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박광선칼럼]아듀 경인년, 월컴 신묘년

박광선 기자 기자  2010.12.28 08:21:0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경인년(庚寅年)이 저물고 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시작한 2010년 호랑이해의 출발이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끝자락이라니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인 것 같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며 향수에 젖는 것은 나약한 감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맘때면 습관처럼 한해를 반추하게 된다.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각오로 때론 잔잔하게, 때론 폭풍처럼 정신없이 뛰고 또 뛴 한 해지만 뒤돌아보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떠나려는 호랑이가 더욱 아쉽기만 하다.

물론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며 모든 일을 반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저물어가는 노을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 어느 때보다 사건과 이슈가 많았던 해가 경인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서민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고,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고조시켰으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분단국가라는 점을 지구촌에 각인시켰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로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2010년 대한민국은 조용한 날이 없었다.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사건만 해도 손으로 꼽기 힘들다. 가장 큰 사건은 북한의 대남 무력 도발이다. 우리 국민을 분노와 슬픔에 빠뜨렸던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인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11월의 연평도에 포격사건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는 등 대한민국이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실감하게 만든 한해였다.

내부적으로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이 우리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파행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문으로 불거진 공정성 논란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든 사건의 하나였다.

특히 연초부터 시작된 아동성범죄 문제는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암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여중생을 성폭행 후 살해한 김길태 사건을 시작으로 김수철 사건과 장안동어린이성폭행사건 등 잇단 성범죄는 우리를 진저리 치게 만들었다.

물론 행복한 소식도 적지 않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 베이징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잇단 승전보는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달래주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천안함 사건으로 희석됐지만 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마무리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었다.
경제계에서도 한반도를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적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다. 3월 위기론을 들고 컴백한 이회장은 삼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신수종 사업과 반도체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삼성그룹의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을 통해 3세 후계경영을 본격화한 것도 눈길을 끈 사건의 하나다.

신한CEO 3인방의 동반퇴진도 은행권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의 하나다. 신한은행의 신상훈 前 신한금융지주 사장 고발로 촉발된 신한사태는 결국 CEO 3인의 동반퇴진으로 이어졌으며, 이를 통해 치부가 드러나는 등 신한금융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 체결도 엄청난 사건이다. 매각절차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은 국내 3위 금융지주사로 부상하는 등 금융계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사다난해던 2010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슬프고 불행했던 기억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다.

다가 올 새해 2011년은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다.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토끼는 우리 민족의 심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고 약해 보이지만 영리하고 지혜로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교토삼굴(敎兎三窟)이라는 전략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토끼의 지혜가 경제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에 희망의 불씨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