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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노조, 하나금융과 ‘매일 1억 송사’ 내막

[심층진단] 노조는 ‘M&A 엎질러진 물’ 감수해야만하나?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04 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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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조는 늘 지는 싸움만 하는 존재일까? 지는 싸움만 도맡는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불리하지만 싸움을 통해 권익 보호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는 의미일 수 있고, 또 한 가지는 제도의 존재와 적용이 특정 인물이나 단체에게만 불리한 경우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번의 불리한 노조의 싸움은 후자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외환은행 노조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를 짚어본다.

2010년 금융권 지형 재편의 가장 큰 이슈로 꼽혀온 외환은행 인수전이 2010년 연말과 2011년 신년에 이르러 인수희망자로 나선 하나금융그룹과 피인수대상인 외환은행의 노조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의 하나금융그룹에 의한 인수 반대 논란은 법정공방으로 치달으면서 양측이 물리적 합병 성사로 묶이더라도 앞으로 영영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등 은행계에 따르면, 하나금융 측은 외환은행 노조를 상대로 하루 1억원에 달하는 가처분(간접강제 이행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강제가처분’이란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혹은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인격적 고려 등으로 어려운 경우 이를 금전적 압박으로 우회적으로 강제하는 기술적 제도다.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의 경우, 특정한 문구나 표현을 사용하는 데 거북함을 느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 관련 게시물을 내리도록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으로 거액을 물도록 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가 이번 M&A가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노욕’에 의한 것이라거나 ‘먹튀’ 해외 투기 자본을 돕는 식의 거래라는 공세에 민감해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하나금융은 이 같은 표현의 광고물 게재 추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냈던 바도 있다.

따라서, 이번 블로그 게시물 관련 간접강제 이행 가처분의 경우 ‘2라운드’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노조 간부가 개인적으로 올린 글을 문제 삼은 것이 약간 이색적이라 할 만 하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접수된 일명 하루 1억 송사의 내용 등을 설명하면서 “외환은행 노조가 사실상 배후조종했다는 게 (하나금융 측) 논리”라면서, 외환은행 노조 측도 변호사를 통해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하루 1억 소송의 시발점이 된 블로그의 운영자(외환은행 노조 관계자)가 이와 관련 남긴 소회.
◆‘이현령 비현령’? 노조의 공세적 반발만 차단

보기에 따라서는, 법원에서 광고금지가처분 신청 일부를 인용했는데도 해당 노조 간부가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계속 인용, 문제 삼는 바람에 노조를 대상으로 다시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게 아니냐고 볼 수 있고(이것이 하나금융 측 입장의 기본 골조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석도 일응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단 외환은행 노조뿐만 아니라, 노조가 M&A 건에서 갖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위상을 보면, 이 같은 M&A 신청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용하는 법조계 시각에 저울추가 불공평하게 기우는 것이고 하나금융의 경우 등은 이런 관행을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적 사회 및 국가적 구조는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신념을 강조하고 있으며, 최근 게시물 등을 억압하던 전기통신기본법을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악법적 소지가 있다고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것 등 여러 모로 이러한 원칙은 중요하게 관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하나금융 측의 논리가 옳다고 하더라도, 외환은행 노조의 사실상 배후 조종 가능성 등에 주목해 우회적으로 간접 압박을 택하는 기교적 방식으로 갈 것이 아니라 해당 게시물을 직접 삭제 요청을 추진하는 등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이 (유사) 노동운동적 측면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해석론에서도 적절할 수도 있다.

일례로, 온라인상 게시물이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명예감정을 상하게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제가 있는 글을 삭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44조 7항이나 포털이 수사기관에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 등을 통해 공박할 수 있다.

◆언제나 ‘M&A에 노조는 떠들지 말아라’?

그런데, M&A에 대한 비판적인 또 다소 인신공격적인 표현을 동원해 가며 이뤄지는 노조 행보에 대한 압박적 가처분 등을 추진하고 이러한 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에 비해, M&A 과정에 대한 노조의 참여(매각을 당해 팔려나가는 쪽 노조나, 매각으로 새로 영입되는 쪽 노조나)가 거의 배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M&A를 주도하는 기업 내지 자본이라는 주인공과 관련된 문제 기업의 노조라는 몸체의 차이는 물론이려니와, 공격방어 방법에 있어서도 제도가 불리하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를 보는 시각을 외환은행 매각 사례에서 좀 더 넓혀 다른 기업들의 경우도 보자. 

2009년 10월로 시계 바늘을 돌려보면,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한국자산신탁 매각이 노조 반발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식으로 추진된 바 있다.

대신 MSB PEF(사모펀드)가 한국자산신탁 매각을 위한 정밀 실사를 추진하는 등 수순을 밟았고, 이에 한국자산신탁 노조는 모든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경영 공백에 대한 책임을 캠코측에 묻고 본 계약 체결 시에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던 바 있다.

이렇게 노조 측이 격렬히 반발한 것은 대신MSB PEF(사모펀드)의 재무적 투자자(SI)가 부동산개발전문회사인 MDM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붙었던 데 뿌리가 있다(MDM의 대표이사 문주현 회장은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사건’에 연루 됐지만 무죄판결을 받음).

문제는 팔려나갈 입장인 한국자산신탁의 노조의 이 같은 반대 움직임에도 캠코는 매각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몇몇 언론이 보도를 했던 점이다. 일부 언론은 캠코 투자금융부 간부 말을 인용, 보도(“M&A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하기도 했다.

새로 사는 쪽에 무슨 문제가 있든 팔려갈 노조가 관여하지 말라는 뜻으로까지 읽히는 대목이라 당시 관심을 끌었다.

그러면 이렇게 다소 문제가 있는 M&A가 어느 정도 수준 이상 추진되고 나면, 그 다음에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관련 노조에게 생길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2004년 2월 법원이 보인 태도를 살펴보자.

당시 두산건설의 고려산업개발 합병결정과 관련, 경영계획서상 독자경영 약속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노사간 갈등이 가열되며 법정 공방전으로 확산된 바 있는데, 당시 문제의 일부 법원 관계가가 보인 태도나 논리는 젊잖게 말하면 ‘Fait Accompli(확정된 사실)’, 나쁘게 말하면 ‘엎질러진 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이제 와서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넘어가라는 상황이 발생해 노동계의 공분을 샀다.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은 2003년에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고려산업개발을 인수했으며, 두산건설은 법원의 법정관리 졸업 결정 이후 영업경쟁력 및 경영효율성을 위해 두 회사 간 합병을 진행했다. 그런데, 두산 측은 고려산업개발의 인수를 완료한 후 팀을 구성해 정밀실사를 한 결과 독자경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합병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애초부터 합병의도를 숨기고 입찰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고려산업개발 노조 측은 이미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위한 입찰시부터 고려산업개발과 두산건설과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법원에 이를 속이고 허위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거나 기타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볼 다툼의 여지가 큰 상황에서 노조 내외의 의견대로 재심을 하는 쪽으로 법원이 받아들여줄 수 있었을까?

당시 언론 보도 등을 보면, 법원은 이미 법정관리 절차를 종결 결정을 내려 끝난 사안인 만큼 현재로선 과거 결정에 대해 재심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고려산업개발 M&A를 관할했던 서울지법 파산부 박형준 판사는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화의기업의 경우 종결 이후에도 제대로 계획을 이행하는지에 대해 법원이 감독을 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법정관리 기업의 경우는 종결결정을 내린 이후 법원이 계획이행 여부를 관리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다시 상법상 두회사 간 합병진행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을 하며 다퉈야 한다는 뜻인데, 이를 노조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하나금융의 M&A 시도가 무모하다며 비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하나금융 본사 앞에 진을 친 시위대 모습이다.
가 (소송 적격, 즉 소를 제기할 자격 등의 사유로) 진행하기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법정관리 과정에서 추진된 M&A 등에서 일부 문제가 있어도, 관련 노조는 엎질러진 물이라고 그냥 감수해야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었다.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일을 처리한 기업에 대해서 노조가 항변할 수 없다는 논리적으로는 옳으나 상식적으로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는 현실적 딜레마는 이번 2011년 외환은행 매각 건과 2006년 외환은행 매각 불발 건에서도 발견된다.

◆외환노조, 2006년에 꿈 밟히고, 2011년에는 소송에 짓눌리고

2006년 11월경,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추진하던 M&A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을 때를 살펴보자.

당시 외환카드 주가 조작 논란 등으로 론스타는 곤경을 여럿 동시에 만났다. 당시 일각에선 론스타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이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강제로 박탈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평가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노조 등에서는 여전히 수사 결과와 독자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외환은행 노조가 이 당시 할 수 있었던 일은 별로 없었고, 외환은행 노조 등에 자력갱생 및 독자생존을 택할 주체적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몇 년 흘러 2010년과 2011년 연초에 걸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라는 새 지평이 열렸으나, 외환은행 노조로서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표현 문제를 들어 역공을 당함으로써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은 입막음당할 공산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사례를 볼 때, 결국 노조란 M&A 와중에는 팔려 나가는 입장에서 새 주인에 대해 일말의 지나친 발언을 일절 할 수 없고, 그 저지 방안 역시 현행법상 개인 대 개인의 공격과 방어에서 제공되는 방법보다 자본 내지 기업에 비해 일방적으로 노조 및 노동자에게 불리한 이행강제로 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팔 하나가 묶인 상황에서 저항한다 해도 결국 한번 (M&A가) 저질러지면, ‘엎질러진 물’이려니 하며 감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작금의 관련 시스템 구성과 운영의 현재 경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이런 지경에서 하나금융 고위층을 다소 격하게 비판하였다고 해서, 이를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도 논란을 판가름해야 할 가의 이슈지만, 그 이면에 M&A 와중에 철저히 ‘갤러리’일 수밖에 없는 노조의 상황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라는 면이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하나금융과 김 회장은 은행권 못지않게 노동법학계에도 묵직한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2011년 연초에는 일단 판단할 수 있어, 그의 행보에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