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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멜레온 같은 1.2조원의 결말은

이용석 기자 기자  2010.12.27 15: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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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현대그룹은 지난 24일 양해각서 효력 유지 가처분 소송의 2차 심리에서 또 다시 말을 바꿨다. 이번에는 브릿지론이 아니고 ‘브릿지론과 유사한 형태의 대출’이라고 말을 번복했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1.2조원의 성격을 총 4번이나 바꾼 셈이 됐다. 처음에는 자기자금인 예금에서부터 출발하여 대출금으로, 또 브릿지론에서 이제는 브릿지론과 ‘유사한’ 형태의 대출이라고 말이다.

1.2조원이라는 자금의 색깔이 현대그룹에 의해 그 색깔이 천차만별로 변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어떠한 자금성격으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현대그룹은 이 대출을 다른 조달방안으로 대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이제 그 실체 여부마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간 1.2조 자금의 실질적인 제공자로 거론되던 넥스젠 캐피탈이 재무적 투자자로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대신 새로운 컨소시엄의 멤버가 되는 방안과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을 컨소시엄 멤버로 유지한 상태에서 증자 등의 방법으로 현대상선 프랑스의 최대주주가 넥스젠 캐피탈이 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자금출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함으로 인해 양해각서가 해지되고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조달방안으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주먹구구식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작금의 이 사태를 지켜보는 기자로서 씁쓸한 마음 뿐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과 입찰에서 1점미만의 점수 차로 가까스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었다고 한다. 반대로 현대자동차는 입찰에서 떨어졌다. 채권단과 단둘이 입찰하고 협상했다면 이제 와서 불거진 의혹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용납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입찰 시에도 경쟁자가 있었고, 지금도 예비협상대상자로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제 3자가 있다. 브릿지론을 예금으로 바꾸는 작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이제는 그 방법이 드러나자 ‘앞으로 잘 하면 될 것 아니냐’면서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설령 현대그룹이 협상 기회를 계속 얻어 해당 조달 방안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 형태가 증자이던, 컨소시엄 멤버 교체이건 간에 결국 넥스젠 캐피탈이 현대건설 주식을 시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인수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과연 수익보장과 원금회수에 대한 아무런 장치 없이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넥스젠 캐피탈은 파생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피해도 감안해야한다. 즉, 넥스젠 캐피탈에게 향후 현대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다던가, 풋백 옵션이나 그와 유사한 수익보전 약정을 맺을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경험으로 보건대, 지금 1.2조원의 대출이 무담보 무보증의 6% 미만의 금리가 맞다고 하면 그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기된 수많은 의혹투성이의 현대건설 M&A가 이제는 법정까지 왔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많은 의혹을 가졌던 이유는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그를 입증하기 위해 제시하는 ‘증거’조차도 새로운 의혹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제 현대건설을 가운데 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M&A는 이제 라스트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대그룹이 마지막 서면 답변을 제출하고 나면 빠르면 연내로 법원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현대그룹은 ‘사후약방문’격의 확정되지도 않은 제안이나 ‘브릿지론’과 유사한 ‘대출’이라는 식의 논리 보다 법정 앞에서 부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해명과 증거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