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통큰 롯데' 광폭 행보 닮은 꼴 찾아보니…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1.12 14:00:5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롯데가 정말 우리나라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어려울 때 마다 롯데가 없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나"

아마 대한민국에 사는 성인들은 최근 롯데의 속셈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을 것이다. 소위 '나서서 욕 먹는 꼴'을 자처하는 모습에 롯데의 노림수가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해 유통업계 최대 화두인 SSM 논란이 채 가시기 전 대형 유통업체들이 초저가 상품으로 선보인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통큰 치킨의 등장으로 자영업자들을 심리적 공황 상태로 내몰았다.

이번에 선 보인 통큰 갈비는 구제역으로 한우가 140만 마리나 살처분되는 상황에서 미국산 LA갈비를 판매하면서 더욱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 강원춘천 동부시장상인연합회는 롯데슈퍼가맹점 확보에 나서자 팔호광장 인근에 7개의 플랜카드를 붙이며 집회에 나섰다.

롯데가 '통큰'을 롯데마트의 고유 브랜드로 인식해 상표 출원까지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현장 취재 기자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통큰이 롯데의 고유 브랜드가 맞는 것 일까?

'통큰'이 한 때 우리 사회에서 금칙어였다. 왜 입에 올릴 수 없는 단어가 됐는지 살펴보기 위해 시간을 20년 전인 90년대 초반으로 돌려보자.

학창 시절 졸업도 하지 않은 늙은(?)선배가 한 분 계셨다. 우리는 그 선배를 그냥 '늙은 닭'이라고 부르면서 간혹 들려주시는 예전 이야기에 막걸리 잔을 부딪쳤다. 소위 운동권 출신으로 학교에 청춘의 모든 것을 바친 이 선배는 전대협 끝 자락과 한총련 출범을 함께한 학번으로,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의식을 지닌 학생 운동의 마지막 페이지를 경험한 분이었다.

당시, 학생 운동권은 NL주사파, NDR파, 제독PD파, 제파PD파, 트로츠키파, NL비주사파 등 다양한 혁명 전략과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90년대 초반은 사실상 범주사파 계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때 였다. 당시의 글을 한번 살펴보자.

"위대한 김일성주석님은 민중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시다…서거에 즈음하여 화환, 풍모일화, 오곡동지죽…(중략)…의장님을 중심으로 통큰 단결 이룩합시다" - 1994년 김일성 사망 관련 친북 단체 발표문.

"(중략)…단결로 시작하고 통큰 단결로 승리한 역사적 전통과 소중한 애국적 투쟁경험을 소중히 하는 가운데 한총련을 모두의 목소리가 살아 숨쉬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만들어 갑시다" - 한총련 제4기 출범 관련 서경총련 논평.

결론부터 말하지만 롯데의 '통큰'브랜드는 과거 북한 김정일 정권 수립 직후 등장한 것으로 통큰 단결, 통큰 정치에 연원을 둔 단어다.

통큰 정치(단결) 또는 광폭 정치(단결)라고 불리는 이 용어는 김일성 사후 유교사상의 충효 개념을 주체 사상과 결합시킨 '인덕정치' 슬로건이 재미를 보지 못하자 자신의 카리스마 형성 작업을 하면서 만든 용어다.

아버지의 카리스마를 따라가지 못한 아들의 몸부림이 바로 '통큰'이라는 단어로 포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통큰이라는 단어가 나온 뒤 북한은 지구상 최빈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김정일은 집권 이후 70m높이 주체사상탑 건립으로 경제난이 시작됐고, 대동강 하구 8km 길이의 서해갑문 축조로 환경파괴 발생, 300m 높이 105층 유경호텔은 막대한 적자를 남기고 현재까지 미완성으로 남아  지금도 지구상 가장 흉물스러운 건물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후, 북한 김정일 정권은 대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목숨을 건 국경 탈출 러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의 상황을 보자. 고령의 신격호 회장은 제국주의 시절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쓰루하시 무허가 좌판 시장에서 망국의 설움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공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했다.

그 뒤를 이은 신동빈 부회장은 아버지의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경영 지도력에 한참 밑돌아 나름의 광폭행보를 펼치는데, 이를 보노라면 북한의 김정일이 '통큰'을 내세우면서 몸부림 치는 장면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 일까. 

인민의 밥 그릇도 지켜주지 못하고 결국 그가 택한 '통큰 정치'는 '벼랑 끝 외교' 이외 남은 것이 없는 국제 정치계 이단 조직으로 전락했다.

유통의 핵심은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다. 서민 유통업자, 영세 자영업자와 1차 산업을 담당하는 농민을 도외시한 롯데의 결말은 다소 무리한 추측이지만 같은 용어를 쓰는 집단과 다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