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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끊이지않는 ‘투자일임 피해’ 누구 책임?

박중선 기자 기자  2010.12.22 10: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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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컴퓨터로 사이버주식투자를 하는 A씨는 증권회사 직원 B씨로부터 투자종목을 추천받았다. B씨가 추천한 종목들은 200%를 넘는 수익률을 올렸고, 이후 B씨는 A씨로부터 계좌운용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A씨는 평소 추천받은 종목들의 수익률도 높았고 믿을만한 증권사의 직원이었기에 스스럼없이 돈을 맡겼지만, 3개월 만에 거의 모든 투자금을 잃고 말았다. A씨는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증권회사 직원과 투자자 사이에 이뤄진 주식 등의 일임매매 약정은 투자자가 매매를 위임하는 의사표시 분명히 했다면 원칙적으로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주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옆집아줌마가 종목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가 바로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는 말이 있다. 코스피 2000시대가 개막하면서 이런 ‘옆집아줌마’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가가 오르기에 뭐든 하나 사야 할 것 같지만,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기에 전문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임매매 책임소재 공방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회사 직원의 추천 종목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주식 투자대상과 매매시기, 매매가격 결정을 전적으로 증권회사 직원에게 맡기는데 이를 일임매매라고 한다. 그러나 일임매매의 분쟁이 생겨도 투자자가 불리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손실을 염두에 두고 투자원금을 보장해 받는 ‘손실 본전각서’는 법적효력이 없어 투자자들이 손쓸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1조는 투자판단의 전부를 위임받는 금융투자상품 취득 및 처분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증권사 직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일임하는 경우가 많아 위 사례처럼 손실이 날 경우 분쟁이 발생한다. 하지만 법원판결을 살펴보면 일임매매 관련법을 무시한 채 투자자의 과실로 치부해버려 결국 증권사의 손을 들어준 판례가 허다하다.

때문에 의사결정을 증권사 직원에게 넘기게 되면 손실이 발생해도 투자자는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증권사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일임매매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을 가했을 시 행해지는 불법일임매매 성행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임매매의 제한과 규제는 증권업계의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일임매매의 의의를 불식시키고 만다. 실례로 증권사 노동조합협의회에서 조사한 ‘영업직원실태보고서’에 의하면 증권사 영업직원이 고객과의 분쟁 등의 사유로 인한 금전적인 변상을 해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 56.8%에 달했다.

한 증권사 직원은 “현 법 규정과 제도 하에서는 이를 피할 수 없는 게 영업사원들의 현실”이라며 하소연 했다.

결국 투자자와 증권사간의 분쟁은 양측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구조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으로 포괄적 일임매매를 규정하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포괄적 일임매매인지에 대해 확실히 구분해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일임매매 관련 법령 자체를 좀 더 세심하게 정비해 분쟁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증권사도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해 지나치게 잦은 매매는 지양하고 투자자는 증권사 직원의 임의매매를 방관하는 입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