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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환율정책의 비극적 결말을 우려함

박중선 기자 기자  2011.01.13 10: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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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설을 앞두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안 그래도 추운 서민들의 마음이 더 얼어붙고 있다.

일단 물가 안정의 주요 대책으로 꼽을 수 있는 게 금리인상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당국이 13일 드디어 금리를 상향조정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연 2.75%로 2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급한 불 끄기식의  방안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기를 다음 달로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인상한다 하더라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물가상승 억제는 쉽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런 와중에 코스피는 연이어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2.09포인트 오른 2097.04로 출발했으며, 장중 2109.34까지 올랐다. 물가 얘기하다가 갑자기 무슨 코스피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준다. 우선 코스피와 환율 관계부터 살펴보자.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날 종가대비 5.70원 하락한 1119.40원에 장을 마쳤다. 이상하지 않은가. 현재 코스피의 상승세는 외국인들의 선별적인 종목위주 매수에 힘입은 바 크다.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대규모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아시아국가에 상당부분 들어온 달러트레이드 자금에 대해 경고를 날리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달러가 대량으로 유입되면 환율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기록적인 코스피 상승에도 환율은 커다란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목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원화약세가 필요하다. 마침 코스피 상승에도 환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정부의 개입 없이 가능할까.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치가 미국 달러가치보다 약세인 경우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금년처럼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 환율까지 상승하면 물가부담은 경제성장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성장률에 집착하는 현 정부의 기조로 미루어 볼 때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근거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가에 중추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고, 경제성장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본다.

   
서민들의 생활고는 외면한 채 밀어 붙이기만 하는 독불장군식의 경제성장률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지 그 비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높은 경제 성장률만이 최선인 줄 아는 사람들을 실용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기자는 의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