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팬택의 자신감이 안쓰러운 이유

이욱희 기자 기자  2010.12.27 16:27:5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21세기가 접어들면서 세계 유명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더 이상 나이키의 경쟁자는 타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라 게임기 닌텐도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업종 간 경쟁뿐 아니라 다른 업종 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상이다. 

지난 21일에 팬택 스카이는 베가 후속 모델 4인치 화면의 ‘베가엑스’를 출시했다. 팬택 측은 기자간담회에서 베가엑스를 소개하며 “스카이의 경쟁자는 모바일이 아닌 PC”라고 했다. 또, 팬택은 ‘컴퓨터 속도를 비웃는다’며 베가엑스 관련 동영상을 보여줬다.

컴퓨터는 부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팬택은 베가가 컴퓨터보다 인터넷 부팅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개그맨 유세윤의 만화 캐릭터를 통해 베가엑스의 장점을 친숙하게 표현했다.

기자간담회 내내 팬택 측은 ‘PC보다 빠른 스카이 베가엑스’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팬택 임성재 마케팅본부장은 “내년에 태블릿(PC) 판매량은 5500만대로 예상하지만 태블릿도 휴대성 면에서 위협을 받을 것이다”며 “5년 안에 휴대성이 결여된 PC 제품은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 본부장은 “PC와 스마트폰의 경쟁은 스펙이 아니라 이동성 콤팩트 사이즈 등”이라며 “이 때문에 PC의 강력한 경쟁자는 스카이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데스크탑에서 노트북과 넷북를 지나 태블릿PC로 이어지는 PC시장을 보면 임 본부장의 말은 정확한 논리다. 또 지난 22일에 PC업체 델은 기자간담회에서 5인치 스마트폰 ‘스트릭’을 출시하며 “PC같은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이 두 기자간담회를 다녀온 몇몇 기자들은 “진정한 승자는 델이 아닌 베가가 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이유인 즉, 베가엑스가 PC를 이기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PC와 맞먹겠다는 스트릭보다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자는 팬택의 강한 자신감에 다소 의문이 들었다. 향후 ‘스카이’의 스마트폰 경쟁자가 PC라는 것은 이해하는데 베가엑스 관련 동영상이나 ‘PC보다 빠른 스마트폰’ 모토로 포지셔닝 하는 게 고개가 갸웃거렸다.

유세윤이 캐릭터가 나와 베가엑스를 설명하는 동영상은 모든 스마트폰이 가진 특성이다. 또, 출시되는 스마트폰들은 PC보다 부팅이 빠를 수밖에 없다. 팬택은 당연한 논리를 베가엑스만의 특별한 성능인 것처럼 치장하는 듯 보였다. 
 
PC업체인 델은 그렇다고 하지만 예전부터 모바일만 만든 팬택이 너무 상품을 과대포장한 건 아닌지, 우려도 됐다.  

   
 
베가엑스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한 기자는 베가의 빠른 인터넷 속도에 실감했지만, 아이폰, 갤럭시S, 디자이어HD 등 시중에서 판매중인 타제품과 비교했을 때, (팬택에겐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솔직히 별 차이를 못 느꼈다. 

베가 초기모델에 지적된 내장메모리 부족 등 소비자 불만이 모두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베가엑스가 나왔다. 아몰레드(AMOLED) 수급 차질로 베가엑스 디스플레이를 TFT LCD로 장착했다는 점도 아직 팬택이 헤쳐 나가야 할 관문인 것 같다. 

팬택이 보여준 ‘자신감’은 좋다. 하지만, 그 자신감을 채울 수 있는 알찬 내용도 함께 준비돼야한다. 솔직히 따진다면, 팬택의 상대는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아이폰 열풍’을 일으킨 애플이 먼저이지 않을까. IT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식기세척기를 판다해도 고객들은 그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팬택도 이런 애플만큼 자신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