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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30분 피자배달’ 이대로 괜찮나?

‘위험한 영업행태 제재해야’…행정당국 나서야 할 때

전지현, 박중선 기자 기자  2010.12.24 16: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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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피자업체간 ‘배달전쟁’으로 한 청년이 목숨을 잃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나친 업체 경쟁에 대한 문제점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각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30분 내로 피자를 배달해 주지 않을 경우 피자가격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를 실시하는 등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오래 전부터 피자배달원들의 안전 문제와 특정 업체들이 해당피자 값을 배달원에게 부과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왔었다. 일각에서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행정당국이 직접 나서 위험한 영업행태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피자헛의 한 체인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던 최씨(24)가 몰던 오토바이가 택시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군은 일주일 넘도록 의식불명 상태였고 결국 지난 21일 오후 12시25분 사망했다.

H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씨가 5개월 전부터 주말마다 배달원으로 일하면 부족한 학비를 벌고 있었고, 시급 4500원에 배달 한 건당 400원을 추가로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지며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23일 ‘청년유니온’(청년노동의 질 향상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청년공동체)은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30분 배달제’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사진= 박중선 기자

◆‘30배달 보증제’ 대체 뭐길래…

1990년 한국에 진출한 도미노피자는 20년간 배달 보증제를 실행하고 있다.

도미노피자 홈페이지에는 ‘가장 맛있는 피자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은 오븐에서 나온 지 30분 이내. 도미노피자는 갓 구워낸 맛 그대로 30분 안에 고객을 찾아간다. 도미노피자는 고객님과의 30분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등의 문구를 내세우며 나름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주문접수 후 배달이 늦어질 수 있다는 공지 없이 30분경과 배달 시 피자 한판당 2000원을 할인해 준다. 45분이 경과할 경우 주문한 피자 및 부가메뉴를 무료로 제공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피자업체들 사이에선 ‘빠른 배송’ 신경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주문 후 피자를 만들기까지 15분가량 걸리는 소요시간을 감안할 때, 실제 배달은 15분 이내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배달원들은 곡예질주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피자배달원 경험이 있는 석진혁씨(31)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30분내 배달해야한다는 압박 때문에 안전사고에 항상 노출됐고, 안전장치 마련도 미흡한 것이 현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석씨는 또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상태이지만 다른 동생들이 걱정”이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내비쳤다.

피자배달원 김병철씨(17)는 “또래들이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로 오토바이 배달을 많이 한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들이 30분 배달제를 시행해 10대 아르바이트생한테까지 신속배달을 재촉하고 배달이 늦으면 시급을 깎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청년유니온’(청년노동의 질 향상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청년공동체)은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30분 배달제’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사진= 박중선 기자
◆배달비 보상은 배달원 주머니에서?

피자업체가 빠른 배송을 추구하지만 고충의 몫은 아르바이트생들이라는 지적이 있다. 더구나 도미노피자의 경우 주문 이후 30분, 45분 경과 후 할인‧무료제공으로 인한 손실 책임을 배달 아르바이트생에게 물고 있다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 대해 도미노피자 측은 ‘그런 일 없다’는 입장이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본사가 정책적으로 그렇게 실시하고 있지는 않다”며 “감사시스템을 통해 (지점에서 시행하는 것이) 적발될 시 패널티를 물게 돼있고 본사에서는 (지침상)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문 접수 후 피자 메이킹, 오븐에서 굽기 까지 최대 15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배달자에게 충분히 배달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고 있다”며 “매장에서 30분 내 배달 가능 지역을 12분 이내로 지정하고 있고 12분이 초과되는 지역의 경우 30분 배달 외 지역으로 지정, 30분 배달 보증제도를 완화해서 운영한다”고 전했다.

◆행정당국 ‘모르쇠 태도’도 문제

지난 23일 ‘청년유니온’(청년노동의 질 향상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청년공동체)은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30분 배달제’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이들은 청년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익을 챙기려는 업체와 대책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고용노동부에 책임이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청년위원장 김영경씨는 “문제는 배달원(청소년)의 생명과 관련한 근본적인 청소년 아르바이트 고용환경”이라며 “보호막 없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시행에 대해 안전대책마련을 촉구했으나 고용노동부는 지금까지 묵인하고 있다. 버려진 노동이 10대 아르바이트고, 이들이 목숨 걸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청년유니온 김병철 팀장은 “사고 발생 시 산재처리 미흡은 물론이고 최저임금 4110원 준수도 지켜지지 않는 업체가 많다. 또한 다쳐서 아르바이트를 못나올 경우 임금을 안주는 경우도 많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저임금과 고용안전 등에 대한 폐단을 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