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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성들이 여성가족부 때문에 뿔났다

이욱희 기자 기자  2011.01.10 17: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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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엄동설한에 100여명의 여성들이 청계천광장에 모여 농성을 벌였다. 지난 6일 농성장에 있던 여성들 중 몇몇은 ‘여성부 인센티브제 반대’라고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또 일부는 ‘여성가족부’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돈(인센티브) 줄 때 받아’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 불경기에 다른 것도 아니고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는데 반대를 하고 있다. 왜일까. 사연을 알고 보니, 일면 납득이 갔다.  

2004년부터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상담 운영 시설 현황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서비스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마련해 3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2월, 65개 우수시설에 대해 차등을 둬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또 여성폭력피해자 및 가해자 치료․교정 프로그램 등 복권기금사업을 수행하는 상위시설 51개소에도 인센티브를 줬다.

그런데 상위평가 단체들이 인센티브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농성을 벌인 것이다.

이 제도에 대해 ‘장애여성공감’,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시민단체는 “피해자 지원을 놓고 실적 경쟁을 시키는 제도”라며 “후원 여력이 없어도 최선을 다해 피해자를 지원한 시설에 박탈감만 안겨주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인센티브제도를 통해 시설 운영의 선진화와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한편, 종사자들의 사기 진작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외적인 면만을 따지는 평가지표가 문제다. 시설환경 및 안전도, 방화관리, 서비스 인권보호, 지역사회 연계, 종사자 근무환경 등 5개 영역을 골자로 최소 30개 이상의 하위지표로 평가되는데, 변별력과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런 평가지표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여성 피해 관련 단체들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왜냐하면, 평가지표에 따라 시설이나 환경이 좋은 기관들은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평가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또, 여성들을 위한 단체나 기관들이 질 좋은 상담과 서비스보다는 불필요한 경쟁에 시간을 더 낭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 여성을 위한다면 여성가족부는, 열악한 시설들이 더 질 좋은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우선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우수한 시설들에게는 계속해서 유지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각 여성 단체와 협의를 통해 실정에 맞는 평가지표를 작성할 뿐 아니라 평가보다는 화합이라는 자세로 더 고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