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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은노조 가처분신청,하나금융 폭주 막기엔 역부족?

외환銀이사들 하나금융에 비협조 청구…'엎질러진 물'만들면 상황끝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11 09: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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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은행계는 지금 가처분의 계절? 외환은행 인수합병 문제가 각종 법률 용어가 난무하는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가처분을 통해 블로그를 통한 하나금융에 대한 비판 공세 방지를 추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외환은행 노조가 동일한 무기로 역공에 나섰다.

외환은행은 11일 외환은행 노조가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가처분 신청의 골자는, 외환은행의 이사들은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에 대해 한국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을 승인하기 전까지는, 직접 또는 외환은행의 임직원들로 하여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협력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이다. 법률에서 미리 다종 다양한 가처분 방법을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민사소송법 제719조 제1항의 특칙을 두어 법원이 직권으로 신청의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처분을 정하게 하고 있는 바, 각종 다양한 주문(집행의 내용)을 구하는 가처분이 제기될 수 있는데, 블로그에 대한 가처분 압박에 이어 이번에는 협력을 하지 말라고 명령해 달라는 가처분까지 등장하면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민사소송법 교재의 실무 예시 사례를 풍성하게 공급해 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논의의 초점은 '노조에 M&A 저지 권리가 기본적으로 있는가'

이같은 가처분이 제기된 상황에서, 판단의 핵심은 재판부가 이같은 신청을 할 수 있는 기본적 소권이 외환은행 노조에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있다고 볼 것이다.

가처분은 기본적으로 소송 행위를 위한 보조 도구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정식 소송, 즉 본안청구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 가처분이라는 부수성의 본질상, 가처분으로 구할 수 있는 주문은 본안의 청구로서 채무자에게 요구할 수 있고 또 집행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피신청인이 토지를 점유하여 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경우에 위 토지에 대한 출입금지가처분을 신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얼핏 보면 이를 신청하는 게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이렇게 되면 이는 피신청인의 점유를 박탈하는 명도(물건이나 부동산을 내놓으라는 것) 단행의 결과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 단순히 출입금지라는 부작위를 명함에 불과한 가처분의 보전목적을 벗어나게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외환은행 노조가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본사 앞에 진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나, 일각에서는 인수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도 아직 충청,서울은행 등 과거 인수한 피인수은행 출신들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인수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의 경우, 노조에게 이같은 M&A에 대한 일정한 주장을 할 권리, 즉 불법한 M&A 시도가 있는 경우 매수하려는 측에는 몰라도 자신의 회사 임원들에게 이같은 일을 돕지 못하도록 할 수 있겠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즉, 외환은행 노조가 일정하게 M&A에 대해 참여, 발언할 권리가 있고 자신의 의사에 반하거나 위법한 M&A에 대해 거부할 수 있어야 이러한 권리에 의거해 침해가 발생할 경우(예를 들어 하나금융이 추진하는 외환은행 인수가 일정한 위법성을 띤다고 가정하자) 본안소송을 낼 수 있고, 이러한 본안소송 가능성에 기반해 가처분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같은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이번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는가 여부 뿐만 아니라, M&A에 있어 노조의 대화당사자로서의 권능이 인정되느냐 여부에 대한 의미 부여도 있다고 볼 것이어서 일정 부분 관심을 갖고 지켜볼 '관전포인트'로 보인다. 

다만 이런 경우 외환은행 노조가 '노조로서'가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모임이라는 속성도 있는 단체'로서 소송을 예정하거나 가처분을 낸 것이라면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은행법 23조의5 제3항은 이사의 정관이나 법령 위반 행위로 은행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을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0.000125%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가 은행 이사에 대해 그 행위를 중지하도록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노조가 아닌 주주로서 이번 결정을 낼 여지도 있다. 

◆일단 하나금융에 넘긴다면? 엎질러진 물이라 상황 끝?

한편 이번 가처분이 인용되어도, 일정한 효과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처분이 갖는 본질적 한계 때문이다. 즉, 본안청구에 관한 채무명의의 집행력이 미치지 않는 제3자에 대하여 의무를 지우거나 또는 제3자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하는 가처분은 할 수 없다.

즉 이번 가처분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인수합병과 같이 중요한 건에서 외환은행 경영진을 구성하는 임원들은 외환은행 노조와 상의를 하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점이 적극적인 M&A를 추구할 수 있는 사업자인 하나금융에 대해 직접적인 어떤 힘을 갖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즉, 가처분에 있어서도 제3자가 채무자와의 관계 때문에 가처분에 의한 반사적 효력을 받는 것은 무방하다. 예를 들어, 처분금지가처분이 집행된 후에 제3자가 채무자의 처분에 의하여 그 물건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여도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도(외환은행 이사들은 금융당국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하나금융의 M&A 시도에 협력적 행위를 하지 말라는 주문이 나온 경우), 만약 외환은행 이사들이 이를 어겨 일정한 효과가 하나금융측에 발생해도 하나금융에 대해 대항하기 어려울 수 있다(가처분 결정을 어긴 부분의 책임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가 외환은행 이사들에게 다른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별개로 함).

결국 일정한 경우 Fait Accompli(확정된 사실), 우리 식으로는 '엎질러진 물'이라는 사실상의 효과가 발생하고 나면, 가처분 명령은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두산그룹측의 M&A가 당초 예정과 다른 문제적 상황이라고 해 분쟁이 됐던 경우를 보면, 2004년3월23일 고려산업개발 노조는 두산건설과의 합병 추진과 관련, "이사들의 직무를 정지하고 합병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합병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법원에 낸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이같은 가처분이 무의미했다는 게 중론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러한 가처분 제기 시점인 3월 이전에 돌이킬 수 없는 일로 합병이 굳어져 버렸다는 게 재계는 물론 법조계의 공감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즉 두산건설의 고려산업개발 합병결정과 관련, 경영계획서상 독자경영 약속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노사간 갈등이 가열됐으나, 2월 법원은 이미 법정관리 절차를 종결 결정을 내려 끝난 사안인 만큼 현재로선 과거 결정에 대해 재심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심도 못할 상황인데, 효력 정지를 해 달라는 가처분을 해서 실익이 생길 여지는 상당히 작다는 것이다.

당시 고려산업개발 M&A를 관할했던 법관은(당시 서울지법 박모 판사) 2월 모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법원이 적법한 검토와 절차를 거쳐 두산건설의 인수허가를 내린 사안이어서 현재 합병추진에 대해 재판부가 다시 입장을 표명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에 외환은행 노조가 신청한 가처분은 실제로 원하는 결과물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들 수 있을지 자체를 단언하기 어렵고, 이러한 가처분이 인용되어도 주문에 반하는 행동을 통해 혹은 그러한 협력 없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라는 사업을 매듭지어 버리는 경우 엎질러진 물을 다시 동이에 담을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되씹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하겠다. 같은 가처분이지만, 하나금융이 제기한 가처분이 갖는 강한 타격 효과에 비해서는(특정한 표현을 쓴 게시물을 게시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내라) 제한적인 방안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결국 약자인 외환은행 노조로서는 하나금융의 금력에 대항하는 방안으로 물리적 투쟁이 가장 강하고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는 판단으로 기울 가능성이 이번 가처분 진행 과정으로 인해 더 높아지게 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사정은 하나금융으로서는 강성 투쟁에 상당 기간 더 노출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