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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볼보답게 삼류에 물들지 않길…

전훈식 기자 기자  2010.12.27 17: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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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05년 4월, 20대 인기연예인 김 모씨는 음주운전과 뺑소니사건으로 사법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기사회견에서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망언(妄言)을 남겼다. 이 표현은 앞뒤가 맞지 않고 설득력도 전혀 없어 당시 각종 패러디를 낳았다. 이후 이 연예인은 5년간 방송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볼보의 뉴C30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선택한 ‘가장 안전한 2011년형 모델’로 S80, XC60, XC90 등과 함께 선정됐다. 볼보코리아 김철호 대표는 “차량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모델에 볼보의 안전철학이 반영됨을 입증하게 된 계기”라며 볼보 안전성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날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 인정받은 볼보 4개 모델 중 2종 차량에서 23일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XC60은 충돌사고 발생시 앞좌석 고정 불량 현상이 나타났고 S80모델은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있는 문제가 발견됐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많은 모델이 리콜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몇 안 되는 모델에서 자잘한 결함이 자주 나타나는 것일뿐이고, 소수의 모델에 있어서 결함이 발생하지만 그것들을 제외하면 볼보는 안전하다”며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답했다.

통화 후 ‘자잘한 결함’이라는 말마디가 계속 남았다. 볼보 관계자에겐 ‘자잘한 결함’일 수 있겠지만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앞좌석이 불안정하게 움직인다거나 시속 100km 이상 속도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중 시동이 꺼지는 일은 운전자에게 결코 자잘한 일이 아니다.

5년 전 연예인 김씨가 했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답변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한국을 방문한 볼보 해외사업담당 렉스 케서마크스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주인은 누가 되든 상관없고, 회사의 고유 가치인 안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볼보’의 가장 큰 자산은 ‘안전 이미지’다. 하지만 볼보는 ‘중국으로의 매각’ 문제를 꽤나 의식하는 것 같다. 렉스 케서마커스 사장도 ‘안전 우선주의’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중국자본에 매각됐을지라도 명차로써의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이런 때 이번 안전문제가 불거졌으니 볼보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을 것이고, 기자도 이런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안전’이란 이미지는 ‘믿음’, ‘신뢰’와 맥이 늘 닿아 있다. 때문에 다른 누구도 아닌 천하의 볼보라면, 자사의 부족함을 솔직 담백하게 인정하고 보안책을 충실히 마련하는 것이 볼보다운 자세다. 또 차량에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했을 때 관련 모델 전체에 대해 정밀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볼보다운 행동이다. 


‘군자욕눌어언 이민어행(子欲訥於言, 而敏於行)’라고 했다. 말을 아끼고 무겁게 하는 것은 단지 겸손 때문이 아니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함이란 뜻이다. 

   
 
차량에서 발견된 결함을 광고로 치장해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속셈을 버리고 차라리 그 시간동안 차량 발전에 좀 더 신경 쓰길 권한다. 리콜 자체만 놓고 보자면, 긍정적인 의미 역시 크다. 하지만 잦은 리콜은 문제가 다르다. 200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년간 볼보는 모두 7번의 리콜을 실시했다. 리콜이 잦으면 불량품 이미지가 짙어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허풍을 떨고 거짓을 일삼는 삼류 비즈니스 세계에 볼보가 물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