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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항공, '결함뭇매' 맞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전훈식 기자 기자  2011.01.04 17: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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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3일 시무식에서 “글로벌 사회에서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했다. 첨단 항공기를 도입하는 올해엔, 특히 그 격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는 굳은 의지가 돋보였다.

항공기 결함 문제 때문에 지난해 애를 많이 먹은 대한항공으로선 당연한 각오처럼 보였다. 사상 최고의 매출이 돋보이긴 하지만, 반면 안전‧정비 면에서 적지 않은 우려와 지적을 받으며 논란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부터 두 달 동안 국제선 운항 중 엔진 고장으로 세 차례나 회항한 뒤 특별안전점검을 받았다. 그 결과, 일부 엔진은 교체 연한을 넘은 상태로 사용됐고, 또 다른 엔진은 오일이 새는 것이 발견됐는데도 조치가 안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다. 안전사고 우려로 특별점검을 받은 뒤에도 네 차례씩이나 위반사항이 더 적발됐다.

당시 대한항공 관계자는 “130대가 넘는 항공기가 하루에도 450차례 이상 이·착륙을 반복하는데 항공기 출발 전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진 지연 사례”라고 이해를 구했다. 물론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다분히 형식적인 말도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의 이런 입장을 들으면서도 기자는 대한항공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정비 소홀 문제가 조만간 또 재발할 것 같았다. 틀에 박힌 듯한 ‘이때만 넘어가자’는 식의 대처 스타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또 한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한 일이 또 벌어졌다. 이번엔 일본 나리타공항에서였다. 업계와 대한항공 제주지점 등에 따르면, 제주에서 나리타를 거쳐 괌으로 가는 KE9135편이 활주로 진입 도중 타이어 펑크로 인해 회항하는 일이 생겼는데, 자칫 활주로에서 대형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건이었다. 답답한 일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타이어를 교체해 다시 이륙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총 12시간20분. 이 장시간을 기다렸던 고객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 사건을 좀 더 깊게 알아보기 위해 대한항공 측에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취했지만,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이뤄진 통화에서 홍보실의 한 간부는 “그 부분에 대해선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자왈, ‘선행기언 이후종지(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라 했다. 군자는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먼저 실천하고 난 이후에야 그것을 말해야 한다는 의미다. 

말이 실천을 앞서는 것은 그 화자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 말은 하기 쉽고 실천은 하기 어려운 까닭에 대개 실천은 그 말에 비해 모자라게 행동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사람은 타인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대한항공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올리며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밝혔다. 또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부족하고 미진한 부분을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조 회장의 당부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 꾸준히 벌어지는 일련의 안전사고들과 대한항공 측 관계자들의 ‘이때만 넘기자는 식’처럼 보이는 태도들은 총수의 당부를 ‘그냥 행사 때마다 하는 말’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안전사고 문제로 고객으로 하여금 크나 큰 걱정을 끼친 지 얼마나 됐다고, 불과 며칠 전 벌어진 안전사고에 대해 ‘답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하고 있으니, 청문회장에 끌려나온 비리 정치인도 아니고…. 걱정이 걱정을 낳는다.
 
태극마크의 대한항공은 전세계를 누비는 대한민국의 얼굴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느 기업과는 다른 상징성이 있다. 정비 결함에 따른 회항과 출항지연, 이로 인한 각종 사고 등이 자꾸 반복되면…, 기업 망신을 넘어 나라 망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