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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J '글로벌 비빔밥' 먹어보니...

전지현 기자 기자  2010.12.23 1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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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CJ푸드빌이 해외에 한식문화를 전파하느라 분주하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비비고’는 글로벌시장을 목표로 지난 5월 한식세계화에 본격 뛰어 들었다. ‘신선함’과 ‘건강’을 주요 주제로 한식 고유의 멋과 비빔밥의 전통을 살린다며 동․서양인들에 맞춘 입맛을 추구한다는 것이 이들의 모티브였다.

한식의 비빔밥과 불고기 등이 인기를 더해가는 미국 등지에서의 매장 오픈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필리핀 매장까지 확대하는 등 희소식도 연일 들려온다.

하지만 세계인의 입맛에 너무 치중한 탓일까. CJ푸드빌의 ‘비비고’가 내놓은 한식들이 하나같이 토종의 입맛은 버린 듯하다.

비비고의 핵심인 비빔밥의 소스는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똑같은 맛으로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현지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에 따라 미국인 입맛에 맞는 고추장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햇반과는 달리 곡물 함유량을 달리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췄으며, 비빔밥의 소스도 외국인들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단맛을 더한 고추장과 참깨, 쌈장, 레몬 간장 소스 등 4종을 1인분씩 파우치 형태로 제공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비비고’ 비빔밥을 먹는다면 이게 비빔밥 무슨 밥인지 제대로 알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CJ는 또 맥도날드 등의 패스트푸드 등이 서양음식에 제한된다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한식의 테이크아웃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퀵서비스레스토랑 방식으로 운영하려다 보니 비빔밥에 들어가야 할 정성과 손맛은 버린 채 햄버거와 같이 냉동식품을 전자랜지에 데워 내보내는 방식이 돼버렸다.

   
 
CJ푸드빌은 지난 5월 ‘비비고’ 국내 매장인 광화문점 오픈식과 함께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단순히 한식 그대로를 해외에 소개하는 것만이 진정한 한식세계화라 보지 않는다”며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한식을 찾고 생활화 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한식 세계화가 이뤄진다는 생각”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식세계화를 위해 문화관광부 및 서울시에서 추진하며 노력하는 우리 고유 맛 전파 노력과 다르게 퓨전을 너무 추구해 오히려 잘못된 한식의 입맛을 세계인에게 전달할까 우려스럽다.

한식의 세계화도 좋지만 우리의 ‘맛’과 ‘멋’을 외국인에게 소개한다는 근본 취지도 살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