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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험한 협찬 초대’ 받은 두산인프라코어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12 15: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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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두산인프라코어가 나날이 중국 관련 연관성을 강화하고 있어 화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옌타이를 기반으로 활발한 중국 시장 개척을 하는 한편, 각종 사회공헌활동으로 돈만 버는 데 관심이 있는 기업이 아니라는 인상을 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굴삭기(통칭 포클레인)를 대거 파송, 중국인들의 뇌리에 깊은 ‘펑요(朋友: 친구)’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너무 밀접하게 중국 시장에 다가선 탓일까? 두산인프라코어가 ‘불가근불가원’의 미덕을 견지하는 대신 ‘포섭돼’ 한국 기업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예가 있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베이징올림픽 이후 경착륙할 것이라는 세계인들의 우려를 떨치고 기세 좋게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G2(미국과 중국을 양대 세계지도자국가로 보는 시각에서 붙인 별칭)의 한축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높은 성장세는 자연스럽게 중장비에 대한 수요를 높였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여기에 발 빠르게 적응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술력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한편, 중국 관련 각종 후원 등으로 중국인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두산 측은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2만대가 넘는 판매 달성을 지난해 일궈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지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는 중국 인민일보가 실시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굴삭기 부문 7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경사를 맞이하기도 했다. 여러 공헌 활동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효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내 저명 언론이자 중국 공산당을 사실상 대변하는 인민일보와 떼기 어려운 관련을 맺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인민일보에 허울 좋은 취재 후원? 그런데…

그러나 인민일보, 더 넓게는 중국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해서 중국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더욱이, 잘못된 일인줄 알면서도 중국 측 혹은 중국인 다수의 논리에 전면적으로 굽히는 것은 기업 수익 추구와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할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인민일보의 중국 동북(둥베이)지역 취재에 도움을 준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07년 10월 인민일보와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신중국 동부기행-인민일보와 두산인프라코어의 동행취재’라는 책을 국내 출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민일보의 국내판(한글판) 사이트에도 이 같은 내용이 소개된 바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업 차원에서 보면) 큰 지출 없이도 해외유명언론사의 문화적 영역과 산업적 요소가 교직된 아크로바틱한 아이템의 취재 성과에 도움을 준 셈이고, 이것이 중국 측에 적잖이 호감을 조성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문제가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민일보는 중국에 본사가 있고 한국에 한글판 운영 등을 위한 대표처를 두고 있다.

잠시 벗어난 이야기지만 인민일보의 한글판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두산인프라코어의 동북취재 지원 내용이 실려 있는 사이트는 ‘www.einmin.co,kr’이고, 현재 한국판의 적법한 운영권자임을 주장하는 사이트가 하나 더 있는데 이곳의 주소는 ‘www.renmin.co.kr’이다.

후자의 사이트 주장에 따르면, 앞의 사이트는 당초 인민일보와 연관이 있기는 한 곳이나 계약이 종료되었고, 현재도 사이트를 운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쟁이 있는 중이다. 후자의 대표처는 2009년 사업자종료 건에 대한 공문을 전자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꾸어 말하면 대체적으로 일반시민이 인식하기에는 2007년이나 2008년에 기사를 올리는 권한은 전자의 사이트에 있었고 현재도 있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어쨌든, 인민일보 한글판 즉, www.einmin.co.kr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위 후원 성과에 대한 각종 소개와 사진자료 등이 올라 있고 이를 열람하면 두산인프라코어 로고가 선명한 차량을 지원하는 등으로 물심양면 두산 쪽에서 도왔음을 알 수 있고 이 취재 성과가 나온 무렵에는 이 사이트에 인민일보 콘텐츠 한국 대표자 자격이 있었다고 볼 것이기 때문에 이는 인민일보의 성과물이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의 후원으로 이뤄진 것이 명백해 보이고 두산 측에서도 역시 이 같은 성과가 신문이나 그 관련 온라인물, 내지 책자로까지 밖으로 표출되는 것을 인지했거나 충분히 인지했을 만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두산인프라코어의 협찬으로 이뤄졌음을 자랑스럽게 적시하고 있는 이 사이트의 게시물은 중국적 시각을 지나치게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문제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중국인들의 시각으로는 중국의 만주 등 지역은 중국의 고유한 영역으로 어디까지나 이 지역에서 발원, 번영하다가 명멸해 온 많은 한족 외 민족의 국가들이나 사회적 단체 활동까지도 중국사에 편입하는 게 더 옳은 듯 여겨지는 듯 하며, 이를 흔히 ‘동북공정’이라 한다.

문제는 두산인프라코어 협찬으로 취재 및 작성, 올려진 이 같은 성과물을 소개하는 대표글에 ‘동북공정 또한 우리에게는 한류의 거점이라는 자랑스런 모습’ 등의 궤변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적시했듯, 일단은 해당 취재와 성과물이 나온 무렵에는 두산인프라코어로서는 현재의 대표처가 아닌 해당 www.einmin.co.kr을 파트너로 보았을 것이 더 자연스럽고, 기업 홍보실의 역할은 후원으로 이뤄진 결과물에 대해 이를 체크했거나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해석된다.
   
동북공정이 한류의 거점? 이런 행사에 협찬을 제공하고 사후 확인도 안 했다는 논란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굴삭기 좀 더 팔자고 창업자 민족정신 훼손 우려도

그럼에도, 동북공정이 자랑스런 한류 운운하는 글이 자신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는 가공할 사실에 대해 방치 내지 무지하다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는 풀이다.
   
더욱이 두산인프라코어나 더 나아가 두산그룹이 이 같은 일이 자신들의 쌈지돈으로 이뤄지는 사정을 몰랐거나 혹은 방치했다고 하는 일이 한국기업 전반으로 볼 때에도 문제가 없지 않은 것인데, 더욱이 두산 계열사는 이 같은 문제에서 더더욱 높은 정신적 자세를 선양, 유지할 신성한 의무를 다른 기업보다 강하게 지고 있는 터이다.

즉, 두산이 그들의 창업주로 모시고 있는 박승직 창업주는, 장돌뱅이 출신에 불과한 인물이지만, 1919년 고종 황제 국상에 상민봉도단을 이끌고 고종의 상여 행렬을 인도하고 나서고 철시(어떤 일에 대한 감정을 당국에 드러내기 위해 상인들이 일제히 가게 문을 닫는 일)를 주도해 일제 경찰당국과 대립각을 세울 정도의 의기는 갖춘 자였다. 박승직은 이어 1926년 순종황제 국상 때에도 역시 상여를 이끌고 조선의 마지막 임금이 가는 길을 눈물 속에서 전송한다.

그러한 박승직 가문이 아직 오너 일가로 지배하고 있고, 박승직 창업주에 대한 책을 펴내는 등으로 의식을 선양하고 있는 바인데, 중국이 고조선 등 우리 역사를 은근슬쩍 중국 역사책에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에 본의는 아니라 해도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니 아니러니다.

이에 따라 이 문제적 사이트의 행보에 대한 두산인프라코어, 더 넓게는 박씨 오너 일가 차원의 강한 대응이 이뤄질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