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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탈레반 vs 소련’같은 ‘외환노조 vs 하나’

신한+조흥 사례 역주행 예고…‘감성통합+신속종결’ 못하면 수렁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28 0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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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금은 종교적 신념에만 얽혀 테러범인 오사마 빈라덴을 감싸고 돌고 여성의 코나 자르는 광신도 집단쯤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탈레반은 과거 1980년대만 해도 막강한 육상-공중전력으로 육박해 들어온 소련군에 맞서 싸운 투사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나 고작 구식 소총만 갖춘 탈레반 기병에 소련군이 고전했던 모습은 아프가니스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인식하게 했다. 이른바 ‘정신력의 승리’. 오늘날 한국 금융재편 지형 격변 현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외환은행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하나금융그룹은 M&A 건 성패는 물론 연쇄적으로 ‘충격파’를 맞을 추가 우려까지 제기된다.

   
하나금융은 본사 앞에서 외환은행 노조원들의 거센 '하나금융의 외은 인수 반대' 항의 시위를 겪는 등 극심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와 매각협상을 추진하고 나서자 금융권은 크게 요동쳤다. 하나금융은 당초 우리금융의 민영화 국면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 중 하나로 꼽혔다. 인수 능력 면에서 다른 후보 주자들보다는 우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을 뿐만 아니라, M&A 노하우에서도 보람은행, 충청은행은 물론 관록있는 서울은행을 합쳐본 경험이 높은 평가를 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당분간 1지주 2은행 체제로 유지하겠다는 뜻도 나타내 여러 번의 인수 노하우를 살려 일을 매듭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외환은행 노조의 저항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프로파간다의 힘’ 인수능력 의문

하나금융으로서는 우리금융을 일정 부분 인수 목표로 기정화 하는 듯한 평가를 받아 온 만큼 그 준비 면에서 외환은행 인수 추진이 큰 무리수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인수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나타냈다. 이 같은 공세는 ‘프로파간다(선전전)’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지만, 때마침 거대한 의혹으로 부풀어 오른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브리지론 논란과 연결되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즉, 주식매수대금을 평가함에 있어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외환은행 매각에서 매번 족쇄로 작용해 온 ‘해외자본 먹튀론’이 다시 점화되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이는 스스로 지형지물을 잘 아는 점만을 최대한 살린 게릴라전 방식으로 소련군에 대응했던 탈레반의 저항 능력과 미국 등 서방 언론의 도움을 결합시킨 사례와 유사하게 평가할 수 있는 양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내부결속 다지고 외부공격세력 흔들고

특히 이 같은 공세적 방어에 나선 외환은행 노조는 외부적 시선이 하나금융에 비판적으로 쏠리게끔 하는 데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 번 KB금융 회장 낙마를 둘러싸고 신관치금융 논란에 휘말린 데다, 애초에 외환은행 부실 평가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금융당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국으로서는 부담을 갖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외환은행 노조는 외부적 자료 제공과 인터뷰 등을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는 등<사진 참조> 내부 결속에 힘을 쓰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 측의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연봉 차이 등에 의한 밥그릇 싸움으로 볼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은행은 그간 론스타 치세에서 다른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고액의 연봉을 누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는 론스타에 대해 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어 임금협상 등에서 노조에 밀릴 수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에서 외환은행 노조가 내부 단속을 하고 나선 데다, 하나금융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 즉 하나와 보람, 충청, 서울 등의 합병 과정에서 드러난 출신 은행별 차별 대우 논란이 먼저 불거지면서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나금융은 자신들이 거느린 하나은행에서 과거 옛 서울은행 여직원들을 임금이 싼 직렬에 배치하려다 서울지방노동청이 남녀고용 평등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전력이 있어, 고액연봉 밥그릇 싸움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불이 번지는 기회를 잃어 버렸다.

이 같은 사정은 하나은행 내부 직원들이나 우호세력이 외환은행 노조나 관계자, 우호세력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들의 트위터 공세 등에 대해 초기에는 지나치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잘잘못을 떠나, 이같이 한쪽이 거의 제공권을 장악하다시피하며 지적과 공격을 펴고, 때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 개인에 대해서까지 거칠게 공격하는 상황에 한쪽은 자신의 상관에 대한 이 같은 반응마저도 모르쇠하다시피 하는 상황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심드렁한, 심지어 하나은행 공식 트위터마저 신변잡기로 떼울 망정 논리전은 전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형태는 하나은행 구성원들의 속내가 일정 부분 드러났다는 것으로 받여들여지고 있다. 남의 나라 공산혁명 수출 현장(전쟁터)에 끌려온 소련군인들과 독립투사라는 마인드가 뿌리박힌 탈레반 기병의 전투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점과 겹쳐 보이는 대목이다.
   
◆‘1지주2은행제’, ‘매트릭스제’ 등에 강한 저항 겹치면…

아울러 1지주2은행제를 당분간 시행하겠다거나, 하나금융이 다른 금융지주들에 비해 독특한 매트릭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점 역시도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하나금융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별개로 당분간 존치하겠다는 안은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 당분간 동거하면서 통합신한은행을 만든 과정과 유사하게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매트릭스 금융 시스템 안에서 하나은행이 기업금융과 가계금융으로 나뉘어 업무를 보는 상황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트릭스 구조는 기업금융에 강한 외환은행 출신과 리테일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 출신이 모이고 연대해 효과를 배가하기 보다는 따로따로 칸막이가 고착화되는 현상과 함께, 외환은행의 상대적 고액 연봉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은행으로서는 외환은행 직원 수준으로 자행 내부 출신들의 처우를 상향해 맞춰줄 수도, 그렇다고 이번에는 외부 출신의 피인수직원들을 떠받들고 사는 구조를 감수해 하나은행 출신들의 불만을 살 여지를 남기기도 어렵다.

아울러 IT부문을 먼저 통합할 것으로 내다보이는데, 하나아이앤에스로 외환은행 전산직원들을 대거 몰아내 합쳤다가는 금융권권 전산 아웃소싱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하나+외환 건을 통해 터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유사한 시기에 역사가 더 깊은 다른 은행을 삼켰던 경험을 공유한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합병건이 인가된 것은 2002년 11월22일이며, 신한과 조흥이 합친 것은 지난 2003년 6월9일이다. 그런데,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구 엘지카드와 구 조흥은행 인수 건의 여러 남은 문제를 아직 완전히 매듭지은 게 아니라고 할 정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에는 금전적 처리 문제 등을 논의하는 뜻이 강하겠으나, 각종 심리적 융화(화학적 결합) 등도 함께 언급된 총체적 평가로도 읽힌다. 그렇게 보면 유사한 때 큰 M&A를 처리한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합병 건의 여러 내부 문제를 모두 정리하지 못한 채 외환은행 인수의 각종 논란을 삭혀내야 하는 데 이 같은 소화력이 있을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더욱이 우량은행간의 대등 합병 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KB국민은행조차도(구 국민+구 주택간 합병) 금년초 고위급 전산직원 자살로 큰 충격에 휩싸였던 것을 상기하면, 이 같은 전산 문제만으로도 하나아이앤에스를 넘어서서 하나금융이라는 그룹 전반이 동티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은행장이 강한 영도력을 보이며 끌어안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매트릭스 직역별로 쪼개기 콘트롤을 하면서 현재의 외은노조가 보이는 파상공세가 지속된다면, 상황은 백년하청으로 갈 여지도 있다. 

◆‘감성적 결합’ 어려운 상황에 기습적 이미지 메이킹도 ‘난코스’

더욱이 신한금융은 신한과 조흥간의 ‘감성적 결합’(2003년 10월과 2004년 10월에 조흥과 신한 두 은행 부서장들간의 워크숍 진행) 못지않게, 일단 장기적으로는 1은행으로의 합병이 시작되면서 대로변, 중심가 지점 등을 우선적, 선별적으로 조흥 간판을 내리고 신한 간판으로 교체하는 양동 작전을 썼다.

이로 인해 화학적 결합은 물론 국민들에게 실질보다도 빠르게 통합 완성(성공)이라는 인식을 뿌리내리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같은 저항을 받는 와중에서는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데 큰 시간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고, 보람이나 서울 등 출신과의 앙금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하나은행에게는 이조차도 큰 난제다. 이런 와중에 상징적 간판 교체 같은 이미지 전략은 언감생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합병 선언과 추진이 일각에서 보는 것과 같이 김 회장의 금융지주 회장직 연임을 위한 공적 쌓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풀이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이는 김 회장의 금융 인생을 지나치게 외형적 실적 쌓기와 이미지 메이킹만으로 일궈온 것으로 폄하하는 것일뿐더러, 이번 외환 인수선언이 그같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소련의 아프간 철군 직후(9개월여 뒤)에 소련의 공산권 장악 능력 상실과 국력 저하 신호탄이 된 베를린 장벽 붕괴가 일어난 점은 하나금융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