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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 회장, 자택 앞 대형 집무실 마련 왜

박지영 기자 기자  2011.01.05 1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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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CJ그룹의 유별난 총수예우가 눈길을 끈다. 최근 CJ그룹은 유독 외부노출을 꺼려하는 이재현 회장을 위해 장충동1가 자택 앞에 대규모 집무실을 건립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은둔형 CEO’ 이재현 회장을 위한 CJ그룹의 과잉충성 행태를 뒤쫓았다. 

구랍 28일 오후3시 서울 중구 장충동1가. 동호로20나 길 어귀에 들어서자 공사장 중장비 소음이 귓전을 때렸다. 소리의 진원지는 이재현 회장 자택 맞은편에 위치한 옛 CJ체육관 일대. 현재 그곳에서는 CJ경영전략연구소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사개요 안내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첫 삽을 뜬 경영전략연구소 신축공사는 오는 2012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옛 CJ체육관 부지를 비롯한 13필지에는 현재 경영전략연구소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CJ그룹 측은 경영전략연구소에 대해 “콘텐츠 관련 경영전략연구소 겸 제2의 인재원”이라며 “원래 임직원용 CJ체육관이었는데 직원들이 잘 안 쓰고 하니까 차라리 인재원 비슷하게 직원교육도 할 수 있는 연구소를 짓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J그룹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영전략연구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목적과 용도가 그룹 주장과 달리 일반상식을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회장댁 앞에 웬 경영전략연구소
 
공사장 가까이 다가가자 소음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실제 공사현장에 설치된 소음측정기는 주거지역 법정 기준치 보다 0.3데시벨(dB) 높은 65.3데시벨을 가리키고 있었다. 공사장 가림막 위로 언뜻 파일기초 작업 때 쓰이는 이동식 크레인이 보이기도 했다.

 
   
 
이재현 CJ회장 자택으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자 공사장 소음이 귓전을 때렸다. 실제 공사현장 소음은 법정기준치인 65데이벨을 넘어선 상태였다.
인근 고급연립주택 경비원은 “예전에 있던 테니스장(CJ체육관)하고 주변 땅을 더 사서 연구소인가 뭔가 꽤 크게 짓는 것 같더라”며 “소시적 건설회사서 일해 봐 아는데 지금은 땅이 무너지지 않게 기둥을 박고 (매립지) 가장자리에 나무판을 치는 파일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경영전략연구소 설립을 위해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이 일대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경영전략연구소가 들어설 위치는 장충동 1가 102번지 외 13필지다.

당시 CJ제일제당은 3.3㎡(1평)당 약 2000만원에 문제의 땅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든 땅값만 무려 100억원을 훌쩍 넘었다는 게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연구소 위치다. 경영전략연구소는 이재현 회장 자택과 같은 길목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이는 과거 임직원들이 CJ체육관을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이를 반증하듯 CJ그룹 임원을 지낸 한 고위인사는 “임직원용 CJ체육관이 있었느냐”며 “금시초문”이라고 말해 더욱 의구심을 들게 했다.

재계 일각에서 “은둔형 경영자로 유명한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개인집무실 승지원을 갖고 있는 것처럼 CJ그룹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재현 회장에게 개인집무실을 마련해 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CJ그룹이 은둔형 CEO 이재현 회장을 위해 자택 맞은편 옛 CJ체육관 부지에 초호화 경영전략연구소를 건립하고 있다. 왼쪽 고급주택이 이재현 회장 자택이며, 오른쪽 공사현장이 경영전략연구소가 들어설 자리다.   

실제 이건희 회장의 ‘승지원’과 이재현 회장의 ‘경영전략연구소’는 닮은 구석이 많다. 첫째, 회장 자택과 가깝다는 점이 닮았다.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승지원은 이건희 회장 자택과 불과 2~3분 거리에 있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전략연구소는 말할 것도 없다. 대문에서 두세 걸음만 떼면 바로다.  

두 번째는 쓰임새다. 이건희 회장은 승지원에서 사장단 회의는 물론 그룹의 핵심전략을 세운다. 이재현 회장도 마찬가지다. 기존 CJ경영연구소는 서울 중구 필동2가 인재원 내에서 사실상 운영돼 왔다. 이곳에서 이재현 회장은 매월 정기적으로 계열사 사장단 경영전략회의 및 국내외 산업동향을 보고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집무실을 개인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우선 이건희 회장은 국내외 귀빈(VIP)을 맞을 때 반드시 승지원으로 불러 대접한다. 이재현 회장 역시 2008년 8월 경영연구소가 있던 CJ인재원에서 딸 경후씨 결혼식을 치룬 바 있다.
 
이와 관련 CJ그룹 관계자는 “그런(개인 집무실) 역할은 일부 있겠지만 이건희 회장은 승지원을 개인 혼자 쓰는 반면 우리는 직원들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개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