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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리운전 사고피해 이용자에게 떠넘기다

최기성 기자 기자  2006.10.14 21: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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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무보험 대리운전자가 낸 사고도 이용자의 자동차보험으로 보상해주는 금융감독원의 제도개선방안이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무보험 대리운전으로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개선방안을 마련, 11월부터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는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대리운전 이용자인 차 주인의 책임보험으로만 보상해주고 있으나 개선방안이 시행되면 보험약관이 개선돼 차 주인의 대인배상II 및 대물배상으로도 피해자에게 보상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의 기본계약(누구나 운전 가능)에 가입한 차 주인의 경우 무보험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자신이 가입한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고, 가족이나 부부, 1인 한정특약 등 운전자를 제한한 차 주인은 ‘대리운전 위험담보 특약상품’ 에 가입하면 보상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대리운전자가 무보험일 경우 사고 피해자가 책임보험 이외의 손해배상을 보험사가 아닌 차 주인에게 요구해 발생했던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고 금감원은 기대했다.

금감원의 설명처럼 이 방안은 겉으로는 차 주인을 무보험 대리운전 피해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돈을 주고 대리운전 이용자에게 대리운전자가 책임져야할 피해까지 떠맡으라는 내용이다.

제도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내 차 주인의 보험으로 처리했다면 3년간 보험료가 할증되는 내용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차 주인은 그 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운전기사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차 주인은 대리운전 비용도 내고 보험금도 부담하고 보험료도 인상되는 삼중고를 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대리운전 이용자는 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 누구나 운전가능하도록 자동차보험을 설정한 차 주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입자들은 특약 보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현재 가입자 10명 중 9명은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부부한정 등 각종 한정특약에 들어있다. 이들은 1만4,000원~2만5,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 ‘대리운전 위험담보 특약’에 가입해야만 보상받을 수 있다.

이 특약은 현재 6개 손보사가 판매중이지만 가입률은 2% 미만에 불과하다. 10명 중 보험료가 비싼 누구나 운전가능 가입자 1명만 혜택을 받을 뿐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각종 한정특약에 가입한 나머지 9명은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특약 가입자들이 많아지면 좋은 일이다. 금감원도 이 특약이 없는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보험가입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도록 지시해 가입률을 높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대리운전을 위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특약을 선택할 운전자들이 몇이나 될까.

나중에 가입할 수도 있겠지만 따로 가입하는 게 불편한데다 특약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는 술을 마신 뒤인데 그 때 특약에 가입할 운전자들도 거의 없다. 한밤중에 보험사나 설계사에게 연락해 특약을 선택할 수도 없다.

특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현재와 마찬가지로 무보험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냈을 때 피해자에게서 손해배상을 요구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