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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러브콜…‘부품하청단지’ 원하나?

[심층진단] 한일FTA의 우려스러운 측면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10 08: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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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겐바 고이치로 일본 국가전략담당상이 방한, 7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올봄으로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FTA 협상 재개에) 합의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겐바 담당상은 또 “(그 필요성을) 한국 측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겐바 전략상은 “일본 측에 커다란 장애는 없다”고 장담했다. 한국과 일본은 결국 자유무역협정(FTA)에 골인할 수 있을까?

   
한일FTA 3차협상이 진행되던 2004년 4월, 시민단체들이 외교통상부앞에서 한일FTA협상중단 촉구 시위를 벌였다.
겐바 전략상이 우리 측 고위인사들과 의논한 것은 자유무역협정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으로 보이며,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참여와 우리나라와의 FTA 협상 재개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밑그림에 들어간다.

청와대는 물론, 우리 재계도 기본적으로 일본이나 중국과의 협력, 환태평양 경제권의 매력에 소극적이지는 않다. 2009년 3월 열린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석래 당시 회장은 아시아공동체(Asian Community)의 설립을 제안하며, 아시아 국가간 협력 어젠다와 구체적 행동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어 “현재 협상 중인 (아시아) 역내 국가간 FTA는 더 많은 분야에서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조석래 플랜’은 “미국, 유럽의 소비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현재 세계경제 회복세가 불완전한 상황”이라는 발언 내용에서 보듯,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의 해법이라는 전체적 그림에서 제시된 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전체의 공동 경제권이라는 그림에는 동의하지만, 한국과 일본간 문제에만 한정하고 보면, 또 세계 경제의 환경 변화에 따라 한일간 태도에 ‘온도차’가 있을 수 있음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이미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은 일본 도쿄에서 회의를 열고 FTA 추진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우리 재계는 일본을 FTA 예비 파트너로 마냥 사랑스럽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만 보지는 않는 시간을 보내왔다.

2004년 ‘FKI 이슈페이퍼(한일 FTA 산업별 영향과 대책)’는 ‘대일경쟁력 체감지수’가 실제 기술력 격차보다 각 영역별로 1년 가량에서 5년 정도로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본포비아’가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실질적으로도, 연일 대일 무역역조가 커져만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는 2010년 12월20일까지 모두 348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였던 2008년(327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각국과 다각도로 FTA를 체결해 놓은 현실이지만, 보통 중소기업은 이런 혜택을 잘 보지 못한다. 무역업체 10개 중 8개 꼴인 75%가 FTA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무역협회)도 있거니와, 하물며, 한일 FTA의 경우에는 대기업조차도 ‘주요부품 대일 의존’이 아직 높다는 문제로 선뜻 반길 수만도 없다.

전경련이 회장 공석 상황을 겪고 있는 등 우리 재계로서는 이 상황에 적극적 발언을 내놓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2009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일본 화학기업 도레이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사장이 했던 말은 이런 상황에 시사점이 크다. 사카키바라 사장은 “일본 부품·소재산업이 강한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때문”이라며 “이는 일본 대·중·소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상생협력을 해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5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에 이르는 아시아 중산층 시장을 뜻하는 ‘볼륨존(Volume Zone)’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최대 라이벌 관계다. 한일 FTA로 이 시장에서 경쟁을 지속할지, 혹은 대신 사이좋게 나누는 협력을 할지 검토는 유의미하다. 다만, 과거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첨단 제품 제조 거점을 자국 내에 뒀던 일본 대형 제조사들이 정계에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요청을 하고 있는 사정 이면에는 지속적인 엔화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를 생산거점을 현지화하는 전략으로 바꾸려는 일환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일 FTA를 계기로, 우수한 부품 조달을 위해 한국 기업을 찾고 있는 게 아닌지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해야 할 한일 FTA지만, 먼저 우리 부품 산업과 대·중·소 상생 유기성을 강화할 필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재계가 한일 FTA를 마냥 좋아하거나 마냥 반대할 수 없이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