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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치료제, ‘나이제한 2013년까지’ 논란

사용제한 기준, 의료적·임상적 근거 아닌 보험재정 부담 때문

조민경 기자 기자  2010.12.30 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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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건복지부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에 대해 보헙급여 나이제한을 2013년까지 유지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혈우병치료제는 크게 헌혈한 혈액에서 분리해 제조하는 ‘혈액제제’와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유전자재조합제제’로 구분된다. 보험급여 나이제한은 이 중 유전자재조합 제제에 대해 1983년 1월1일 이전 출생자에게는 보험을 적용해 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혈우병은 혈액 내 응고 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해 출혈이 일어났을 때 지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약 2000여명의 혈우병 환자가 있다.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매년 30~4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나이제한, 의료적·임상적 근거 없어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의 경우 지난 2003년 국내 발매와 동시에 나이제한이 유지돼오고 있다. 이로 인해 27세 이하 환자들(1983년 1월1일 이후 출생)은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를 사용해오고 있지만 28세 이상 환자들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혈액제제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나이제한 기준은 의료적, 임상적 근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혈우환우 협회인 한국코헴회 김영로 사무국장은 “나이제한에 대해 의료적인 근거가 있다면 환자들이 반발할 이유가 없다”며 “보건복지부에서는 보험재정, 가격차이 때문에 나이제한을 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재과 정영기 서기관은 “혈액제제와 유전자재조합제제는 약효는 동일하나 가격에 차이가 있다”면서 “비싼 유전자재조합제제의 경우 나이제한을 둬 보험재정 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혈액학 전문가 폴 레오 프란시스 지안그란데 박사에 따르면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유전자재조합제제는 모든 혈우병 환자들의 기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또 혈액제제를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 감염 등 안전상의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혈우 환자들은 지난 8년간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나이 제한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김영로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에서는 ‘유전자재조합제제 약가를 혈액제제인 그린모노(iu당 586원)의 약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이 인하되면 나이제한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약가, 혈액제제보다 낮게 결정됐음에도…

그러나 지난 11월4일 유전자재조합제제인 ‘코지네이트FS’ 약가가 혈액제제인 ‘그린모노’(586원)보다 75원 낮은 511원에 결정됐음에도 불구 보건복지부는 나이제한 철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코헴회는 보건복지부가 8년째 나이제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약가 인하 시 나이제한 철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지난 11월24일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 의거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기본요건을 판단하고 있으며 이후 심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혈우병 치료제.

정영기 서기관은 “유전자재조합 제품 가격이 혈액제제와 유사한 수준이 되면 나이제한을 풀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며 “최근 유전자재조합 제품이 가격 인하를 했으나 혈액제제인 ‘그린모노’가 오는 1월1일부터 약가를 485원으로 내려 유전자재조합제품보다 가격이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지난 21일 기존 나이제한이 없던 혈액제제 2가지 중 하나에 나이제한이 고시됐다. 28세 이상 환자들은 혈액제제인 ‘그린모노’(586원)와 ‘모노클레이트-p’(647원)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그린모노’에 비해 약가가 비싼 ‘모노클레이트-p’에 나이제한을 둠에 따라 28세 이상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혈액제제 중에서도 ‘그린모노’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특정 제약사 약품만을 사용하도록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헴회 측은 “한 가지 약품으로 환자를 치료하라는 위험한 발상이다”고 말했다.

유전자재조합 제제 약가 인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는 1월1일부터 적용되는 ‘혈우병 치료제 급여기준 고시’ 개정안에서도 현행 나이제한을 2년간, 즉 2013년까지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