만 장악한 것이 아니다. 아시아 전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면서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력도 그래서 생겼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비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잘 나가는 연예인에 대한 ‘흠집내기’야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여성 스타들에 대한 ‘밟아 죽이기’는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 참을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도 모자라, 이제는 일본 출판계마저 한국 여성 그룹에 대한 성적 왜곡과 관련된 루머를 확산시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지를 철저하게 훼손시켜 한류 열풍에 흠집을 내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녀시대 폄하만화는 이밖에도 ▲故 장자연을 예로 들면서 성접대 자살 비리 로비 등의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한국 정부가 소녀시대와 카라를 위해 국가정책으로 한해 20조에 달하는 예산을 쓰고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사실처럼 언급하며 현지에 부는 한류열풍을 철저히 왜곡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반감은 그저 간단한 ‘조롱’ 정도였다. 실력도 없는 가수들이 일본에 와서 ‘돈을 벌어간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180도 달라졌다. ‘성형 수술’과 같은 인신공격은 웃으며 참을 정도가 됐다. 조롱 또한 시크하게 넘길 수 있게 됐다.

현지 팬층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각종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자, 악성 루머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 소녀시대 폄하만화 일본에서 나올 수밖에 까닭 =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8월 일본 내 정식 싱글을 발매하며 일본 진출을 알렸던 걸그룹 소녀시대의 도쿄 쇼케이스에 대해 ‘한류 2.0’이라고 표현했다. 소녀시대를 필두로 새롭게 불어닥칠 한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의 한류가 배용준, 이병헌 등 인기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남성 배우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해 왔다면, ‘한류 2.0’은 여성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세확장’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그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한류 2.0’의 주역인 소녀시대와 카라 등 아이돌 그룹은 성공적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오리콘 차트를 차례로 석권하며 한국 아이돌의 일본 내 위상을 높였고, 특히 이들은 아이돌 산업이 발달한 일본 가요계에서 다른 일본 가수들에게 사실상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은 일본의 ‘그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 아이돌은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기획력과 현재 일본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적절히 이용해 일본시장을 공략했다.

이런 요인 때문에 소녀시대와 카라 등은 현지 남성 팬들에 그치지 않고 10~20대 여성들까지 사로잡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쳤던 일본 여성 아이돌과 달리, 패셔너블한 무대의상과 세련된 무대 매너,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일본 팬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사전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2010년 8월 데뷔기념 쇼케이스에 2만 2,000명이 운집하는 등 대성황을 기록했다.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를 큰 변형 없이 일본어로 재녹음한 <Genie>를 일본 데뷔곡으로 발표했으며, 카라 역시 <미스터>를 일본어 버전으로 진출했다.

‘신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일본에 진출해 K-POP 붐을 일으킨 카라는 일본 첫 정규앨범 ‘걸스토크’로 오리콘 일간차트 2위에 올랐고, ‘소녀시대’는 일본 두 번째 싱글 ‘Gee’가 오리콘 싱글 일간차트 1위와 주간차트 2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카라와 소녀시대는 2010년 한해 동안 일본에서 3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음악 한류의 붐을 선도 중이다.

그런 한국의 아이돌을 극우와 보수에 가까운 일본 연예계와 문화계가 좋게 볼 이유가 없다.

한국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로 점령하고 싶어했던 ‘문화 군국주의 혹은 제국주의’가 실패하고 있음에 연일 통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어쩔 수없이 ‘방법론’ 차원에서 한류 깎아내리게 ‘올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니 ‘기껏’ 만화를 통해 “소녀시대와 카라 멤버들 모두가 성상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연예계에서 노예계약과 성상납은 당연하다”고 하소연하는 일본 음반업계와 문화계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그나저나 어디에 실렸나 =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만화는 일본 동인지(만화, 소설 등 동인들이 모여서 낸 작품집으로 19금, 15금, 순정, 드라마, 액션, 에로, 개그, 시리어스 등 다양하다)에 실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야 마토야’라는 원작자가 따로 있고 샤모진이란 예명을 쓰는 작가가 그린 것으로 일부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실명을 쓰지 못하고 예명을 쓸 만큼 만화내용은 19금에 가깝다는 평이다. 동인지는 ‘창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과는 다른 ‘픽션’ 스토리가 대부분인데, 이번 만화도 ‘픽션’으로 작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상상의 나래 속에서 창작된 만화다. 이 때문에 이번 만화에는 한국 여가수들에 대한 ‘비뚤어진’ 작가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