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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전문’ 한미, 신약제약사로 거듭날까?

[50대기업 해부] 한미약품…ⓛ태동과 성장

조민경 기자 기자  2010.12.23 09: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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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50대기업 해부’ 이번 회에는 한미약품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한미약품(주)은 국내 4위(2009년 기준) 제약업체로 약사 출신이 세운 제약사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973년 임성기 회장이 제약 사업을 위해 창업하면서 ‘한미약품’이라는 회사를 인수한 데서 시작됐다.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임 회장은 1966년 27세 나이로 ‘임성기 약국’을 개업했다. 개업 1년 뒤인 1967년 이전한 후 임질·매독 전문약국 즉, 성병전문약국으로 번창했다. 이 약국은 당시 월남전이 한창인 베트남 현지로 약을 보낼 정도였다. 약국 경영으로 돈을 번 임 회장은 1973년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제약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같은 해 10월 한미약품의 최초약품인 광범위 항균제 티에스파우더(T.S.Powder) 생산 및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1984년 팔탄GMP 공장을 신축하고 198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가 과학기술부로부터 정식 기업부설 연구소 인가받아 설립됐다.

◆제네릭·개량신약 주력 전략으로 성장

한미약품은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특허 완료된 신약의 성분이나 제형 등을 변화시킨 약)을 주력 전략으로 제약시장에서 성장해왔다.

이 회사는 2000년, 항암제로 사용되는 파클리탁셀(상품명 탁솔)을 세계최초로 경구용으로 제조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 상품화에 착수한 결과 현재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2001년에 발매된 퍼스트제네릭(첫 번째 제네릭) 제품인 ‘이트라정’(경구용 항진균제)은 출시 1년여만에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오리지널 제품인 한국 얀센의 ‘스포라녹스’를 위협했다. 이는 국내 제약시장에서 제네릭·개량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치료제 개량신약인 '아모디핀'과 '아모잘탄'.
창립 30주년을 맞은 2003년에는 한미약품(주)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04년 9월 발매한 고혈압치료제 개량신약 ‘아모디핀’(캄실산 암로디핀)은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전략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 약은 외자사가 독점했던 암로디핀 고혈압 시장 진입에 성공해 2008년까지 꾸준한 매출액 증가를 기록했다. 

이어 2009년 6월 발매한 고혈압치료 복합 개량신약 ‘아모잘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인 미국 머크사를 통해 아시아 6개국에 대한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8월에는 유럽시장에서 시판허가를 위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쌍벌제·시부트라민 악재…실적 부진 이어져

제네릭과 개량신약으로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한미약품은 지난 5월 관련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쌍벌제로 인한 리베이트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11월29일부터 본격 시행된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업체뿐 아니라 받는 업체까지 모두 처벌하는 법이다.

리베이트와 쌍벌제가 논란이 되자 의료계에서는 ‘유한안동대’와 ‘5적(賊)’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한안동대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안국약품, 동아제약, 대웅제약의 첫 글자로 의료계가 이들 제약사가 쌍벌제 도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해당 5개 제약사를 5적으로 정하고 벌이는 불매운동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5개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다른 제약사 약으로 바꾸는 등 5개 제약사는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하기도 했다.

리베이트로 인한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한 지난 10월, 한미약품은 또 한 번 타격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시부트라민 시판중단권고를 내린데 따라 국내 시부트라민 제제 시판중단 결정을 내린 것. 이에 한미약품은 회수비용뿐 아니라 해외 수출이 막히면서 손실을 입었다.

연이은 악재로 인해 한미약품 3분기 실적은 1, 2분기에 이어 부진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08억원, 55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1일 인적분할을 통해 한미홀딩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돼 전년 동기 자료가 없어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체제 전환되기 전 3분기 실적만으로 봤을 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58억원, 12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임선민 총괄사장은 이 같은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사퇴했다. 임 총괄사장의 사퇴 이후 신임 대표이사에 이관순 사장이 선임됐다. 이 신임사장은 지난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소장직을 역임, 지난 1월 R&D본부 사장으로 승진한 연구원 출신 사장이다.

◆연구원 출신 사장 선임, ‘변화’ 바람

연구원 출신 사장을 앞세운 한미약품은 어려운 제약 영업환경에서 R&D 투자와 글로벌 마케팅으로 살아남는 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연구를 통해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인 신약 연구를 시작했다.

2004년 8.3%였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2010년 상반기에는 15%까지 늘렸다. 한미약품은 지난 1997년말 닥친 외환위기 상황에서 R&D 투자비용을 늘리는 등 타 제약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은 제네릭보다 신약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연구센터 내 제네릭 연구팀과 개량신약연구팀을 합성신약연구팀으로 통폐합했다. 현재 연구팀으로 합성신약연구팀과 바이오신약연구팀 등 2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바이오 신약과 항암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글로벌 마케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반을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신약개발 부분에서는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랩스커버리(LAPSCOVERY) 기술과 기존약보다 약효가 뛰어난 제품 개발로 바이오신약과 항암신약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12년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 출시로 신약개발과 글로벌 시장 겨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항혈전제 ‘피도글’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피도글’은 지난 11월 영국 의약품안전청(MHRA)의 허가 승인결정을 받은 상태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7개국에서 최종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실적부진 상황에서 ‘변화’를 자처한 임선민 총괄사장을 앞세운 한미약품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R&D 투자에 미래를 걸고 공격적인 R&D, 글로벌 전략을 펼쳐 2020년까지 신약 20개 창출, 글로벌 20위권에 진입한다는 비전2020 프로젝트가 목표달성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