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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시가 만나는 소통 공간 마련

박지영 기자 기자  2010.12.28 09: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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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여년간 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온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을 내 손안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광화문글판의 아날로그적 컨텐츠를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

   
교보생명은 28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광화문글판'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화문글판' 스마트폰 앱 화면 캡쳐.
이 앱에는 그 동안 내걸렸던 광화문글판 30여개 글귀와 이미지가 담겨 있다. 사랑, 용기, 위로, 희망을 주제로 구분돼 물이 흐르는 듯한 슬라이드 효과로 표현된다.

또 관심 있는 글판 문안을 사진으로 저장하거나 ‘친구에게 보내기’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전송해 줄 수도 있다. 글판에 실린 문안뿐만 아니라 원문까지 감상할 수 있어 감동은 배가 된다.

이번 앱은 시민들 요구에 의해 개발됐다. ‘광화문글판 블로그’에 방문한 수많은 시민들이 스마트 폰 어플리케이션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한 것.

한 네티즌은 “글이 너무 좋아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해 주고 싶어요”라며 앱 개발을 제안했다. 또 한 네티즌은 “광화문글판은 계절이 바뀌면 다시 볼 수 없잖아요. 글판의 향기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아이튠즈나 아이폰의 앱 스토어에 접속해 ‘광화문글판’을 입력하면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광화문글판 앱은 아이폰에서만 가능하다.

최첨단의 상징인 스마트폰과 아날로그적 상징인 광화문글판이 조화를 이뤄 글판의 감성적인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광화문글판의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모바일 환경에서도 이어져 더 많은 시민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Tip] ‘광화문글판’이란…

올해 20년을 맞은 ‘광화문글판’은 1991년 1월 교보생명 신용호 창립회장 제안으로 광화문 사거리에 처음 얼굴을 내민 이래,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초기의 문안은 구호, 계몽적 성격의 직설적인 메시지가 주로 담긴 표어와 격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고통과 절망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자 신용호 창립회장은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이듬해 봄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안이 걸리면서 드디어 광화문글판에 시심(詩心)이 녹아들었다.

광화문글판은 이후 시의적절한 문구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IMF 외환위기로 인력구조조정이 횡횡하던 지난 1998년 겨울, 그 당시 걸린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는 고은 시인의 시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줬다. 2000년 봄에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라는 문안으로 밝은 미래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전파하기도 했다.

1년에 4번,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새 옷을 입는 광화문글판의 문구는 문학인, 교수,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된다. 교보생명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들의 공모작과 선정위원들의 추천작을 놓고 여러 차례의 투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 선정한다.

지금까지 공자, 헤르만 헤세, 알프레드 테니슨,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고은, 도종환, 김용택 등 동서고금의 현인과 시인 40여명의 작품이 광화문 글판으로 재탄생 했다.

광화문글판은 2007년 12월 사람이 아닌데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8년 3월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됐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광화문글판 블로그를 만들어 광화문글판을 아끼는 시민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광화문글판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에도 강남 교보타워, 천안 연수원(계성원), 대전, 부산, 광주, 대구, 제주 등 7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