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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하나, 외화통장 통합 "아직 거기까지는"

하나은행 “권종별로 통장 필요해”

임혜현 기자 기자  2011.01.03 08: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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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은행이 지난 2009년 차세대시스템(일명 팍스하나)을 도입한 가운데, 이와 관련 외환 관련 운영 등에서 실질적으로 효율 제고가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세대시스템은 전산관련  운영면에서 날이 갈수록 용량과 처리복잡성이 더해지면서, 장기적 투자대비(ROI)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개편시스템 도입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는 하나, 더욱이 하나은행 같이 M&A를 여러 번 거치면서 성장을 해 온 경우에는 통합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2009년 5월 차세대 시스템 개발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꾸민 '팍스하나 스토리'에서 전산망의 뒷받침 없이 영업을 확장하는 일을 돛단배에 항모 갑판을 다는 일과 같이 무모한 일이라는 식으로 서술, 대대적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하면 고객대응채널이 단일화돼, 개별적인 고객의 요구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었다. 보안과 안정성도 강화가 가능하다고 개편 당시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로 차세대시스템이 완성된 이후, 하나은행쪽에서는 차세대시스템을 통해 얻는 투자효과가 약 8817억 원에 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새 시스템 출범 당시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은 "이 시스템을 통해 영업 및 마케팅 역량을 한 차원 높여 다른 금융 회사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같은 '경쟁력의 한 차원 강화'라는 기대감은 적어도 외환 관련 영역 등에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 글로벌 환경 속 주먹구구 방식 상존해

외환을 직접 예금하는 상품은 은행권으로서는 놓치기 어렵다. 수요층이 넓지는 않으나, 유학 자녀 뒷바라지나 무역 등 업무관련 송금 등 장기적으로 채널을 갖고 있으려는 성향층이 가입을 하며, 액수도 작지 않게 이용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은행의 외화예금 통장 실태는 현실적으로 일부 불편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에서 외화통장을 개설한 본지 기자는 이상한 부분을 발견, 29일부터 30일 아침까지 여러 은행에 관련 내용을 비교, 유사 상품을 개설하거나, 조회를 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유로화와 달러화를 예금하려는 통장을 만들겠다고 하자 '하나로통장(외화)'을 개설하도록 하였다. 진행 내역을 보면, 하나로통장(외화) 106-910006-*453*(EUR)에 '10.00(외화현찰)', 또다른 하나로통장(외화) 106-910006-*393*(USD)에 '외화현찰 10.00'으로 별건으로 만들도록 했다.

"원래 이렇게 따로 만드느냐? 한 통장에 미화 얼마, 유로 얼마 그리고 엔화 얼마 식으로 같이 담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같은 날 신한은행(여의도금융센터)에서 개설한 '외화체인지업예금'을 보면, 180-005-4*569*으로 개설토록 하였다. 그런데 "권종에 따라 통장을 별건으로 만들어야 하는가"를 묻자, "그렇지 않다"고 하고 "0으로도 일단 개설은 가능하고", "한 통장에 별개의 통화가 잔고를 모두 표시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이 신한 통장은 현금으로 맡긴 USD를 'CA 10.00'으로 권종을 달리해서 차후에 쓰고 싶다고 하자 EUR을 'TR 0.00' 즉 송금용 구매된 외화를 같이 담은 통장이라고 표시(다만 그 잔고가 0.00인 허무 상황)라고 처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신한은행에서는 유로와 달러 두 권종의 통장을 하나로 발급해 주지만(상단), 하나은행은 두 권종으로 거래하려는 고객에게 각각의 통장 2건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하단).

타 은행 사례를 문의를 통해 조회하거나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 역시 여러 통화 권종을 한 번에 예치할 수 있는 상품을 갖고 있으며, 광주은행에도 여러 종류의 외국통화를 하나의 통장으로 거래할 수 있는 '멀티통화외화예금'이 있다. 외환은행 본점영업부 직원 역시 "(달러 외의 통화를 예치하는 경우) 수수료가 들어가므로 다른 외화를 예금하는 걸 권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권종을 한 통장에 담을 수는 있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오히려 문의를 하는 고객에게 "(통장 이면의 마그네틱 선을 가리키며) 통장 하나에 한 거래밖에 안 들어간다"(여의도지점)고 말했다.

심지어 이같은 점은 하나로통장(외화) 외에 새롭게 이윤 등 매력 요인을 담아 내놓은 신제품에서도 구태의연하게 반복 중이라 더 충격적이다. 하나은행은 하나로통장(외화)만으로 잡기 어려운 고액 유치 성향 고객을 노리고 높은 이율 보장  등을 내건 외화서비스 하나 통장을 따로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 인사동지점의 설명을 종합하면 "하나로통장을 만들든 외화서비스 하나 통장을 만들든, 권종별로는 별개"이며 "다른 은행도 그런 것으로 안다"는 답을 내놓았다.

따라서, 결국 '은행계 분위기 자체를 모르며', 차세대 시스템을 만들어 역량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그 역량이 일정 영역에서는 다른 은행도 다 통합하는 통장조차 따로 들고 다니게끔 할 정도로 일반 고객은 물론 법인 거래에 은행 측 금융 서비스의 세심한 배려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 첨단 인프라 운용의 묘미 떨어져

간단히 말해, 송금을 여러 권종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써야 하는 사람 혹은 법인이라면 하나은행의 이같은 설명에 대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명약관화하다.

하나은행이 타은행에 비해 외환영업이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는 평을 면하지 못하는 대목은, 해외 진출 점포가 적다거나, 외환은행이 이 영역에서 워낙 타경쟁자들의 추종을 불허하며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통장 하나와 두 개 이상, 당신이 경리라면 어느 은행과 거래하시겠습니까?
즉, 이같은 상황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대로 외환은행을 인수해도 좋은 인프라를 오히려 시스템 통합이라는 상황으로(당분간 1지주 2은행으로 간다고 하나, 결국은 하나로 합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사장시킬 것이라는 기우 역시 낳고 있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지난 29일 오후 폐점 시간 임박한 무렵에 일선 지점 현장 업무와 하나은행 ATM 등 거래 여러 영역이 일시중단되는 전산 장애가 발생한 사례는, 차세대시스템 도입이 과연 잘 된 것인가, 잘 안착했는가 여부를 따질 때에 오히려 작은 불상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은,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이 국민은행에서 차세대 시스템 신기술팀장을 맡은 바 있는 인재를 끌어들여 성사시킨 역작이다.

하나INS에 몸담고 있는 조봉한 씨가 바로 그 인물인데, 아무리 여러 인재들이 매달려 '여러 접점에서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고객이 빠르고 편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꿈의 무기'를 만들어 낸들, 실제로 이처럼 다른 은행은 단순히 그리고 당연히 하는 일조차 처리를 못하는 무용지물이라면, 혹은 그런 무용지물처럼 대강 쓰고 있다면, 하나은행이 당초 추산한 투자효과는 언제 달성될 것인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