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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생보사 계열기업 퇴직연금 ‘싹쓸이’ 논란

“그룹계열사 물량독식, 사실상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업계 반발

박지영 기자 기자  2011.01.12 16: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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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계열사에 대한 모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44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시장을 놓고 금융회사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재벌금융사들만 느긋한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넉 놓고 앉아 있어도 ‘형제회사’ 퇴직연금자금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삼성·대한·동부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의 공통점이 있다. 해당 그룹 계열사 임직원 퇴직연금 자금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차원의 퇴직연금 몰아주기 1위는 단연 삼성생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삼성생명은 그룹계열사 15곳에서 총 3조467억원의 퇴직연금을 끌어들였다. (퇴직보험, 개인연금 제외)

   
금융계열사에 대한 그룹차원의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삼성, 퇴직연금 몰아주기도 ‘1위’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 1조4088억4000만원을 비롯해 △삼성화재보험 5302억1000만원 △삼성물산 3029억6000만원 △삼성에스디에스 2817억4000만원 △삼성중공업 871억7000만원 △삼성엔지니어링 834억원 △에스원 667억원 △삼성카드 615억원 △삼성에버랜드 577억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552억6000만원 △삼성광주전자㈜ 403억원 △삼성전자서비스 283억원 △제일기획 172억원 △삼성증권 128억2000만원 △서울통신기술 126억원 등이다.
 
삼성그룹 차원의 금융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 퇴직연금 1670억원을 유치한 데 이어 △삼성에스디아이 733억원 △제일모직 525억원 △삼성중공업 448억원 △삼성코닝정밀소재 318억원 △삼성탈레스 257억원 △리빙프라자 180억원 △삼성엘이디 123억원 등을 이끌어 냈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지로 한순간에 퇴직연금 사업 분야 업계순위를 뒤집은 곳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 HMC투자증권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은 지난 12월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1조2000억원을 기록, 부동의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1조382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HMC투자증권의 괄목할 성장 뒤에는 최대주주 현대자동차가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는 1조원 규모 퇴직연금 운용관리사업자로 HMC투자증권을 단독 선정했다. 이밖에도 HMC투자증권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전장부품 개발업체 카네스 퇴직연금 7억5000만원을 따내기도 했다. 

다른 대기업 소속 금융계열사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그룹의 롯데손해보험 챙기기도 만만찮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쇼핑㈜ 퇴직연금 1122억원을 비롯해 △롯데건설주식회사 310억원 △롯데정보통신 166억원 등 총 1598억원을 끌어들였다.   

금융계열사끼리 퇴직연금을 상호 맞교환하는 일도 있다.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각사 퇴직연금 144억원을 서로 맞교환했다.  

◆“퇴직연금 단독입찰 납득 어려워”

이러한 현상에 대해 경쟁사들은 “그룹 계열사 물량 독식은 사실상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아니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라고 할지라도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할 때 공개입찰을 통해 결정한다”며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그룹 계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계열사가 단독으로 입찰 받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그룹차원의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부당내부거래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년 동안 본 건에 대해 조사하면서 부당지원 기준이라도 마련하려 노력은 했는지 사실상 삼성 관련 문제다 보니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 끝낸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