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SK텔레콤(SKT)이 직접 디자인(DD) 한 휴대폰을 출시한다는 발표에 휴대폰업계가 향후 시장판도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5월 팬택계열에 자회사인 SK텔레텍을 매각한 바 있는 SKT는 자체적으로 디자인 한 단말기 2개종을 연이어 출시하고 내년도 단말기 시장에서 ‘컨버전스 디자인 폰’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최근 밝혔다.
SKT의 이번 컨버전스 디자인 폰 출시는 최근 단말기 트렌드가 카메라, MP3, 위성DMB 등 고품질의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 니즈가 상대적으로 단말기의 디자인에 집중되고 있음에 따른 것으로 SKT는 설명하고 있다.
SKT는 올 초부터 홍익대 디자인 연구소와 디자인 전문업체 등과 공동으로 디자인 컨셉 결정 및 디자인 개발을 진행해 왔으며, 내년 2~3분기중에 일부 모델을 출시할 예정으로, 디자인이 매우 참신하면 서도 완성도가 높아 고객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우회적 단말사업 진출’ 주장
SKT가 출시한 휴대폰 단말기는 직접 제조한 휴대폰은 아니지만 자사가 디자인에서부터 관여를 한 ODM제품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주장이다.
SKT는 자사 독자브랜드였던 ‘스카이’를 제조해 온 SK텔레텍을 매각한지 불과 5개월 여만에 우회적인 단말기 제조사업을 벌여 업계와 다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컨버전스폰의 출시를 올 초부터 SKT 내부에서 준비해 왔다는 계획은 매각한 SKT는 전혀 염두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적어도 지난 4월말 이전까지는 SK텔레텍 매각이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통해 단말기사업을 구상해 온 것이 아니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SKT가 직접 디자인한 휴대폰을 출시하게 될 경우 향후 이같은 위탁 생산 방식의 단말기 출시가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자사 마케팅에서도 적극적 지원이 예상되고 있어 SK텔레텍의 매각으로 한숨을 돌렸던 삼성전자와도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SKT의 독자디자인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는 LG전자와 팬택은 물론, 국내에서 유일하게 SKT에만 공급하고 있는 브이케이도 SK텔레콤의 ODM공장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통신서비스 제공업체가 모델선정을 미루면 시장에 제품이 출시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SK텔레콤 위탁공장 전락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
최근 시험방송을 시작한 지상파DMB서비스를 보면 조금은 이해될 수 있다.
위성DMB 서비스 자회사인 TU미디어를 거느린 SKT가 지상파DMB폰 판매는 물론 서비스 조차 미적거리고 있어 지상파DMB폰을 생산한 단말기업체들은 정작 신제품 발표는 했지만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SKT가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절대 우위의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접 디자인한 휴대폰이 출시되면 단말기업체들의 종속화는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SKT가 통신사업자의 막강 파워를 바탕으로 중저가대의 자체 디자인 제품의 위탁 생산 요구가 빈번할 경우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아예 하청업체로 전락, 수익성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SKT, 고객니즈를 위한 협력모델일 뿐
이러한 시장에 우려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휴대폰 사용자들의 고객니즈를 반영하기 위한 전략과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오른 국내 휴대폰의 디자인 수준을 한층 더 높여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의 휴대폰을 출시 하기 위해 제조사들과 다양한 방법의 협력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T 모바일 디바이스 정대현 본부장은 “최근 고객들의 단말기 선택 기준은 가격 다음에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가 번호이동제도 3년이 되는 해로 이번 디자인 요소를 강화한 전략폰 출시는 최근 슬림폰 열풍과 함께 휴대폰 디자인의 트렌드를 선도해 나간다는 SKT의 전략과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SKT 관계자도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휴대폰 디자인은 트렌드를 쫓기 때문에 통신회사별로 차이가 없어 통신사 입장에서는 고객 유인요인이 약하다”며 “하지만 고객의 통화패턴이나 사용 서비스 등 니즈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통신사가 직접 디자인할 경우 훨씬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T, 단말기 사업 아직 미련있나
SKT가 팬택 계열의 SK텔레텍 인수로 사업자체가 불투명했던 중국 신장성 우루무치에 위치한 휴대폰 공장 ‘SK모바일’ 지분 40%를 인수했다.
SKT는 팬택계열과의 공동경영을 통해 SK모바일에서 생산한 휴대 폰 공급처를 뚫는 다는 전략이지만 이또한 단말기 사업에 미련을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텍 매각으로 국내에서 휴대폰 제조사업을 접은 SKT가 중국에서 다시 휴대폰 사업을 벌이는 셈이다.
SKT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미국 합작사인 ‘헬리오’와 중국 양대 이동통신업체 가운데 하나인 차이나유니콤에 공급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SKT는 SK모바일 지분 중 팬택이 보유한 지분 60% 가운데 20%와 신장 톈디텔레콤, 다탕텔레콤 등 중국측 지분 40% 가운데 20%를 각각 넘겨받아 모두 40% 지분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연말까지 연산 80만대 규모로 완공되는 SK모바일은 내년에는 연산 20만~30만대 규모로 운영된다.
초기에는 팬택계열이 주문자설계제조(ODM) 방식으로 주문받는 제품을 소화하며 이후 팬택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이 SK텔레텍 매각으로 휴대폰 사업을 접을 것으로 전망했던 SKT의 행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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