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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제품 하나만 있어도 역경 탈출”

LG경제연, 볼보·듀퐁·포드 등 사례 분석 보고

임경오 기자 기자  2005.11.28 08: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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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아무리 어려운 기업 환경에서도 역경을 탈출하고 나아가 고성장을 이룩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한 '지혜로운 기업 역경탈출기'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인간세상에서는 덕(德)이란 항목이 가장 강조되지만 비즈니스세계에서는 민첩성과 적응력이 강한 똑똑한 기업이 생존과 성장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볼보와 광동제약의 비타500, 듀퐁, 더페이스샵, 포드, 인텔 및 에너지기업 아케르 크바르네르, 아웃백스테이크등 많은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분석, 기업들이 향후 어떤 식으로 생존전략과 성장전략을 펼쳐야 할지에 대해 제시해주고 있다.

실례로 1990년대 후반 볼보는 기존 세단 시장의 침체로 사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시장에 진입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볼보의 진짜 고민은 기존의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세단 메이커의 이미지를 깨가면서까지 SUV시장으로의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볼보 똑똑한 SW 보유 앞세워 SUV시장 성공

또한 미국의 3대 메이저 업체인 GM 포트 크라이슬러가 구축해 놓은 시장의 틈새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볼보는 내부 조직간 의견 불일치를 조화시키고 지난 10년간 준비해 온 SUV 시장의 미래를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시나리오 기반의 탐구적 모델링 소프트웨어’라는 똑똑한 대안 장치를 고안해 보유하고 있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각 부문의 의사결정과 관련해 광범위한 미래 가능 시나리오를 생성해 주고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의사결정의 민첩성을 가져다 주었으며 결국 볼보의 SUV 시장진입 1등 공신이 됐다. 즉 볼보는 사업 침투의 전략적 위기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함으로써 난관을 극복했다고 LG경제연구원은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은 나아가 똑똑한 기업의 진가는 상품개발, 브랜드 관리, 마케팅, R&D부문 등에서도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우선 상품개발 측면에서 볼 때 마시는 비타민 컨셉과 유통 채널 확대(약국에서 편의점, 동네 슈퍼로)로 청소년층을 흡수, 비타민 시장의 75%를 장악한 광동제약 비타 500을 그 예로 들었다.

광동제약 비타500 하나로 여름 비수기 돌파

쌍화탕 같은 한방 의약품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여름철 시장을 대표할 제품이 없음으로 인해 현금 흐름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똑똑한 제품 하나로 경쟁사를 제치고 단일품목으로는 최고치인 올 2분기 매출 약 370억 원을 달성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자연주의 컨셉과 멀티 플레이형 입점 전략으로 정상등극에 성공한 더페이스샵의 브랜드관리 지혜와 ‘ООО에 대해 궁금하시면 네이버에 물어 보세요’로 1위 자리에 오른 NHN의 마케팅 지혜 등을 꼽았다.

뿐만 아니라 R&D부문에서도 똑똑한 기업은 역경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면서 LG경제연구원은 듀퐁의 사례를 들었다.

1980년대에만 총 130억 달러와 5000여 명의 연구인력을 R&D에 쏟아 부은 듀퐁은 이 시대를 주도할만한 제품을 한 가지도 내놓지 못했다. 급기야 경쟁에서 패해 올론(Orlon)섬유의 생산을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듀퐁 신제품 아닌 발상전환으로 위기 탈출

화학업계의 고유한 특성상 10년 내지 20년 주기로 ‘나일론’과 같은 빅뱅 제품이 나와줘야 새로운 모멘텀 창출이 가능했으나 듀퐁은 그러지 못함으로써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듀퐁이 역경 상황을 탈출할 수 있었던 똑똑함은 신제품이 아닌 ‘제품 변형’이라는 발상 전환에서 나왔다. 이미 30년 전 거들에 쓰이는 고무 섬유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라이크라 스판덱스 섬유를 통해 고어텍스 등 기능성 의류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수익 창출의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란 항목은 기업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했다.

AK사, 내부 프로세스 간과 타사에 인수 불운 

내부 정비가 되지 않은 기업은 역경에 허약하게 무너지기 쉬울 뿐더러 기회가 와도 잡질 못한다면서 기획으로부터 구매 조달 생산 영업 마케팅 같은 내부 프로세스와 스태프 부문에 이르기까지 밸류 체인상에 있는 사람 조직 및 프로세스의 문제를 미리미리 점검해 놓아야 한다는 게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실례로 노르웨이의 에너지 기업인 아케르 크바르네르(Aker Kvaerner)사는 미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와 영국 건설 복합기업 트라팔가 하우스등을 인수하는데 성공했으나 결국 과중한 채무로 인해 2001년 아케르 매리타임사에 인수되는 우를 범했다.

LG경제연구원은 재무측면의 내부 프로세스 관리를 기본기를 소홀히 여겨 앞만 보고 안은 들여다 보지 않음으로 경쟁업체에 인수되는 비극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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