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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 한류, 신한은행이 시동걸었다”

[현지취재] 금융계의 신화, 신한Way를 답하다 -③

이종엽 기자,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29 10: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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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폼 잡으려고 하지 마라. 순간의 우쭐함은 반드시 망하게 할 것이다”

다소 살벌하게 들리지만 적진에 있는 장수라면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세계를 호령하던 경제 대국 일본이 최근 ‘잃어 버린 10년’을 넘어 ‘잃어 버린 20년’이라는 말들이 들리지만 아직 그들의 자산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적신호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세계를 상대로 한 대한민국 금융권의 불꽃 튀는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즉 갈라파고스 섬과도 같은 이질적인 환경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문을 두드렸지만 일본은 끝내 그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금융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 났다. 적진에 단기필마(單騎匹馬)로 뛰어들어 일본 금융 시장에 당당히 외국계 은행에 사실상 최초의 현지 법인화를 이룬 곳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신한은행이 100% 출자한 SBJ은행(Shinhan Bank Japan). 한국 금융사 50년 동안 자주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평을 한번에 날려 버린 곳이 바로 신한은행 일본 법인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한 것이다.

◆日 금융도 놀란 파격의 연속

일본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제로 금리가 계속되고 있어 예금의 매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SBJ 은행은 “은행은 금리로 말한다”같은 자극적인 캐치 프레이즈를 내세워 일본 금융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버블 경제 붕괴 후 초저금리 상황이 계속됐고 저금리가 상태에서 당연히 은행 예금 금리도 오르지 않는 순환구조를 가졌다. 현재 일본 시중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정기 예금에 이자는 연 0.07 % 정도.

예를 들어 100만엔을 맡겼다 하더라도 약간의 수수료를 공제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0%) 이하 수준이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SBJ는 지난 해 9월 14일 설립과 동시에 기존 시장과는 차별화 된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5년 만기 년 2.0 %, 1년 만기 1.4 %라는 당시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했다. 결과는 당연히 대성공이었다.

재일동포들의 예금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지 법인화를 통해 일본 예금 보험기구에 가입할 수 있어서 고객에게는 안정성을 제공해 일본 현지인 예금율이 무려 90%에 달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후 SBJ는 지난 10월 기준 총자산 4070억엔, 영업이익 10억엔을 올려 일본내 금융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J은행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인균 부지점장과 이형준 부지점장은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에서 느끼는 힘든 부분이 있지만 최근 SBJ의 공격적인 경영행보에 놀란 일본 시중은행들을 보면서 자신감은 넘어 긍지를 신한은행의 일원으로 긍지를 느낀다고 전했다.<사진 좌측 부터>

◆일본 최초 현지법인화 은행

SBJ의 성공신화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1982년 재일동포들의 100% 출자에 의해 설립된 한국 최초의 순수 민간 자본 은행으로 1986년 오사카지점을 개점하면서 본격적인 일본 공략에 나섰다.

그후 신한은행의 글로벌 전략과 발 맞춰 현지 법인화를 진행했지만 일본은 쉽게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지방은행 M&A.

하지만 이 역시 지역 폐쇄적인 전통과 봉건적인 금융 인식으로 인해 가로 막히자 정공법인 현지 법인화를 추진하게 됐다. 당시 일본에는 씨티은행이 외국계 은행으로 처음으로 현지 법인화에 성공했는데, 이는 과거 개항기 시절인 1860년 일본 요코하마에 씨티은행 출장소가 생기면서 이후 자연스럽게 지점으로 전환돼 2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계 은행에 일본이 직접 문을 열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일본 금융감독기관은 물론 각종 기관의 수 많은 절차를 통해 은행업 면허를 따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SBJ은행 오사카지점 전경.
둘째, 과감한 경영 스타일이다. 이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생은행으로 기존 은행과의 경쟁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은 필수 요건. 제로 금리에서 최대 2.0%라는 일본들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에 SBJ은행의 인기는 상한가를 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갖췄다.

아울러 대장성 출신으로 경제 협력 개발기구(OECD) 일본 대표부 참사관, 세계 은행 일본 대표 이사 등을 지낸 미야무라 사토루(宮村 智)라는 걸출한 인물을 영입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손 꼽힌다.

마지막으로 고국에 대한 애국심이다. 신한은행 역시 재일동포들의 힘겨운 삶 속에서 일궈낸 금융신화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한 정신으로 일본으로의 역진출은 남아 있는 재일동포는 물론 글로벌 금융 전쟁에서 엔화 확보라는 사명감을 띄고 적진으로 뛰어든 불굴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 한 일.

이 삼박자가 모두 갖춘 SBJ은행의 성공 신화는 이제 일본 금융 한류를 넘어 새로운 질서 재편에 당당히 그 이름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일본 오사카= 이종엽 기자 lee@newsprime.co.kr,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