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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사태’에서 비친 ‘토종사모펀드 홀대’ 논란

[심층진단] 금융선진화 자칫하면 국내사모펀드 불씨 꺼트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20 16: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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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토종 사모펀드에 대한 홀대가 지나치다? 연초부터 금융권을 넘어서서 일반 국민들의 관심까지 끌어당긴 은행권 M&A에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중심지’ 운운하며 당국이 꿈꿔온 금융산업 발전에는 해외 업체들의 유치 못지 않게 국내 관련업 성장도 중요한 것인데 이를 방기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특정 사모펀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오면서, 아예 특정 사모펀드는 서자(庶子)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즉, 금융당국이 갈림길에 섰을 때 선택지에서 (일부) 국내 사모펀드가 클 길은 아예 배제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도 있다. 이는 당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민간 금융기관 특히 제1금융권 역시 사모펀드를 한 급 떨어지는 존재쯤으로 여기는 듯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민영화 중단 과정에서 토종 사모펀드에 대한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매각 대상인 우리금융 본사(서울 회현동 소재).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일단 중단됐다. 17일 금융 당국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중단하고 여러 넓은 선택지를 검토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결국 사모펀드, 특히 국내 사모펀드에 대해 불리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정 사모펀드 ‘서자’ 의혹까지   

까다로운 금융지주사 인수 요건이 민영화 무산에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나 예비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한 투자자 가운데 국내외 사모펀드들에 대한 제약이 만만찮았던 것.

예비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투자자 중에는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2곳 모두 4곳의 사모펀드가 있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제조업체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사 지분을 10% 이상 인수할 수 없어 자격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이 문턱에서 3곳이 걸려 넘어졌다. 공적자금위원회 박경서 매각소위 위원장은 “PEF(사모펀드) 가운데 3곳이 법적으로 인수 자격에 제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놓고만 보면 국내외 사모펀드에 공히 일정한 자격이 작용, 유불리를 딱히 거론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정한 제약은 국내외 사모펀드에 공히 있다 해도, 역사적 배경을 보면 이 같은 사정은 해외 사모펀드에 비해서는 ‘후진국 유치산업’에 머물고 있는 토종 펀드들을 힘 빠지게 하는 면이 강하다. 토종 사모펀드의 역사는 일천하다. 2004년 말 국내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제 불과 6년. 이에 따라 토종 사모펀드를 통해 ‘대박’을 꿈꾸는 우리나라 펀드 경영자들은 아직 힘겨운 발전도상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일정한 투자 목표를 정하고 설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투자 약정을 받고 투자 대상을 찾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사모펀드가 그나마 보고펀드와 MBK파트너스 등을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지난 11월2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정책 릴레이 토론회’에서 국내 사모펀드 규제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비판들이 이구동성으로 나온 것도 이런 까닭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수준을 축소하고 다양한 특례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

이런 상황에 그나마 해외 펀드와 경쟁해 보려는 국내 펀드에 동일한 법 잣대를 댔다는 것만 놓고 문제를 판단하기엔 공평한 법집행이라고만 평가하기엔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리금융 컨소시엄마저 지난 15일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한 막판 상황에, 보고펀드가 지분 30~40%를 사면서 경영권도 인수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른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당국이 무시해 버린 점은 ‘압권’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하다는 평이 제기된다.

박경서 매각소위 위원장이 “특정 펀드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데 진행과정 불확실하다”면서 “자격이나 인수 자금의 투명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보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과 민영화 과정의 지연을 감수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언론 보도가 났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그 특정 펀드’에 우리금융을 주기 싫다는 것으로까지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결국 이렇게 사모펀드들을 모두 단칼에 날려버리고 공자위 등에서 택한 선택지는 매각 일단 중단이었다. 그럼 중단과 그 이후 다른 유연한 수단들은 쉽고 타당한 것일까?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위해 준 문답시간에 한 발언들을 종합해 평가해 보자.

“우리금융을 팔려고 보니 금융지주회사법이 금융지주를 팔 것은 생각을 안 하고 만든 것 같다”면서도 법 개정을 검토할 수는 있으나 이 같은 문제는 쉽게 논할 수 없다는 식의 고민을 내비쳤다. 금융지주회사법 자체가 여러 장점을 담고 있는데, 특정 건을 위해 개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금융 해체 등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만들어 금융지주회사법을 이번 한 회에 한해 피해 가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심지어 ‘국민주 방식’까지 논의되는 상황이고 보면, 결국 사모펀드 배제라는 가치 판단 때문에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가 표류하는 것에 대한 관치금융 논란이 추후 불거지지 않을 보장이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온갖 물건 내다 팔다 이번엔…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 일약 시선집중을 즐기고 있는 하나금융의 경우도 국내 사모펀드에 대해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제1금융권인 은행업에 기반을 두고 자산을 일궈온 하나금융그룹이 일천한 역사의 국내 사모펀드들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자신들도 단자사에 뿌리를 두고 컸고 현재 온갖 외환은행 매각 자금 조달 능력 우려를 사면서도 눈이 너무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실질 인수금액은 최대 6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최초 발표한 인수가액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자금은 약 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금액은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 측에서 사들이는 주식 가액과 같은 조건으로 인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노조에 의해 확인된 론스타에 대한 추가 확정수익 보장액이 최고 3140억원에 달한다는 부분 △국세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대금 중 10%를 원천징수한 후 매각차익에 대해 추가로 법인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데,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매수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 해당 매수대금에서 원천세를 차감해 국세청에 납부해야 할 수 있다는 해석 등을 모두 정황과 계산을 합친 것이다.

그런데 이 규모가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대투증권 빌딩 매각(17일 발표), 유상증자 추진(1조2000억원 규모) 등의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영국 런던을 방문한 이후 사모펀드와 거리를 두려던 것으로 보이는 입장(사모펀드 론스타에 팔려갔던 외환은행이 다시 사모펀드에 놀아난다는 시선을 방지키 위한 보신책)을 일부 수정하는 양상을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보이고 있다.

이제 김 회장이 새롭게 내놓은 “사모펀드도 장기 투자면 가능하다”는 발언(지난 15일 ‘사랑의 버디 기부금 전달식’에서 기자들의 문의에 답변한 것)을 분석해 보자.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사모펀드도 장기 투자 목적인 곳이라면(즉 단기차익 실현에 눈이 멀지 않은 사모펀드라면) 손을 잡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에 부딪히고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노욕을 부린다”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평가까지 들으면서 대투 사옥 매각 등 무리수를 뒀음에도 결국 사모펀드 카드를 꺼내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비판론을 의식한 듯 국내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협력 가능성을 여는 발언을 해, 그에게 곧바로 매국적 매판자본가라는 평을 붙이는 것은 일은 부당해 보인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MBK의 하나금융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설에는 일말의 문제가 있다. 일단 MBK는 5년가량 투자를 한다는 설이 퍼지고 있는데, 이걸 장기 투자 사모펀드로 볼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현재 투기 자본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론스타 펀드는 이유가 무엇이 됐든 간에, 한국에서 12년을 투자해 온 셈이다(더욱이 원래는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투자구상은 ‘5년짜리’였다고 함).

따라서 장기 투자 논란을 벗어나려면 바꾸어 말하면 김 회장이 투자 상황에 대한 각종 비판을 면하려고 5년 이상을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굳이 찾으려면, 이 같은 능력을 가진 펀드를 토종 펀드 중에서 찾기 쉽겠느냐는 중간결론이 도출된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나마 MBK나 보고 펀드 등이 토종 펀드 중에는 최강자인 셈인데, 이 같은 상황에 하나금융이 여러 논란을 모두 피하면서 택할 파트너로는 좀 약하다는 점은 결국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외환은행을 사는 문제에 있어 또 다른 강력한 투자자(해외 사모펀드)를 ‘뒷줄’로 삼는 게 ‘김승유 로드맵’ 아니었겠는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간난신고 끝에 성장해 온 여러 국내 토종펀드들은 2010년 들어 여러 좋은 시험대를 만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국이 지난번 KB금융 사태와 같은 거의 직설적인 개입은 아니더라도 우리금융 문제에서 토종 사모펀드에 우호적이지는 않은 판단 잣대를 갖고 있다는 우려가 피어오르고 있고, 국내에 뿌리를 둔 금융그룹에서도 현재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어 이번은 그저 ‘워밍업’ 기회로 삼는 게 적당할 수 있어 보인다. 다만 토종 사모펀드들이 가진 잠재력을 한 번 펼쳐볼 만한 계기를 봉쇄당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서는, 참여에 의의를 둔 ‘올림픽 정신’으로 이번 경기들을 넘겨 버리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평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