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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비노동자노조’ 준비팀이 거둔 절반의 승리

[인터뷰]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 “백수노조? 좋게 들리지 않아”

전남주·이진이 기자 기자  2010.12.22 18: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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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백수노조라고 희화화만 하지 말아달라!’ ‘청년(예비)노동자’들을 위한 노조설립이 현실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이 바로 그 운동의 중심. 지난 11월 서울행정법원이 1심 법원에서 청년백수나 구직자도 근로자에 포함되는 만큼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년노동자들의 조직화와 권리확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청년유니온은 지난 3월에 출범한 이후 노조설립을 위해 투쟁해 왔다. 내년 총회 이후 추가적인 법적투쟁을 준비 중인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를 만나봤다.

   
세대별 노조 설립을 인정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
-지난 3월 창립한 뒤 ‘청년유니온’ 단체에 대한 언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수 폄하발언 등 일부 왜곡된 부분도 있었다. 이 같은 언론의 왜곡된 관심으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언론의 입장에선 기삿거리가 중요할 것이라서 눈길을 끌자는 뜻으로 이해는 하지만, 백수노조라는 이름으로 보도가 되다 보니까 파트타임이나 여러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좋게 들리지는 않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는 정확한 보도를 당부드린다.
 
-노조 설립 신청을 세 차례나 거부당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떤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신청했다. 법 조항에 ‘2인 이상이면 노조 설립을 신청할 수 있다’는 데 (시쳇말로) ‘꽂혔다’. 그러나 막상 해 보니 노조 설립이 신고제가 아니라 실상은 허가제처럼 운영되더라.

서류도 법에는 네 종류만 내면 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더 내라고 했다. 더욱이 ‘왜 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다른 노조들도 당연히 그렇게 해 왔다’고 할 정도로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으로 느껴졌다. (보완하라는 대로 해서) 서류를 내도 뭔가 부족하다며 반려시키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벽’을 느꼈다.

-한 인터뷰에서 세대별 노조라는 것을 설립하는 데 관해 제도 내외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비슷한 상황을 극복한 해외사례가 있었는지.

▲일본의 경우 청년 수도권 유니온이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가 (법률이나 행정면에서) 일본을 따른다고 하지만 규정도 (오히려 더) 까다롭고 어렵다고 느꼈다.

노조 설립 신고도 어렵다고 느꼈지만, 노조법 해석에 있어서 (관청이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건, 유럽 같은 경우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분리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단결을 하려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로 판단한다고 하더라. 즉, 청년들, 예비취업자들은 단결할 수는 있어도 교섭단체가 없으므로 구성할 수 없다는 논리다.

유럽보다 우리나라 노동법 배경 논리가 자유롭다고 말하는데,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구직자도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데 노조 설립 서류를 반려받고 행정소송 해 보고 하니 정말 문제더라.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정책 권고를 했다. 법을 바꾸도록.

-이번에 설립 신고 접수를 결국 거부한 노동 당국과 싸운 법정공방에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비록 1심 판결이지만, 많은 이들이 ‘절반의 성공 이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의미와 시사점을 자평한다면.

▲(결론적으로는) 패소했지만 의미 있었던 게, 법원에서 ‘아이템을 주신 것’이다. 아이템을 얻은 게 구직자들도 채용 조건 갖고 교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게 판결문에 공식적으로 나온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내년 면접을 본다고 했을 때 미래의 사용자와 청년유니온이 경총이나 전경련과 상대로 할 수 있다. 교섭을 임금이나 4대 보험 적용을 빼놓지 않고 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해석론이 확고히 정립되면) 현형법이 바뀌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명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같은 사람들은 주방에서 원래 위험한 칼을 못 쓰게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서툴게 그런 일을 떠맡아 하다 다치기도 하고, 또 배달시간에 쫓긴 피자배달원이 무리하게 도로를 질주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청년유니온의 접근은. 

▲그런 부분에서 할 일이 대단히 많이 있다.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안전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유니온 역할이 필요하다. 피자배달원 안전 보장의 사각지대 문제 같은 경우 우리 청년유니온은 23일 고용노동부 청사(노동부는 과천 정부 종합청사 내에 있음) 앞에서 항의 집회 계획을 잡았다.

-지난 번 행정소송 사건의 항소 여부와 관련해서, 추가적인 법정 공방 있을 텐데 추진 계획과 상황은.

▲항소를 할 건지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자문 변호사들도 고민이 많았다. 사실 구직자 문제(구직자의 노조 설립 권리 보유 유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구직자(의 적격성 인정 문제)만 놓고 보면 좋은데 절차상 문제 부분에서 결국 노동부 편을 든 판결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생각을 한 게, (그런) 절차상 (하자) 문제가 법원 판결을 갔을 때 2심을 갔을 때에도 이길 가능성이 문제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1심 판결만으로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노조를 만들거나 할 때 선례로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구직자(의 노조 설립 주체 적격성) 문제가 주제였으니까, (다음에 서류를) 보완해서 다시 내고 노동부가 안 해주면 지금보다 목소리를 더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 정권이 타임오프 등 노동권 탄압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평도 없지 않다. 노동활동이 위축되는 현재 기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울러 이번 정부 들어 더욱 노동당국이 경색된 것이 아닌가에 대해 피부로 느낀 바를 들려 달라.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가 창립1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머그를 들어 보이고 있다. 머그 디자인도 교분이 있는 시민단체에서 '재능기부'를 받아 제작돼 의미가 깊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번 행정소송 그리고 노조 설립 신청을 놓고 사실은 다들 그런 이야기를 한다. ‘현정부 하에서는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라고(웃음). 반노동적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다 보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만 놓고 보더라도, 그 이전 정부였다 해도, 정규직 노조나 안정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 노조를 만든다는 게 관행이었다 보니, 우리를 돌연변이 같은 느낌 받는 것 같더라. 여태 불문율 깬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청년유니온이란 것에 대해, 노동부에서도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수세에 몰려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조금씩 (당국 태도 등에) 균열을 낼 것이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장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청년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결과를 보고 가기 보다, 사회적으로 왜 우리가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지 왜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등등 사회에 물음을 계속 던지고 싶다.

-일명 88만원세대로 현 20대를 규정할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의 청년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이번 정부가 보는 시각이 ‘눈높이’ 이야기를 하고 젊은이들은 억울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눈높이’라는 지적은 어떤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면, 청년실업 문제를 ‘개인문제’로 돌려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청년 채용을 거의하고 있지 않고, 그래서 ‘구조적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구로에 실태 조사를 나갔는데 청년 취업자 중에도 ‘인턴’이 많더라. 예전에는 대기업 등 여력이 되는 곳이 인턴을 뽑았고 여력이 없는 곳은 인턴을 안 뽑았는데, 오히려 (꼭 필요한 인원만큼을) 정규직을 썼다. 그런데 오히려 인턴 장려책, 지원방안을 정부가 시행하니까 중소기업도 일은 다 시키면서 구조적으로 돈은 덜 주고 고용하는 문제가 됐다.

청년실업이 일 못 구하는 문제에서, 기간이 있는 계약직이나 임시직을 전전하면서 실업과 고용 사이를 오간다는 문제로 복잡해지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가 광범위해진다.

-고령화속도가 빨라지고 임금피크제 등이 시행되면서 노동문제, 고용문제가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조짐도 있는데 논평해 달라.

▲청년들 (고용) 문제도 심각하지만 노인들도 심각하다. 노인을 위한 사회안정망도 (많이) 없고 노인층이 (평균보다) 자살률도 높다. ‘노인 유니온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우리 내부에서 할 정도다.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갈등이니 하며 서로 싸우게 만드는 건 정책을 펴는 기업과 정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포스코처럼 정년 연장을 한다고 하는 경우를 보면, 유럽처럼 사회안전망이 있진 않은데 나이 들어서도 일을 더 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반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부모님한테 의존하여야 하는 상황, 부모님한테 용돈 받고 (간신히 취업을 해도) 결혼할 때 집에 손 벌리는 상황이다.

정년 연장에 반대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2006년 자산관리공사 같은 경우 정년 연장제 하면서 결국은 청년 채용 안 했다는 게 국감자료 등에서 나오지 않느냐. 그런 문제 생기는 자체가 화가 나기도 하고.

포스코는 이번에 보니, 정년 연장을 하면서도 청년층 채용을 할 거라고 하는데, 기대를 일단 해 볼 생각이다. 어쨌든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에 갈등을 빚게 하는 게 잘못된 일이다. 일자리 자체를 늘리도록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다.

-총회 등 행사를 개최하면 어떻게 진행하나. 일부에서는 ‘가난뱅이의 역습’ 같은 일본 투쟁 사례를 떠올리면서 유쾌한 방식이 아니겠느냐고 짐작하기도 하는데, 특징이랄까 오가는 분위기와 이야기들의 기류가 궁금하다. 아울러 청년유니온의 ‘공감대’에 대해 규정한다면.

▲보통, 대표가 말하면 박수치고 (안건 통과시키고 일사천리)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규약 하나하나에 대해 의견낸다고 하니까, 의견이 다양하고 수렴한다고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다시 논의하겠다’고 하고 본총회 끝나고 또 논의했다. 하나하나 그냥 안 넘어가는 젊은 사람들이다 보니 오래는 걸렸다. 회의만 4시간 하기도 했다.

지난 주에는 송년의 밤 행사를 했는데 영상도 같이 보고 했다. 다들 ‘청년유니온 욕심쟁이’라고들 한다. 일의 성과 여부를 떠나서,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가짓수가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하니까.

‘내공’도 부족하고 ‘노하우’도 부족해서, 성공 케이스 만들거나 가입하면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비전’은 아직 명확치 않다. 그런 게 부족하다. 하지만, 앞으로 조합원이라는 걸 느끼게 생일도 챙기고 취업을 하게 되면 입사일도 챙기고 하려고 한다.

‘이날부터 일을 하게 된 것이 당신과 회사 모두에게 축복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기존 정당이나 사회단체와는 어떻게 연대하나.

▲특정 정당에게 (일반적으로) 자문을 구하진 않고 법안 발의하는 경우에 개별적으로 협력을 요청한다. 청년구직촉진수당 입법 활동은 40개 시민 단체와 같이 했었고 민주당 홍영표 의원실과 협의했다. 청년 고용 할당제 비율을 5%로 하자는 안건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과 했었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청년유니온을 주목하고, 거북해 한다고 들었다. 알고 있는가.

경총에서 우리에 대해 보고서를 냈더라.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규정해 놓았다고 해서 회원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웃음). 노동부에서도 설립 문제 등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우리와 다른 입장이지만,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같다. 각종 리서치나 연구 등에서 협력 요청이 그쪽에서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좀 뿌듯하기도 하다.

-청년유니온의 강점이랄까, 앞으로 살리고 싶은 장점은.

▲청년유니온에 오면 정책적으로 좋은 것도 있지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는 말들을 한다. 우리 사회가 ‘명함’을 주고받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 아닌가. 자기 스펙을 말해야 하는 사회다.

그런데 우리 청년유니온에 오면 ‘최저임금 못 받았어’, ‘잘렸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들 한다. 부모나 친구들에게도 못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청년의 ‘소통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물론 우리의 존재 필요성, 노조 설립 필요성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동참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내가 비싼 돈 들여 공부했는데’ 당연히 (내가 청년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 하는 걸 안 좋아한다. 우리도 공감한다. 하지만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마치 (쇼프로그램인) ‘무한도전’처럼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공간으로 다가가고 싶어. 더딜 것 같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

전남주 기자 cnj@

이진이 기자 ziny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