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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베이의 시장독과점…일장춘몽?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1.11 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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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국 동화 걸리버 여행기 속 레뮤엘 걸리버는 배의 전속 의사가 돼 항해에 나선다. 그러나 배는 폭풍에 난파되고 걸리버는 키가 6인치 정도인 소인들이 사는 릴리파트에 표류하게 된다. 작은 몸짓의 소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컸던 걸리버는 오줌으로 궁전의 화재를 진압하는가 하면 이웃나라와의 전쟁에도 거대한 몸으로 한 번에 제압한다.

소인국 속 걸리버(Gulliver)에 비유해 ‘걸리버형 독과점’이란 말이 나왔다. 1개 또는 수개 회사 시장점유율이 현저히 높아 다른 기업과의 격차가 매우 큰 경우를 말하는 용어로 과잉경쟁과 업계 재편성이 궁극에 이르렀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런 거대기업들은 가격선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장지배가 용이해진다.

이베이를 보노라면 걸리버 여행기가 생각난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에 대해 조건부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는 2001년 2월 옥션에 이어 G마켓을 각각 인수했다. 이베이G마켓은 지난 11월1일까지 옥션을 흡수․합병할 것임을 발표했다.

시장은 국내 인터넷 오픈마켓 시장의 72%가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의 지배체제로의 편입될 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조만간 등장할 걸리버형 독과점 시대 돌입에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정위 인수 승인 후 이베이G마켓은 인터넷 오픈 마켓 시장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했다. 판매자들로부터 수수료 챙기기에 열을 올리더니 고객의 피해와 불만은 등안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경쟁사인 11번가와 거래할 경우 메인노출 프로모션에서 제외시키겠다며 협박하는가 하면, 관련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며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는 등 과감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베이에 결국 승자의 저주가 내린 걸까. 11월1일부로 G마켓에 흡수합병하겠다고 밝힌 옥션은 신고서도 제출하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더니 결국 지난달 31일, 이베이지마켓의 흡수합병을 잠정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네이버가 오픈 마켓 3위 업체인 SK텔레콤 11번가와 양해 각서를 체결하면서 2011년 오픈마켓 진출에 나설 것임을 밝히는 등 이베이가 눈앞에 뒀던 독과점 시장에 장막이 드리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베이는 잠재성 있는 신규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옥션과 G마켓의 판매상품이 검색되지 않도록 네이버에서 상품정보를 중단했다.

결국 이베이의 국내시장 ‘온라인 전성시대’를 향한 달콤한 걸리버형 열매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물거품의 수순을 서서히 밟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베이의 이 같은 상황을 환영한다.

지난 2005년 국내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1000억원에 미국 리크루팅 기업인 몬스터닷컴의 모회사 몬스터월드와이드에 팔린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 잡코리아가 일반 기업과 달리 국민들의 이력서와 채용 정보가 담긴 국내 최대 업체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특히 개인의 일생 정보가 집약된 이력서가 고스란히 담긴 개인 데이타베이스가 해외업체의 소유로 돼 있다는 것은 심각한 상태라는 것도 뒤따랐다.

이런 이치에서 본다면 오픈마켓도 마찬가지다.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할 때는 가입절차가 필수다. 가입을 통해 개인정보가 입력되고 구매이력까지 고스란히 남는다. 따라서 국내 오픈마켓 시장 70% 이상의 점유율을 지닌 G마켓과 옥션은 이미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 경험이 있는 대다수 국민의 개인 정보가 기록돼 있다.

원한다면 이베이 입장에서는 연령대별, 성별 등의 구매이력을 통해 국내 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 혹은
   
 
기술 습득 후 자산회수의 수순을 밟아 중국 등 우리가 견제해야할 대상국가에 팔아버릴 경우도 배재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문제는 잡코리아와 같이 국가적으로 심각해진다.

이베이 입장에선 현재의 일련의 사태가 국내시장에서의 일장춘몽이 단순히 물거품 될 일일테지만, ‘국민기업’으로 분류될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게 된다.

향후 이베이의 G마켓옥션 합병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 지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이베이라는 이름의 걸리버를 보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