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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가고충 심한데, 뭐~ 경제성장률?

박중선 기자 기자  2010.12.17 14: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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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감세안, 2차 양적 완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중국의 긴축기조 등…, 최근 이코노미스트들의 대화에서 흔히 회자되는 주제들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 가운데 맺어지는 결론은 ‘세계가 이렇게 위기를 절감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는?’이라는 물음으로 귀결되곤 한다. ‘우리나라만 딴 세상 같다’는 이런 느낌은 기자도 갖는다.

정부의 ‘자신감’에 따르면, 우리 증권시장은 코스피 2000시대를 맞았고,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5% 안팎으로,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수준으로 잡았다. 청년실업률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고용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해설을 곧이곧대로 듣자면 우리나라는 아주 살만한 나라다. 세계경제가 위기감 고조로 불안에 떨고 있지만, 우리는 마치 무풍지대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

국민들은 물가불안의 칼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며 산다. 올해 이상기온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생선과 채소 등 신선식품 지수는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49.4% 급등했다. 이 충격은 공산품으로도 이어졌고,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제품값을 인상하거나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듯 물가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상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대비 4.1% 상승했고,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대비 49.4%나 뛰었다. 전월대비로는 0.6% 올랐다. 특히 무와 배추는 작년보다 275.7%와 261.5% 폭등했으며 파, 토마토, 마늘 등도 100% 넘게 올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8월 2%대를 유지했지만 9월에 3.6%까지 올라 물가에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무‧배추값 폭등 현상은 우리나라 물가불안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최근엔 ‘통큰치킨’과 ‘통큰넷북’이 사회이슈로 뜨기도 했다. 대기업 롯데가 자본력을 앞세워 영세상인들의 숨통을 죈다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지만, 이를 단순히 대기업 횡포로만 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는 ‘통큰 기획’으로 고물가 시대를 대비한 독특한 마케팅을 벌였다. 고물가 현상에 지친 소비자들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저가 마케팅을 구사한 것이다. 5000짜리 치킨 상품 판매는 비록 반대여론에 부딪혀 며칠만에 접어야 했지만, 롯데의 이번 ‘통큰 기획’을 보면서 ‘고물가 시대에서 선전하기 위한 기업의 고육지책 전략’이란 생각을 가졌다.    

그렇다면 정부는 고물가 시대를 어떤 정책으로 대비하고 있을까. 

일단 정부의 단순명료한(?) 고용정책에 주목한다. 최근의 물가불안은 고용시장 침체와 고성장을 지향하는 정부정책 사이의 괴리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정부가 내놓은 고용 확대 대책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39만6000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요지다. 언뜻 보기엔 엄청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이것이 고용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올해 통계청은 고용률이 60%대로 상승했다고 보고했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것은 이와 다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일자리 창출’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어디에 역점을 두느냐가 관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지식경제부·중소기업청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우리 기업들이 내년 한해에도 투자를 좀 더 과감하게 하고 내수도 진작하고 서비스 분야도 조금 더 활발히 하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경제성장 목표치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같이 정부는 아직도 경제성장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실업문제로 대규모 유동성 정책을 써도 약발이 신통치 않았다. 중국의 경우는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긴축기조를 보이고 있다. 고용불안과 일자리 부족 현상은 정부가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짜임새 있게 맞물리면서 돌아가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지금, 큰 소리 치면서 공약했던 각종 ‘수치’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가 아니다. 그럴 정도로 우리 경제가 안정적이거나 상승세에 있지 않다. 국민에겐 당장의 물가가 중요하지, 경제성장률의 소수점 퍼센트에 큰 관심이 없다. 대단히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경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지 않고선 미래가 없다’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기자도 재차 따라하지 않을 수 없는 때다. 정부는 치적 쌓겠다고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