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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청년들 10년새 주가상승 구경도 못했다”

[현지인터뷰] 일본대우증권 오세정 동경지점장

류현중 기자 기자  2010.12.21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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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경제가 위태롭다. 1990년 거품경제 붕괴로 장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본경제에 또 다시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는 상장 기업들을 폐지로 내몰고 있다. 일본시장은 연간 상장기업 대비 무려 30배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투자시장의 붕괴는 일본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닫았다. 이런 가운데 대형 국내 증권사들이 깐깐한 일본투자자의 지갑 열기에 나섰다. 국내 대형증권사 삼성ㆍ대우ㆍ현대증권이 일본 도쿄로 진출했다. 12월1일과 2일 양일간, 일본 도쿄에서 대우증권 오세정 지점장과 삼성증권 민경세 지점장을 만나 일본증시 현황과 그들의 ‘생존방식’ 등에 대해 들었다. 오 지점장과의 인터뷰를 먼저 정리했다.

   
대우증권 동경지점 오세정 지점장
오세정 지점장(사진)은 일본 주식시장의 침체 상황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엔고를 비롯해 상황이 안 좋아 상장을 유지 하는 경우가 드물다. 아예 상장하려 하지 않으려는 추세다. 상장을 하지 못해 안달인 우리나라 사정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일본 기업들이 상장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오 지점장은 “상장을 유지할 의미가 없고, 상장을 한다 하더라도 자금조달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상장에 대한 각종 책임과 의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일본시장은 상장을 멀리하는 추세라고 한다. 다음은 오 지점장과의 일문일답.

-대우증권 동경지점에서는 어떤 업무를 주로 하고 있나. 일본시장 영업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한국주식보단 한국채권을 일본 기관투자자에게 팔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채권지수(WGBI)편입이 가장 큰 문제다. WGBI 편입만으로도 우리나라 국채는 외국인에게 많이 팔릴 것이다. 하지만 올해 역시 편입에 실패했다.

-WGBI 편입에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다. 정부는 (편입에) 매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진시장 편입은 곧 외국인투자자들에 인식과 한국투자에 신뢰다.

-한국은 WGBI 편입의 전면 백지화까지 전망하고 있다.
▲당장은 한국을 제치고 다른 이머징 쪽 편입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선진국들에 검토 리스트에 한국만 유일하게 올라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 리스트에 머무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년에도 편입에 실패한다면 정말 골치 아파질 것이다.

-선진국 편입과 외국인 투자는 어느 정도 밀접한가.
▲현재 한국시장의 30%가 외국인이다. 2005년에는 43%에나 달한 적 있었다. 최고조였다. 당시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투자가 60%에 달했다. 또 이머징시장을 쫓는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선진국 편입은 일단 인지도를 높여 외국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영업하기 힘든 상황인데 굳이 일본 진출을 해야 했나.
▲수익창출을 넘어 한일 기업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는 판에 주식ㆍ채권 영업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일본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안산다곤 하지만 한국주식을 가장 많이 이해하는 게 일본 사업법인이다.

-한국주식에 대한 일본시장의 인식이 바뀐 것인가.
▲우선 일본은 한국과 접할 기회가 많고 경제 부문을 많이 듣는다. 또 한류열풍으로 한류기업의 주식을
   
 
장기 소유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도 강해졌다. 한일 기업간의 관계도 점점 지분에 대한 논의로 바뀌는 추세다.

-양국 기업 간의 지분 관계를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과거 사업에 대한 논의만 하고 끝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피를 섞는 식’이다. 즉 서로 간에 지분 가져다 시장에서 체결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최근 양국 기업의 지분매입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만큼 한국의 주식시장이 성숙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시장에 대한 일본의 인식은 어땠나.
▲70~80년대부터 외환외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은 소위 재벌을 위한 경영을 펼쳐왔다. 전기회사가 갑자기 자동차 부품 만든다고 나서다가 말아먹곤 했던 식이다. 당연히 투자하기 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이 주주총회 등으로 주주 경영에 나서면서 시장도 성숙해졌다.

-일본의 주식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일본은 엔고를 비롯해 상황이 안 좋아 상장 유지 하는 경우도 잘 없다. 일본 주식시장의 먹거리는 상장폐지다. 신규상장에 대비해 상장폐지가 연간 20~30배에 달하니 주식 모아서 상폐해주는 게 먹거리다. 아예 상장하려 하지 않으려는 추세다.

-일본기업이 상장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첫 번째가 상장을 유지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 째로는 상장해도 자금조달이 안 된다는 거다. 또 상장을 하게 되면 주주가 생기게 되는데 이 경우 일처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 않으니 기동성 측면이나 사업성 등 따져볼 때 상장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일본 주식시장은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일본 젊은이들에게 주식이란 당연히 하락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왜냐면 그들은 2000년 이후 주가가 오르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영업사원들 역시 주식매입을 원하면 “주식은 내려가는 건데 왜 사냐”고 말할 정도다. 물론 주식에 위험성을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게 업무지만 그 차원을 넘어 주가는 내려가는 거라고 믿는 것이다.

 

[용어해설] 글로벌국채지수(WGBI): 씨티그룹이 발표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23개국의 정부채권으로 구성된 지수다. 올해도 우리나라는 WGBI 편입에 실패했는데 우리 정부는 “해외 자금이 몰려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에 편입 전면 백지화도 고심하고 있다.


※다음번엔 삼성증권 민경세 지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