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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본다는 건…”

[인터뷰] 경제교육 전문기관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

임혜현·전남주 기자 기자  2010.12.17 17: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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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돈에 밝은 아이’  등을 집필한 경제교육 전문가 제윤경씨. 에듀머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 이사는 최근 경제교육 붐이 일어나면서 더욱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2004년경부터 경제교육에서 일가를 이룩했다는 평을 들어온 경력 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 특히 ‘어린이 경제교육=펀드, 예금 및 이자 교육’ 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에 대해서는 달갑지 않다고 제 이사는 말한다. 돈을 교육하는 것은 ‘자산’이 아니라 ‘내가 갖고 싶은 것의 가치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제 이사를 만나 경제교육관에 대해 들어봤다.

-경제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경제’가 어렵잖은가. 그런데 그 이유는 ‘함정’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요새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 책에서 다루는 많은 테마 중에 많은 부분이 경제 문제와 직결돼 있다.

어떤 관점을 갖고 경제를 볼 것인가 할 때에 그동안 보통 사람들의 행복 추구라는 경제라기 보다는 사회의 한쪽을 대변하는 이야기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 게 보편화돼 있고, 사회 제도 등이 그렇데 굴러 왔기 때문에 더 당연시돼 온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일을 하고 받는 대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민주화되긴 했는데, 소비 과정과 운영 과정과 있어서는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런 점이 외환위기 이후에야 화두가 된 것이다.

그저 ‘많이 벌면 된다’고 생각해 왔고 소비자를 소외시키는 과정이 진행돼 왔는데 소비자는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람있게 일을 하고 적당히  벌고, 효율적으로 잘 쓰는, 효율적으로 자기 가치에 맞게 쓰는 소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가 자신의 저서 중 한 권을 펴 보고 있다.
금융도 너무 복잡해졌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소비’에 대해 심각히 생각할 주제는 아니었다. 2004년이었는데, 당시 신용카드 소비가 늘고는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무조건적이고 피상적인) 절약에 대해서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절세 상품 등은 사라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적절한 소비 활동에 맞는 좋은 정보를 소비자 입장에 서서 맞춤 정보 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해 계속해 왔다.

-에듀머니 경제교육의 강점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어떻게 보면 세상이 다 살기 평화로워지면 에듀머니는 필요없을 것이다(웃음).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를 해소시키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가치다. 문제가 없으면 문제를 풀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게 설득력 갖는 측면이 있다.

(이전엔 우리가 하는 일을 단순히) 재테크로 인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현재 재테크 시장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재테크라는 면에서 우리를 이해했던 소비자들은 떠난 반면에, 자산 건전성 문제라는 점에서는 공감하는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높아졌다.

저희들의 경우 입소문에 덕본 게 컸. 교육이나 상담 서비스나 이용했던 회사들에 비해 많이  만족해 한다는 후문이다. 막연한 부분에 대해 갈증 해소라는 느낌 갖는 것 같다.

우리는 금융 상품 판매를 안 하니까, 판매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100% 강점이다. 소비자가 대신 모든 비용을 지불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100% 소비자 이해를 만족을 통해 그 관점에서 금융 질서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판단을 내려주는 게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돈’을 이야기하는 회사지만, 돈에 대한 이야기는 ‘돈의 가치’고, ‘돈에 쫓기지 말자, 돈을 쫓지 말자, 돈으로부터 자유롭자’는 이야기를 한다. 삶을 설계하라고 이야기하고, 현금흐름이 건전해지게끔 이야기를 한다. 교육 내용의 2/3가 ‘가치’ 이야기다. 무엇이 행복이냐?  많이 쓰면 행복이냐? 자산이 많아서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 등 경제관념을 갖추게 된 계기와 배경은.

   
제 이사는 대학시절 빈활 등을 통해 갖게 된 문제의식을 경제와 접목, 소프트하게 풀어내고 있다고 현재 사업을 평가한다.
▲빈활(민빈활동)이나 농활을 많이 했었다. 학창 시절에 그런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고. ‘세계화’가 논의되던 YS 시절, 즉 신자유주의 바로 직전 단계였기 때문에, ‘경제 식민지’ 이야기도 많이 했다. 금융자본까지는 이야기는 아직 안 되었을 때다. 하지만 자본 독점에 대한 이야기, ‘보이지 않는 약탈’에 대해서 학습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지금 하는 일하고도 연계성이 있다.

다만 소프트하게 리얼하게 현실적으로 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고 말한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도 있는데, 제 이사는 돈을 무엇이라 여기나.

▲펀드라는 바람개비를 계속 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꽃이겠지만…, 노동에 의해 형성된 돈이 아니라면 소득이 아니라면 결론적으로는 ‘머니게임’ 구조를 갖고 있다. ‘자산 이전’이다. 만약 중국에 (펀드) 투자를 해서 우리가 이익을 얻는다면 중국 사람의 노동 소득이 우리 쪽으로 이전된 것이다. 그 사이에 매매 차익 같은 것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면, 그건 사실은 머니게임이라고 봐야 한다. 누군가의 자산이 누군가의 자산으로 이전된 것일 뿐이다. 승기를 잡은 사람 입장에선 몰라도 패배한 사람 입장에선 처절한 패배다.

비정한 머니게임 현실을 과장한 미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냉철한 투자전문가이신 분이 감상적으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좀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웃음).

돈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의 ‘가치 척도 수단’이지 않느냐? 한 사람이 가진 양이 행복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보고, 사람이 평가하는 가치가 돈을 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치가 우선 판단되어야 하고 그걸 교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돈, 그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꽃은 돈이 아니라 ‘삶’이 아닐까?

-요즈음 재벌들의 탈법적인 부와 경영권 물려주기나 장관급 인사들의 재산축적 과정상 비리 문제가 많이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생각인가.

   
그 자신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제 이사는 경제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존감'을 갖도록 하면 부패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저 사람들이 자식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싶다. 요새는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되는 세상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모든 게 다 드러나지 않나?

재벌들이 타락하는 이유는, 그게 자기가 자기를 존중하는 자존감이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그래서 (반대급부로) 권력과 돈으로 그걸 회복하려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일부 기업에서는 사회공헌을 하기도 하고 금융권에서는 어린이 경제교육을 하는데. 그건 다 이미지 전략이고 미래의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다.

반면 (제대로 된) 경제교육 통해 돈을 가치있게 모으고 쓰는 생각을 하면 그렇지 않다. 결국 ‘자존감’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모을 때 용돈을 아끼고 자신에게 어떤 게 정말 가치가 있는가를 계속 생각하도록 하는 게 교육이다. 가정 내에서도 경제권을 쥔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는 게 일반적인데, 돈이 권력이 아니라, 돈을 엄마와 아이의 대화 ‘고리’로 활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하는 게 나에게 가치있는 걸까? 그리고 그걸 모으기 위해서 뭘 할까?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그리고 부모는 그걸 ‘조언’하는 게 경제교육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위해 모은 것을 가치있게 쓰고, 또 남은 것은 베풀 줄 아는 것, 모든 것을 나를 위해 쓰는 것보다 결국은 그런 것이 더욱 남는 일이라는 걸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두 아이(중학생, 초등학생)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있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은 가계부가 재테크의 첫걸음이고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꼼꼼한 성격의 여자들도 강인한 정신력과 끈기가 없으면 가계부를 1년 365일 내내 쓰기가 쉽지 않다. 가계부를 작성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1원 단위’로까지 정확히 맞는 가계부, 결과 중심 가계부를 쓰라고는 권하지 않는다. 다만 대체적인 소비 패턴을 ‘예측하는 가계부’를 쓰라고 조언한다. 신용카드를 쓰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회사업무와 개인 살림,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을 하다 보면 현찰 거래를 하고, 그걸 하나하나 정리하긴 어렵다. 체크카드를 쓰고 지출내역을 엑셀파일로 다운로드를 받아 정리하면서 원래 계획과 비교해 보면 대체로 ‘아 내가 계획한대로 썼구나’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에듀머니의 상품, 즉 경제적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돈의 인문학’, 이게 대표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이게 다 통하는 것이다. ‘어린이 (경제) 교육에도 통하고, 돈이 아니고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에도 통하고. 그런 걸 교육하는데, 외부에서 의뢰받은 특강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모집해서 하기도 한다.

모집 강의의 경우 7시간에 10만원꼴인데, 주말에 하는데, 하루에 몰아서 듣기도 한다. 그래도 비교적 끊이지 않고 강의 신청이 들어온다.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된 매력이 따로 있나.

▲필드, 현장 감각이 아닐까? 우리는 정책 보고서 같은 것을 많이는 쓰지 않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런 보고서들을 (직업적으로) 만드는 연구소들이 현장과 괴리된 통계 중심이라면, 우리는 생생한 필드 감각이 있는, 투박하지만 생생한 보고서를 만들고 연구를 하고 강의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민주당에서도 의뢰받은 보고서가 한 건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필드 중심이라는 말이 특색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장기적인 에듀머니 비전이 있다면.

▲저희는 이제 장기적으로는, 큰 회사가 되기보다는 끊임없이 생산하는 연구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필드 감각을 유지하는 선에서 콘텐츠를 양성하고 전문가들을 길러내는 게 목표다.

임혜현 기자 tea@

전남주 기자 c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