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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M&A…결국 현대차 미소 짓나?

채권단, 현대그룹에 강경대응…2755억원 몰수, 상선 지분 중재 포기

이용석 기자 기자  2010.12.23 08: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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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M&A를 빠르게 포기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일 채권단의매각 반대 결정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탈락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MOU를 해지하자 양해각서 유지 및 현대건설 주식매각 진행 중단 등을 주장 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요청한 상태. 현대건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채권단과 대립하며 법정공방을 펼치는 것은 오히려 현대그룹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건설 사옥 전경
현대그룹과 채권단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현대건설 매각 MOU해지와 관련해 한차례 심리(審理)를 거쳤다. 양측간에 팽팽한 공방전이 벌어진 가운데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후 2차 심리를 가진다.

이미 현대건설 채권단은 수차례에 걸쳐 현대그룹에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나티시스은행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금의 소명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MOU해지에 따른 법적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다. 채권단 소속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소송을 건다고 해도 결과는 변함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판부가 해당 소명자료 요청에 대한 채권단의 재량을 인정할 경우 현대그룹은 단순히 우선협상대상자 낙마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채권단은 MOU를 해지하며 이에 불복할 경우, 현대그룹이 낸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몰수하고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 8.3%에 대한 중재도 나서지 않을 것을 밝힌 바 있다.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물론 현대상선 지분 확보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도 잃어버리게 된다.

◆법정공방은 어떤 경우라도 손해…내부갈등 해결도 시급

현재 상황은 현대그룹 스스로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에 참여한다는 소식과 함께 가장 극심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곳은 바로 핵심 계열사인 현대증권의 노조다.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은 시너지효과를 내기 힘들다”며 “또 인수과정에서 자금조달에 따른 현대증권 기업가치 훼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고 밝히며 현대건설 인수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거기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만성적자를 보이며 경영안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각각 8012억원과 20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현대아산은 몇 년째 적자로 손해만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금융권 대출로 인수자금 조달에 나서 내부자들조차 반기지 않는 눈초리다.

◆현대건설은 무슨 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에 집착할수록 현대건설은 더욱 괴롭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의 MOU를 해지하며 매각대상인 현대건설 주식은 반등했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채권단이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인 편이다.

현대건설은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MOU가 진행됨에 따라 주가가 급락했었다. 매각해지가 발표난 후 그간 제기된 ‘현대건설 자산 유출’ 우려가 해소됐고, 현대건설 노조도 현대차그룹의 인수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MOU해지에 불복하고 소송이 진행되면 해외건설경기 회복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하는 현대건설로서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현대그룹이 지금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현대건설 및 채권단,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차그룹만이 아니다.

현대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쌍용건설 등 대형 M&A도 늦춰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해당기업들의 2011년 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매각 MOU 단계에서 밀려난 현대그룹의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현대건설을 놓고 ‘적통성’을 운운하며 펼친 한편의 드라마틱한 광고 영상을 보면 쉽사리 물러날 기미가 없기 때문.

현대그룹이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전에 들어갈 경우 현대건설 인수는 법정공방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무의미 한 것”이라며 “이젠 포기할 때고 불필요한 소송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계열사를 보호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