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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자칭 세계 최고의 사기꾼 ‘장병영’

이종엽 기자 기자  2010.12.28 12: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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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학에서 가르치는 수 많은 학문 중 아주 특이한 학문이 있다. 이 학문은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점점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위축된 환경 속에서도 여러 분파로 나뉘면서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등을 돌려 학문적인 비난을 넘어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오죽했으면 수 많은 학문 중 재야(在野)학자가 있는 유일한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의 학문은 바로 역사 즉 사학(史學).

주류이자 기득권인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는 강단사학과 이와 반대되는 분류를 재야사학이라 통칭한다. 많은 재야사학자 중 수년 간 알고지낸 이가 있으니 바로 장병영씨다.

장병영은 재야사학자이며 역사 운동가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보기에는 약간 맛이 간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는 각종 언론매체와 인터넷에 역사의식 되찾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지난 10년 동안 넘게 낮에는 역사에 대한 글 쓰고 밤에는 대리 운전하면서 ‘민족혼 되찾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신군부의 5.17 언론통폐합 때 해직기자이기도 해 개인적으로 보면 기자 선배 중 까마득한 고참 선배인 셈이다.

주위의 많은 이들이 “왜 그런 힘든 일을 하느냐”물으면 “나도 모르겠다. 아마 맛이 가서 그런 모양이지”라며 웃지만 그는 돌아서서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죽여 운다.

같은 역사를 전공한 기자의 입장에서는 가슴까지 먹먹해진다. 그 눈물의 의미를 알기에…

장병영은 그는 소위 우리 사회에서 말하면 ‘성골’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출신학교는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는 곳에서 철학과 미학을 공부했지만, 그는 그냥 S대라고만 밝힌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원에 있는 대학은 모두 S대라며 웃는다.

차라리 지방의 작은 대학을 나왔으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속으로 냉소한다. 그러며 덧붙이는 말이 있다. S대는 ‘모래알 같은 녀석들이라서’, ‘너무 똑똑하여 친구였다가 금방 적이 되는 인간들이며’, ‘끈끈한 인간미나 유대감도 없을 뿐더러, 의리도 없다’고…

   
장병영을 역사의 길로 이끈 것은 민족주의 사학의 최고봉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이런 공허한 웃음은 서로 마주보기에 민망할 정도이다. 그는 끝내 역사운동에 출신학교가 무슨 상관이냐며 막걸리 한잔을 권한다. 장병영이 단재 선생과 안중근 선생의 정신을 잇는 일을 한 지가 10년이 넘는다는 것을 기자는 잘 알고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신중화주의(新中華主義) 전파라 강력히 비판하며, 공개토론을 제의해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도 있다.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가 맛이 간 인간, 그러나 품격있게 맛이 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이어서 자신을 ‘전무후무한 사기꾼’이라 스스로 평한다. 그는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 생수라는 실체를 갖고 사기를 쳤지만, 자신은 고조선과 고구려 정신으로 사기를 치니 세계 최고의 사기꾼이라면서 웃는다. 그의 웃음은 호탕하지만 그림자에는 쓸쓸한 여운이 잔뜩 묻어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던가. 맛이 간 친구들이 장병영을 도와주고 있다. 바로 서울대 교수이자, 사업가이며, 소설가인 임동주다.

그는 서울대 교수, 유능한 수의학자, 무역회사 CEO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무엇이 아쉬웠는지 모르겠다. 임 교수는 한 달에 한 권씩 통사형식의 역사대하소설 ‘우리나라 삼국지’(전11권)권을 12년에 걸쳐서 펴내고, “죽을 고생을 했다”며 천진스런 웃음을 짓는다.

이 대하소설은 배한성, 이기덕, 송도순 등 국내 최고의 성우들 연출로 한솔에서 DMB로 제작해 1년 넘게 방송됐으며, 현재 동아일보 출판국에서 ‘어린이 우리나라 삼국지’ 만화로 제작 보급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소설가 방영주이다. 그는 춘원 이광수의 삶의 궤적, 그리고 춘원은 친일파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한 애국자라며 세간의 속설을 뒤 짚은 ‘돌고지 연가’와 고구려 웅혼한 기상을 밝히는 ‘대무신왕’ 등 9권의 책을 출판하고 50여 편이 넘는 중편과 단편을 각종 문예지에 발표했다.

서울의 공립 고등학교 교직원 자리를 소설을 쓰기 위해 내팽개친 사람이기도 하다. 방영주는 지금 평택에 ‘평택문학아카데미’를 열고 문하생을 지도하고 있다. 인터넷 중심인데, 문하생들은 서울, 미국, 대구, 광주, 울산 등에 흩어져 있다. 요즘은 지치고 힘이 든 모양이다. 그러나 문하생을 함부로 내칠 수 없어 지도를 계속하고 있다.

장병영은 이런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좌절하지 않고 제 길을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외상으로 타고 다니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돈과 인연이 없으니 막걸리 한 사발, 담배 한 갑만 있으면 행복한 삶이 아니냐며 웃는다.

30년만에 찾아온 강추위와 삭풍으로 전선줄이 부대끼며 울고 있다. 장병영은 옷깃을 여미며 외로운 몸뚱이를 웅크린다. 그리고 바삐 집으로 향한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논단집- 2·3’ 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 책자는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소, 그리고 편의점 등에서 제대로 된 우리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을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기까지 많은 과정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장병영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이것 역시 그와 뜻이 같은 맛이 간 그의 동료들이 함께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