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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후계승계 스타일 ‘독특해~’

2세 남호씨, 소리소문 없이 업무 열중…직원들도 몰라

박지영 기자 기자  2011.01.06 17: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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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남다른 ‘후계 승계’ 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한마디로 ‘소리 소문 없이 강하다’로 요약되는 것 같다. 외국서 공부하는 줄로만 알았던 장남이 1년째 계열사 차장으로 근무 중인가 하면, 2세에 대한 주식증여도 벌써 끝내놓은 상태다. 조금은 특별한 김준기 회장만의 2세 경영승계 방식을 엿봤다.


김준기 회장의 외아들 남호(36)씨가 그룹 핵심계열사 동부제철에 입사한 사실이 모 경제신문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신문은 지난 5일 ‘동부그룹 2세 경영 시동’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동부그룹이 최근 남호씨를 동부제철 차장으로 영입, 그룹운용 전반에 대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오류가 난 곳은 남호씨의 입사 시기. 보도와 달리 남호씨는 지난해 4월 입사해 벌써 9개월째 동부제철서 근무 중이다.  

◆며느리도 모르는 후계승계

   
김준기 동부회장의 외아들 남호 씨가 지난해 4월부터 동부제철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 오보는 다른 여타그룹과 달리 쥐도 새도 모르게 2세 경영에 돌입한 김준기 회장 탓(?)이 크다. 일반적으로 후계경영에 돌입할 경우 대부분 기업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후계자 약력 등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도저도 아니면 ‘인사동향’이라도 전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달랐다. 총수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는 그룹 홍보팀마저 ‘황태자 입성’을 최근에서야 알았다고 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신문 보도를 접한 뒤 확인해 보니 이미 지난해 4월 제철에 입사했다고 하더라”면서 “정확히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는 지는 잘 모르지만 제철 쪽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부서를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실무경험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동부제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제철에 입사한 건 사실이지만 현재 어느 부서에 배치돼 있는 진 모른다”며 “제철공장이나 기획, 인사팀 등 부서를 자주 이동하며 전반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편법증여? 우린 몰라요  

김준기 회장의 남다른 면모는 이뿐만 아니다. 자녀들에 대한 주식증여도 이미 수년전부터 온전한 방법으로 진작에 끝났다. 김준기 회장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정당한 방법으로 증여세를 내고 자녀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분할했다. 일부 재벌들이 2~3세에 대한 지분이양 과정에서 ‘편법증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셈이다.

남호씨는 지난 2002년 10월 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부화재 지분 14.06% 보유, 부친을 뛰어 넘어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남호 씨는 동부화재가 최대주주로 있는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저축은행, 동부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들과 동부건설 및 동부하이텍 경영권도 확보했다.

또 2004년 8월에는 부친으로부터 동부정밀화학 지분 21.14%를 넘겨받아 동부정밀화학, 동부증권, 동부제강 등 주요계열사 개인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사실상 지분승계 작업을 끝낸 셈이다.

경기고를 졸업한 뒤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남호 씨는 귀국해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미국 시애틀로 건너가 워싱턴주립대학에서 MBA과정을 밟은 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