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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 비씨여도 좋다’? 뭔가 이상해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26 17: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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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극장에 가면 잠시 본편이 시작하기 전에 각종 극장용CF를 보게 된다. 그런데 연말 극장을 찾은 기자는 잠시 CF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택이 다 다른 비씨니까, 또 다른 비씨여도 좋습니다’
   
해당 광고(CF)의 한 장면. 우리은행 카드(우리V카드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짐) 하단에 비씨카드 회원사 마크가 선명한 장면으로 삽입했다.
바로 비씨카드 광고였던 것. 비씨카드 광고의 놀라운 설득력에 기자도 혜택 좋은 카드를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지경이었는데, 순간 이 같은 느낌 외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지나갔다.

영화를 보고 귀가한 기자는 노트북과 이전에 쓴 기사들 같은 관련 자료를 훑기 시작했는데, 비씨카드의 이 극장용 걸작 CF는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을 들었다.

실제로 기자가 하나은행 ***지점에 방문, 하나SK카드의 홍보물들을 2종 챙겨본 결과, 이 회사의 홍보물에는 카드를 세 장 이상 발급 신청하는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작은 글씨로나마 쓰여 있다. 

이번에는 카드와 관련된 타사의 기사와 본 기자의 졸고들을 조회했다.

2009년 4월부터 신용카드사들이 카드를 3장 이상 소지한 사람에 대한 신용평가를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2009년 3월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20개 카드사들은 4월1일부터 가입자 정보공유 대상을 현행 ‘4개 이상 복수카드 소지자’에서 ‘3개 이상 소지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매월 한번씩 ‘신용카드 개설정보’를 교환해 복수(3개 이상) 신용카드 소지자 및 신용카드 이용실적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아울러, 카드를 3장 이상 보유한 사람은 사실상 신용평가가 크게 강화돼 현금 서비스를 자주 받거나 연체기록이 있으면 카드 사용한도 관리 대상에 포함되거나 대출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연타’로 ‘매타작’을 당할 수 있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한 해 뒤인 2010년 3월29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별로 자체 휴면카드 정리 계획을 세워 추진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나섰다. 금감원 김영기 여신전문총괄팀장은 “카드사가 안내장을 발급하는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휴면카드 회원에게 전화 안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휴면카드를 정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본 기자는 이 CF에 다음과 같이 우려를 제기하고자 한다. 비씨카드는 은행들이 공동으로 카드관리망으로 발족한 데서 연원하는 회사다. 그러므로 비씨카드는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회사인 동시에 국내 여신업 발전을 위한 일종의 인프라 즉 공공관리재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즉, 우리들이 즐겨 말하는 금융 ‘기관’의 전형적 사례에 속한다.

그러한 비씨카드의 이번 CF는 ‘혜택이 다 다르니까 또 비씨여도 좋다’면서 여러 개의 공동회원가입사 카드들을 비춘다. 그런데, 그 명단을 보면 NH농협카드(비씨카드)를 필두로, 우리은행카드(비씨카드)를 위시하여 IBK카드(비씨카드), 하나SK카드(비씨카드), 신한카드(역시 비씨카드 마크가 오른쪽 하단에 있음)등 총 5종을 나열한 뒤 그 끝엔 비씨카드를 발행하는 회원사 전체를 목차형식으로 나열한다.

사실상 3종 이상의 카드를 만들기를 독려하고 그에 큰 거부감을 없게 하려는 최면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3종 이상 카드를 보유해도 불이익을 받을 여지가 커져 영업 확장이 급한 신생 카드사인 하나SK카드마저도 작은 글씨로 공지를 하고 있으며, 금감원마저 나서서 복수의 카드를 줄이도록 적극 대책을 수립하라고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공공적 성격의 책임을 그 어느 카드 관련업체보다 강하게 느껴야 할 BC카드가 카드 늘리기를 독려하고 있다. 카드들만 많이 만들면, 그 중 상당수는 비씨카드로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또
   
 
신용카드 아닌 은행 체크카드 중에도 비씨 마크를 단 카드가 많은 걸 감안하면 이는 비씨카드가 그야말로 금융소비자의 불이익은 안중에도 없고, 무조건 회원사들과 잘 해 보자는 카르텔 맹주역에만 충실하다고까지 여겨진다.

비씨카드는 정녕 저 CF를 왜 발주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국가 경제에 주름을 지우고 자살자까지 양산했던 2004년 카드 대란이라도 재연해 먹고 살아야 할 만큼 2010년 연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것일까? 비씨카드, 그래도, 굶어죽어도 이런 짓만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