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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인사잔치 이면의 ‘옥의 티’

[심층진단] “지점장급 승진인사 67명” 외환 인수 난제 중 대거 승진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07 18: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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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이 지점장급 승진 및 전보 인사를 7일 단행했다. 하나은행 인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그룹 의중이 반영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전체적 로드맵 하에서 단행된 인사 조치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더욱이, 이번 지점장급 인사에 앞서 이미 하나은행 부행장급 인사 등 고위급 인선은 발표된 바 있어서 이번 인사는 지난번 인사 키워드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 ‘영업력 강화’라는 금융그룹 차원의 밑그림에 방점을 찍는 인사안이라고 해석된다.

특히, 하나은행의 이번 인사는 역동성을 강조한 부행장 인선 조치를 뒷받침하기에 적당하게 조직에 인사 적체에 대한 불만 가능성을 제거하고 사기 앙양 조치를 겸한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하나은행의 이번 간부급 인사는 이런 좋은 의도 외에도 ‘옥의 티’가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안팎 형편도 어려운데 ‘무리수 인사’ 논란

인사 발표와 관련, 본지 기자와 통화한 하나금융지주 홍보실 관계자는 “지점장급 승진 인사는 67명”이라고 소개했다. 근래 우리은행 등이 인사 조치를 단행한 것에 비하면 이런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의 인사안에 비해 유난히 초과한 숫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더 크게 보면 하나금융지주 혹은 하나금융그룹의 형편은 현재 좋은 사정은 아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 나라 금융지주사 중에 실적이 유독 처지는 축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근래에 저축은행들을 금융지주들이 나눠 인수하게 한다는 금융당국 구상안이나, 외환은행 인수 추진 문제로 인한 여유자금의 소진 예상 등은 하나금융지주만이 더욱 강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요소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해, 구랍 23일 한국기업평가는 상당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하나지주의 한국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자본적정성 지표 변화 추정’ 스페셜 코멘트 등). 이 보고서는 “내부자금 50%, 사채발행 25%, 유상증자 25% 자금조달을 기준으로 할 때 9월말 기준 하나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6%로 상승하며, BIS비율은 하나지주 11.5%에 하나은행 13.2%로 추락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외환은행 노조가 인수자금 여력에 의문을 표하는 사정이고 보면, 조달 비율은 이와 달라질 수도 있고, 그런 경우 이 같은 한국기업평가 추정 이상으로 허덕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이는 과거 LG카드 인수 직후 신한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 수준(2007년 12월말 132.1%)을 웃도는 것으로, 향후 유상증자 형태(보통주, 전환우선주가 될 건지 혹은 상환우선주가 되느냐)에 따라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달라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하나금융지주는 이전에 우리 은행계가 겪어본 여러 경우의 수 이상으로 허리끈을 졸라맬 때라, 승진 단행 등은 가급적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하나금융 소속 하나은행은 은행권이 은행연합회와 공동으로 연말 사회공헌 성금을 낼 때 등에 이미 타은행보다 약소한 성금을 내는 등 자금 지출을 크게 할 생각이 없다는 의중을 비친 바 있다.

◆하나-외은 중복지점 많은데…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승진 조치는 영업 역량 강화를 위해 일선에서 뛸 야전장교단을 대거 늘리는 것과 같은 결단이라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다른 큰 문제를 예비한 하지하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금융권 고위인사가 발언한 사례를 들어 보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쳐지는 경우를 상정하고 중복 점포를 계산해 보고, 이 같은 사정 속에서 중복된 점포 발생 및 중복 기능 등으로 통합될 자리가 다수 발생할 수 있는 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본점 부장 및 지점장급에서는 상당한 무보직 지점장급 인력이 생길 수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당장은 1지주 2은행으로 간다고 전망되나, 장기적으로 이같은 합병 판단을 고려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조차도 30여개 점포의 중복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 바, 그 이상으로 중복 지점이 나올 것이고, 본사 조직 통합 등으로 앞으로 유휴 인력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몸소 신년 첫 출근일에 토끼털을 뒤집어 쓰고 본점 로비에서 직원을 격려하는 김 행장. 
하지 않고 금년 이후 인사를 단행하지는 않는 것이 인력관리(HR) 분야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판단이라 할 것이다.

하나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정태 행장은 근래 언론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중복 점포수’를 묻는 질문에 “거리상으로 밀접한 점포만 30개 정도로 중복 여부는 고객성향 등을 좀 더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 행장은 각 지점망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점포망은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같은 발언은 의례적으로 모든 M&A에서 나오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국내 점포수 각각 650개와 353개로 점포수가 많은 우리은행과 합치는 경우보다는 적겠으나, 적잖은 인사 파장을 언젠가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하나은행 측 지점장 대거 승진 조치(67명)는, 인수 문제로 많이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부적당한 ‘잔치’라는 점 외에도, 향후 합병 등에 대입해 보면, 외환은행의 지점장급 인사를 대거 숙청하는 등을 확정적 고의로(혹은 미필적 고의로나마) 예비하는 일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결국, 자연발생 감소 인원+30석 가량의 중복 점포로 어쩔 수 없는 중복 인력 외에도, 하나은행은 이번에 스스로 지점장급 인사(은행계에서는 보통 이 정도 급수를 부?실?점장급이라 불러 함께 통산하기도 한다)를 통해 정글 법칙을 하나은행 및 합병이 예상되는 외환은행 등에도 강요할 뜻을 다시금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외환과의 인수 문제로 인해 강한 반발과 비판 타겟이 된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이번 하나은행 승진인사잔치로 인해 더 크고 조직적인 외환은행 반발을 살 수 있어 보인다.
매트릭스 체제 등 항상 일의 효율을 강조하고 많은 M&A를 성사시켜온 하나금융그룹, 하지만 하나은행과 합쳐진 많은 은행 출신 인력들이 아직도 화학적 결합이라는 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이번 합병 추진에 외환은행 구성원들이 ‘하나는 정말 아니다’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게 왜인지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이하 간부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그 좋은 단면이 바로 이번 하나은행 지점장급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같은 인사 단행은 그렇잖아도 많은 반발을 더욱 격하게 만드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보는 호사가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