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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 ‘작전’ 뺨치는 진짜 작전들

박중선 기자 기자  2010.12.29 08: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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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주식시장을 다뤘던 영화 ‘작전’은 주식시장 이면에서 벌어지는 두뇌 싸움을 조명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우리는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을 두고 ‘영화 같은 일’이라고 표현하곤 하지만, 기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아닌 현실을 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사채업자, 기업사냥꾼, 주가조작단으로 구성된 조직폭력배들이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뒤 주가조작, 가장납입, 횡령 등으로 수백억원을 고스란히 챙긴 사실이 적발돼 사회를 경악케 했다. 이들의 범행으로 인해 2001년 대한민국 최우수 벤처기업상을 수상할 정도로 유망했던 벤처기업은 지난 3월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네오세미테크를 떠올렸다. 이 기업은 한 때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이르렀고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장관이 취임 후 ‘차세대 일류 상품’이라며 방문할 만큼 유망한 회사였다. 그러나 상장폐지로 인해 주식은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됐고 투자자 7000여명을 큰 충격으로 빠뜨렸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올해 10대 뉴스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처럼 상장폐지와 작전세력에 의한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났다. 어렵사리 나선 감독 당국의 일성(一聲)은 ‘거래소의 업무부실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는다’는 것.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기자가 거래소의 입장이라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보고 나무라는 꼴’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물론 거래소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금감원이나 거래소나 각기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금감원이 한국거래소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듯한 모양새는 어색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네오세미테크 퇴출과정에서 거래소가 투자 보호를 위한 시의적절한 시장 조치를 취했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상처가 곪아 터질 때까지 네오세미테크에 대한 감사를 똑바로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작전주는 주식가격이 싸서 물량이 많고, 거래량이 적은 기업이 주된 대상이다. 물론 대박을 노린 눈먼 개미투자자의 한탕주의도 한몫 했겠으나, 주가조작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는 주식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이처럼 피해가 눈에 보이는데도 감독 당국은 아직도 마땅한 규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처벌 또한 솜방망이 수준이라 걸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작전세력들은 대담하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려는 생각에 골몰해 있다.

현재 작전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5일 연속 상한가가 지속될 경우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이상급등 종목으로 분류해 거래정지를 시키는 방안 정도가 있다. 작전세력들은 이에 대해 4일 상한가에 조정을 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를 피하고 있다. 법망이 이토록 허술하단 얘기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주가조작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회사들이 회사명과 최대주주의 이름만 바꾼 채 여전히 주식회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오세미테크 사건이 발생하자 감독 당국과 거래소는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호들갑을 떨었다. 우회상장의 문턱을 높이고 ‘투자주의 환기 종목 지정제도’를 내놓았으나 고기 떠난 후 그물 던지기였고, 그 그물마저 엉성했다.

현실은 이미 영화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시스템 매매를 통하는 등 다다양한 작전이 호시탐탐 기업들을 노리고 있다. 감독 당국과 거래소는 항상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나서야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후약방문식 관행을 버려야 한다. 부실기업은 철저히 솎아내고 우회상장을 통해 부실기업 진입장벽을 더욱 견고히 하는 등 사전예방 대책을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