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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서워 짖어대는 강아지를 상대로…

전훈식 기자 기자  2010.12.20 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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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구태여 용맹을 쓰면 죽고, 구태여 용맹하지 않으면 산다(然而善謀 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중국 한나라 유방도 역시 반란의 전장에 나가 용맹을 뽐내기 위해 화살을 맞으면서도 반란을 저지했지만 정작 본인은 상처로 인해 삶을 마감하게 된다.

물론 용맹으로 상대의 기를 누르거나 아군의 사기를 올릴 순 있다. 때론 군사의 용맹함을 앞세워 자국의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존재의 이유다. 더욱이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에 있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난 19일 연평도 사격훈련과 관련해 북한이 수도권지역에 ‘자위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한 가운데 군 당국은 “훈련은 고지된 20일 예정”이라며 외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20일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30분가량 훈련을 강행했다.

이런 한반도 긴장에 대해 러시아의 요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소집되는 등의 외교적 문제가 발생됐다. 군 당국은 유독 외교 갈등만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대응에 대해서는 무척 담대한 태도였다. 연평도 주민과 장병의 부모들 그리고 국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수원에 거주하는 한 장병의 부모인 강은순씨(52, 가명)는 “남한의 사격 훈련 때 북한이 반격대응으로 수도권에 직접적인 타격하겠다는 뉴스를 봤는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강행할 필요가 있냐”며 “사격훈련을 꼭 해야 한다면 분위기가 가라앉은 시기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걱정했다. 강씨의 눈에는 우리 군이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연평도 사건 이후 나타났듯이 국방부 장관 및 육군 참모총장의 교체 등과 같은 군 체제 변화나 ‘K21 전투장갑차 사고’와 같은 군 장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체계적 방안 없이 주변국의 강한 만류에도 ‘통상적 훈련’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훈련을 강행했어야 했느냐는 여론이 만만찮다.

물론 전시상황까지 가지 않을 거라는 예측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평도 사건과 같이 사상자는 나올 가능성은 존재한다.

여론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당국의 대응이 허술했다는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자, 이번 북측의 반응에 군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세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사건의 본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건 직후 군은 대처가 부족했다는 따가운 비판 여론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군은 지금 이 같은 따가운 국민의 질책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 뜻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감수하면서까지 군사 대응으로 가자는 여론이 아니었을 것이다. 적어도 우선 순위 면에서 보자면 그렇다.

‘군사력이란 다른 모든 수단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보유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작금의 북측 행동은 마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행하고 있는 듯 보인다.

북한은 ‘초토화, 수도권 타격’ 등 갖은 강성 어투로 협박을 하고 있지만, 겁에 질린 강아지가 골목 구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무서운 향해 마구 짖어대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제발 우리 턱 밑에서 우리를 향해 위협 그만 하라’며 하소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북한 쪽 보다 훨씬 힘이 쎄다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여유는 힘이 쎈 쪽에 있는 게 맞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대북 대응이 너무 조급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치인들 입장에서야 국민여론이 두려워 군을 상대로 별별 주문을 다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군사정치와 외교는 결코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