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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변호사신분증+신용카드시장’은 계륵?

변호사업무 특수성상 올인원 원천봉쇄 ‘구식카드 머물러’ 체면만 흠집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06 00: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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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만2000여 우수고객이 숨 쉬는 변호사카드시장을 개척하라? 신한카드가 지난해 연말 내놓은 변호사용 카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한카드는 연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우수고객용 카드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한 지평을 열었다. 신한카드는 더욱이 신한은행의 실적이 별로 좋지 않을 때에도 신한금융그룹 전반의 실적 전반을 책임지며 떠받쳐 올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여신업체다. 하지만 이번 변호사신분증카드 구상은 일부 무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대한변호사협회와 손잡고 발급하는 회원용 카드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새 신분증을 발급받는 회원의 경우 카드 이용금액의 일정액이 협회에 적립돼 협회 예산운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변호사신분증카드는 법원이나 검찰 혹은 교도소 등 주요 공안관련 관공서 출입시 변호사임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할 때 이전보다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변호사신분증은 종이인쇄물에 코팅지를 입힌 것으로 소지하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쉽게 훼손된다는 지적이 있어 왔었기 때문에, 신한카드의 발급 신분증이 휴대의 용이함이나 내구성 등에서 호응을 얻을 여지는 일응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발행매수와 형태에 대한 시대적 조류의 역행 가능성이다. 발행 형태 등에 대해 당초 관심이 없지 않았는데 본지 문의에 대한 신한카드 측 설명은 1인 2카드라는 것으로, 즉 신분증 1매와 별개로 변호사용 신용카드가 발급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변협의 회원이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할 경우 신규 신분증도 발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의 계도 내용이나 여신업계 업무 집행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1인당 신용카드를 3매 이상 발급받으면 신용관리에 있어 특별한 감시에 들어가는데, 이미 우수고객으로 여러 곳에서 눈독을 들여온 변호사층에 대해(3매에 가까운 숫자로 카드를 갖고 있을 공산이 그래서 큰 층에 대해) 신한카드를 한 장 더 만들도록 협회 차원에서 강제하는 것이 문제란 지적이다. 자칫 유력한 고급 금융소비자층에 신한카드에 대한 반발심리만 키워 잠재적 안티층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신한카드는 변호사신분증 발급 자격 없는 금융기관?

   
신한카드는 대한변협과 손잡고 변호사신분증 카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카드 한 장에 모든 기능을 담는 올인원 방식이 아닌 신분증+카드 2매 발행으로 진출,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올인원(신분증+각종 카드 기능) 상품을 설계하는 일이 어렵지 않고, 신한카드로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례로 비씨카드의 경우에는 비씨스쿨카드라는 상품을 내놓은 바 있는데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에 여러 금융기능을 접목해 공익성과 시장성을 함께 살린 좋은 상품으로 손꼽힌 바 있다.

신한카드로서도, 이 같은 신분증 및 카드 기능 겸용 상품을 내놓을 여력이 충분했음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한카드는 위와 같이 신분증과 신용카드는 별개라는 1인 2카드 조건을 감수했다.

이는 기술력 부족도 아닌 다름 아닌 발급 자격 미달 때문이다. 즉, 신한카드는 금융기관으로서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는 신한금융그룹 일원이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민간업체에 지나지 않고 공안관련 행정 편의를 도모할 만한 신분의 공적 증빙을 할 자격은 없다고 이번에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신한카드가 어떠한 확인 절차를 거쳐 변호사 개인에 대해 민간자격증을 갖고 있음을 입증하는 비표를 만들고 이에 금융 기능을 넣는다는 것은 세간의 인식상, 법무부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상 또는 신한카드와 대한변협이라는 당사자 간 판단 단계에서 이미 ‘그건 아니다’로 결론지어진 셈이라는 이야기다.

일례로 법무부가 주관하는 사법시험을 응시하는 자의 경우 주민증, 여권 등 외에도 국립대학의 학생증으로 증빙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왜 출입용 신분 확인 기능에 신한카드는 이처럼 난관에 봉착한 것일까?

물론, 이는 변호사 업계의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힘 있는 교도소 수용자들의 옥중 뒷바라지를 해주는 이른바 ‘집사변호사’에 대해 법무부가 감시의 눈길을 해가 가면 갈수록 강화할 정도로 변호사 업계가 혼탁해져 있으니, 이런 업계와 거래를 하려는 신한카드가 일정 부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법무부 교정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호인 접견질서 확립 지침’을 일선 교도소와 구치소에 내려 보냈다. 변호사가 기업인이나 조직범죄의 거물 등의 집사 노릇을 하고 각종 불법 물품 유입 등의 창구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이뤄진 조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변호사층은 이런 문제가 있으니 더더군다나 민간기관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갖고 법무부 산하 기관(검찰이나 교정당국) 등에 드나들 수 없다고만 하긴 어렵다. 바꾸어 말하면, 위변조 가능성 등에 대해 신한카드가 공신력을 여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여신업체라는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신분비표 ‘의장등록’ 등 벤치마킹했으면 황금시장 열기 쉬웠을텐데

어쨌든 신분증을 겸한 금융기관거래용 카드를 만든다는 과제에서 위변조 방지란 100% 완벽하기 어려울 것이고 신한카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항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조금 더 확장해 살펴보면, 신분 비표의 위변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가 부족했던 건 아닌지에 대해 시사점을 던지는 케이스가 있다.

검찰은 박준규 총장 취임 이후, 이른바 검찰 배지를 만들었다. 검찰이 설립 60년을 넘긴 상황에 처음으로 조직을 상징하는 배지를 만들기로 한 점은 나름대로 이전에 쓰던 검찰공무원 신분증(변호사업계의 현재 비표처럼 구식 신분증)보다 장점이 더욱 많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반영구성은 표면적인 장점이며, 국민이 검찰 업무 수행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법집행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우수하다. 또 검찰공무원에게 최고 법집행기관으로서 사명감을 줘서 여기에 맞는 공직자의 자세를 갖추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게 당시 서초동 인근의 풀이였다.

물론, 권위주의적이라는 발상이라는 일각의 불만과 함께, 위변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의 위변조 방지 노력이 눈길을 끈다. 검찰은 배지를 위·변조해 사칭하는 걸 막기 위해 상표법상 업무표장 등록을 했다. 또 4500개 배지에 모두 관리번호를 따로 부여하고, 각 번호마다 비밀번호를 설정해 전산으로 관리한다. 민원인이 관리번호와 소지자의 인적사항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도록 ‘(국번 없이)1301’이나 각급 검찰청 신고전화를 운영하기로 했다. 직원이 수사 분야에서 다른 보직으로 전보가 나면 이를 반납하고 소유주 기록도 바꿔줘야 한다.

영장은 이런 배지와는 당연히 별개로 휴대해야 함을 감안할 때, 대단히 혁신적이고 꼼꼼한 일처리라는 평이 많았다.

하물며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비표(배지)만 해도 이 같은 여러 그물망 같은 배려를 하는 검찰, 그 뒤에 법무부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당국의 눈에, 신한카드가 자체적으로 발급한 신용카드 위변조도 제대로 막지 못할 여신업체로 보이지 않았을 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즉, 재판과 수사에 중요한 변수로 참여하게 되는, 때로 검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는 변호사 신분증을 ‘하나로 발급(신용카드에 신분증을 그대로 입힌 올인원)’할 자격이 신한카드에 있는지가 확실히 공감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문제는 영영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앞으로도 변호사들은 신한카드 따로 신한카드가 만들어준 카드 두 장을 들고 교도소 정문을 드나들어야 하는 판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매일 같이 겪는 변호사들이 신한카드를 우수한 금융기관으로 은연중 인식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관공서 관련 카드 앞으로 스마트해야 한다는 전문기관 당부에도 ‘미달’

더욱이 신한카드의 이번 카드 관련 론칭 내용은, ‘스마트 카드’의 시대에 정부 당국 역시 부응해야 하고 이 같은 이용을 해야 한다는 전문기관의 가이드라인에 비해서도 한 시대 뒤떨어진 것이다. 즉,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현재까지의 금융시장 상황에만 머문 변호사 전용 카드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최근, 프로스트 앤 설리번 (http://www.smartcards.frost.com) 에서 내놓은 ‘국내 스마트카드 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스마트카드 시장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5.6%로 성장되고, 2015년부터는 매년 7.1%의 증가세를 보여 6870만의 스마트카드를 출하할 전망이다.

더욱이, 이 기관은 정부는 지금까지 온라인 여권, 군대와 정부 종업원 신분증으로 제한이 되어 있었는데, 2011년에는 스마트카드를 기본으로 한 신분증의 이용은 정부와 기업체들의 필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신한카드는 이런 스마트한 카드의 시대에 업계 협회를 파트너로 잡고 이들에게 전용 카드를 내준다는 구식의 시장 선점 전술에만 안주하고 있고(올인원에 실패했고) 결국 새 시장을 선도하는 1등 업체로 확실히 굳히기는커녕, 이미지를 구겼다는 느낌마저 준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신한카드가 이번에 1만2000명 회원을 붙잡은 것은 단기전이요, 이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장기전인데, 신한카드가 아무래도 하지하책을 쓴 것 같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