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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금융 민영화 '책임 의식' 필요해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19 16: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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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7일,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를 놓고 골몰하던 당국이 결국 ‘민영화 추진 중단’을 선언하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결국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른 것은 우리금융그룹 구성원들의 이기주의가 주효했다고 여겨졌다.

현실적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을 상당히 많이 배제하고 있는 법을 준수하는 상황 하에서 하나금융지주라는 유력한 인수후보마저 놓쳤으니, 당연히 상황은 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흥행 실패는 하나금융지주 이탈이라는 돌발 상황이거나, 제도적 맹점에 오히려 크게 원인을 두기 어려워 보인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몸을 튼 이후 상황에서 신난 것은 우리금융 사주조합이나 우리금융 거래고객 등의 양대 컨소시엄들뿐이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제도와 구도 하에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예비입찰 포기를 선언, 당국과 힘겨루기마저 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일말이나마 이해를 하고 넘어가자는 의견이 있다고 치더라도, 지난 번 우리금융 내부 사정상 분리매각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선 우리투자증권 쪽 움직임도 중요하다. 결국 이들 내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민영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금융지주회사법이라는 제도와 이러한 우리금융의 이기적 태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우리금융의 유연한 매각 방법론 마련 가능성과 매각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 구성원들의 이 같은 태도가 결국 민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유력한 원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2010 공적자금 백서’를 보면, 우리금융 계열 3개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총 9조5320억원, 지난 6월 말까지 회수된 공적자금은 4조5238억원이다. 여기서 계산된 금융위의 우리금융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액 9조5320억원은 정부가 공식 발표한 12조7663억원과 차이가 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적자금을 천문학적으로 먹어치운 집단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자체가 몰염치 아닌가?

물론 이런 사정을 번연히 알면서도, 금융 당국의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준수 노력과 그 정신의 고결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를 팔 수 있다는 생각을 (입법 당시) 안 한 것 같다”는 푸념어린 설명에는 모든 고충의 크기가 담겨 있다.

기자들과의 문답에 “차제에 애초의 민영화 목적 달성을 위해 더 나은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현재의 조건보다 더 완화된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는 언급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충정으로 읽힌다.

지주회사법을 개정하는 데 대한 답변을 보면, 기본적으로 입법 목적상 여러 고민과 장치를 담은 것이어서 우리금융 민영화만을 위해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책임의식마저도 읽혀 숙연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수의계약은 국가 계약 부문에서 관리가 되기 때문에 공자위에서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언급을 보면, 결국 편한 길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한다. 다른 접근은 아예 불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아예 전향적인 조치를 새롭게 마련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을 손대는 문제의 득실을 조율하거나, 그 시간적 손해를 우려할 게 아니라, 아예 이번 우리금융 매각 건에 대해서만 특별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금융 해체법, 즉 이미 문제거리 그 자체이자 업종별 분리 매각도 쉽지 않게 발버둥까지 치는 구성원들로 들어찬 집단을 공격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횡포덩어리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를 해체한 ‘셔먼법’도 이같은 발상의 전환에 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스탠다드 오일을 소유하던 ‘록펠러’와 우리금융 구성원들의 문제 심각성을 저울질해도 아주 기울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이제, 공적자금의 회수와 민영화를 통한 금융시장 재편이라는 대의 외에도, 혈세도둑으로 전락하려는 심리 구조에 젖어들고 있는 구성원들의 해악을 제거하는 문제까지 풀어야 하는 엄중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