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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편, 청와대 개입’ 의심스러운 이유

이욱희 기자 기자  2011.01.03 16: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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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끝자락이었던 31일 ‘미디어 빅뱅’을 예고하는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선정 결과’에 대한 의견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종편 채널 사업자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동아일보 등 4대 보수언론이 선정되면서 진보 측은 결과 발표 직후 성명 발표, 보도자료 배포 등으로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31일 “신문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4대 보수신문이 방송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정치적 이념적으로 경도된 편향보도로 국민들의 사고와 가치관을 획일화할 것”이라며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보도만을 주입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종편 심사 전에는 기업이 언론을 장악하면, 언론이 기업에 대한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수언론이 신문보다 더 강한 방송까지 점령하면서 정치에 대한 언론의 공정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또, 종편 선정 결과 발표 전 방통위 양문석 상임위원이 블로그를 통해 “예비 사업자 한 곳이 오늘 아침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 모 수석으로부터 어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는 글을 올려 청와대 개입설이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 양 위원의 글로 인해 야당 정치권에서는 ‘짜여진 각본설’도 나돌고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방통위 측에서는 이미 선정 결과에 따른 논란이 예상됐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이병기 종편·보도채널 심사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8일 밤낮을 지새우며 심사한 공정한 결과라고 전했다.

기자는 방통위의 보도자료와 여러 정치인 및 언론 각계에서 흘러나오는 이 사태를 두고 국내 미디어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에 대한 의문은 쉽게 넘어 갈 수 없는 일이다.

방통위 상임위원도 모르는 사실을 청와대에서 하루 전에 알았다는 것과 이병기 심사위원장의 ‘종편․보도 심사를 마치며’ 글에서 의구심이 들었다.

이 심사위원장은 보도자료에서 “시간이 부족해져 심사일정을 하루 연장해 8박9일로 심사를 매듭짓게 되었다”고 했는데 이미 심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에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점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아울러, ‘승인 신청법인별 심사위원회 평가 점수’표를 보면 4대 매체보다 공정성 부분에 에이치유비(한국경제TV)와 케이블연합종합편성채널(티브로드)이 4대 보수언론보다 더 낮은 점수를 얻었다는 것은 어떤 논리로 점수가 집계됐는지 의문이 든다.
 
   
 
주지하다시피 보수언론으로 대표되는 신문사들의 정치적 공정성 논란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었다. 만일 이들이 동일한 논조로 방송에 임할 경우 공정성 보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언론 보도에 따라 국민들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때문에 정치에 대한 언론의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과 한 정당의 결탁은 미디어뿐 아니라 정치적 저해를 가져올 따름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결과를 번복할 순 없어도 정부는 투명한 공정 심사라는 것에 한치의 의문도 남겨선 안 된다. 정부는 신속히 양 위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의 해명과 심사 과정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