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태 백업 안하고 살았나? 한국씨티銀 전산마비 충격

"백업으로대응한다"해놓고 대응느려…ISO 명성 무색

임혜현·이진이 기자 기자  2010.12.24 15:29:2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크리스마스의 악몽?

영화 제목이 아니라 한국씨티은행에겐 현실이다. 한국씨티은행 전산망이 24일 오전 장애를 일으켜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되는 소동을 겪었다. 해당 은행은 24일 오전 11시께부터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ATM), 본점 전산망과 신용카드 등이 모두 사용이 안 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로 인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사고일인 24일은 한국씨티은행이 비즈니스 운영에 있어 필수 요소인 IT 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
   
23일 전산 관리 능력으로 ISO 인증을 받은 한국씨티은행이 기념촬영을 한 모습.
을 위한 국제적인 표준인 IT 서비스 관리 (ISO/IEC20000-1:2005)와 품질 경영관리 (ISO9001:2008) 인증을 공식 취득한지 불과 하루 뒤(23일 취득 기념식, 좌측 사진 참조)라 잔치 기분을 제대로 식혔다는 평가가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백업 대응'허당'? 인증서 반납해야 할 판

한국씨티은행 전산부문은 고객과 비즈니스에 안정적인 IT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품질경영 시스템 표준을 통해 제공되는 전산서비스가 최상의 업무처리 방식에 부합하고 있음을 입증받았으나, 하루만에 문제를 노출한 것.

특히 한국씨티은행은 한국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IT 관리에 대한 국제 인증, ISO20000을 취득했던 터인데, 이번 장애를 겪으면서 IT 관리의 허점을 완전히 노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일단 한국씨티은행은 이번 장애의 원인을 갑작스런 한파로 인천의 전산센터에 동파로 인한 누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원인을 설명,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 등을 일축했다. 즉 물리적으로 상황이 터진 것이고 우발적인 강추위 여파라는 쪽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일시적, 우발적 상황이라는 동정론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렇다 해도 관리 능력 문제라는 점은 남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즉, 이 관계자의 해명에 따르면, "11시경부터 장애가 시작됐고", 인천 전산센터 동파 및 누수 문제를 원인을 찾았는데 "용인 비상백업시스템으로 전환을 해서 처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자의 말이 진실이라면, 백업을 해 놓은 것을 바로 돌려 정리를 했어야 옳은 처리방식이고 몇 시간씩 전산 사용 전면 중단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IT 관리의 능력이 없거나 아니면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안 해 놓은 상황 둘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본토 씨티도 성탄 앞두고 악몽 전례…"왜 타산지석 못 했나" 안타까운 한국씨티銀

더욱이 한국씨티은행의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도 전산망 에러로 성탄 악몽을 치른 적이 있어, 사고를 미연에 막고, 막상 겪을 경우에 대한 위기 관리력의 타산지석을 못 배운 것이 안타깝다는 소리도 나온다.

지난 해 12월22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은행 전산망 해킹과 관련해 씨티그룹을 조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은 러시아 사이버 갱단과 연계된 해커들에게 털렸다는 것. 이들은 씨티그룹 자회사인 씨티은행 전산망에 침투해 수천만달러를 훔쳤으며 당국은 지난 여름에 이를 파악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때 위기 대응 위기감을 철저히 느껴 매뉴얼화를 했다면 이번 일은 빠르게 잘 처리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의 이번 사건은 웃고 넘기기엔 여러 모로 쓴 뒷맛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임혜현 기자 tea@

이진이 기자 ziny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