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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마트는 욕먹고 이마트는 괜찮고…왜?

전지현 기자 기자  2011.01.05 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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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롯데마트 치킨 판매와 이마트의 피자판매의 주변 영향이 달랐던 점이 이상합니다. 같은 대형마트였고, 두 업체 모두 프랜차이즈에서 이미 진출한 사업을 실시했는데 왜 그 반응이 달랐던 걸까요.”

연말의 어느 날 은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마케팅원론 강의 중 받았던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결론은 이랬다.

유통은 경영이론으로 본다면 제조업, 도매와 소매에 해당하는 중개상(유통), 소비자로 이어진다. 따라서 불가결로 엮여있는 이 단계들은 서로의 범주를 침범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유통에만 전념했어야 할 대형마트가 유통의 영역을 넘어 제조 단계까지 침범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즉, 대형마트는 제조업체가 아니다. 제조업이 아닌 유통업체가 유통질서 파괴의 주동자가 됐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유통업체가 치킨 제조에 나서면서 제조업까지 손을 뻗쳤다. 적정마진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최소마진을 추구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유통업체가 부족한 마진을 보완하기 위해선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이를 위해 대형마트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 업체(원재료상)를 압박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에 따라 상생의 분위기를 해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학자 토마스아퀴나스는 적정마진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고 아담스미스 역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경제이론을 통해 적절한 마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대형마트는 도소매 등의 중간 과정을 없앰으로써 중간 마진을 줄여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에 제품 구입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그렇다면 롯데마트 이전에 이미 피자로 승부수를 띄운 이마트의 경우, 왜 상인들의 반발이 없었을까.

강원대학교 경영학박사 전동환 교수는 “기호식품으로 보는 피자에 비해 치킨은 주․부식으로 구분된다. 즉, 소. 돼지, 닭고기, 쌀 등은 주, 부식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늘 먹는 상품이라 이해당사자가 및 관련자가 많다”며 “시장은 제조업과 유통과정 중 꼭 필요한 단계가 있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필요 없는 곳도 있다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롯데마트와 달리 기호식품을 선택했던 이마트의 경우엔 시장의 충격이 통큰치킨만큼 크지 않았던 것이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중간상을 없애 마진을 적게 먹더라도 소비자에게 싼 값에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만은 좋다손 칠 수 있다. 하지만 유통을 기능을 키워 제조업의 고충은 상관하지 않고 ‘값싸고 질 좋은 제품 공급’이란 포장 속에 ‘상생을 어기고 저만 살겠다’는 의식으로 탄생한 것이 ‘통큰’의 개념이다.

경쟁이라는 시장구조의 등장과 마케팅이라는 전략이 도입되면서 떨이 혹은 덤핑 판매 등 기존 질서를 파괴시키는 정책들이 대형마트 사이에 등장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들은 기존의 시장질서(각 단계의 영역 침범)를 파괴시키는 원인을 제공키도 했다.

   
 
하지만 달리 본다면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의 유통업체들이 제조업 진출을 통해 복잡하게 존재하는 국내 유통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데 기여를 하긴 했다. 과하게 존재하는 중간상의 수로 국내 축산 및 농산품 들을 소비자는 원산지 가격보다 10배 이상 값을 주고 사먹기도 한다.

따라서 대형마트들이 영역 침범 노력(?)이 이어진다면 그동안 존재했던 국내 시장에서의 오합지졸 격으로 있던 중간상들의 불합리적 구조에 다소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는 기본적인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제조-유통-소비라는 기본적인 질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치 않을 때 가능하다. 롯데마트가 이번의 기회로 시장에서 호되게 혼이 난 경험을 교훈삼아 대형마트들이 생존하는 방식을 상생으로 풀어가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