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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노조설립戰은 2011년에도 계속된다

의미있는 1심 판결후 일단 항소포기 숨고르기…내년도 로드맵 구상中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17 09: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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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백수·백조(실업 상태의 젊은이를 가리키는 속어)도 노조를 만들고 싶다"는 청년유니온의 외침은 '토끼의 해' 2011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노동법학에서 가장 의미있는 판결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행정법원 세대별 노동조합 관련 판결을 이끌어 낸 청년유니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을 표방하면서 노조 설립 신고를 낸 바 있다. 이어서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해 화제를 모았다. 1심 패소 이후, 청년유니온 일각에서는 항소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결국 항소 접수를 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려 왔다.

◆ 항소 포기한 사유는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지난 11월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청년유니온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청년유니온에서 조직 대상으로 하는 '현재 취업 중인 정규직 내지 비정규직 근로자 외에 취업준비생·구직자·실업자 내지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 모두'에 대해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청년유니온이 노동부의 '조합원 수'에 대한 보완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일각에서는 의미있는 판결, 세대별 노조  인정의 첫걸음이라는 데 열광적 반응을 내놓았다. 아직 1심 판결이지만 노동법 교과서에 들어갈 만 하다거나, 리딩케이스(중요한 의미를 지닌 판례)가 탄생하는 단초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결국 세부적 절차 하자(흠결)을 이유로 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대원칙엔 눈감고, 절차적 하자에만 주목한 판결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청년유니온이 즉각 항소할 것이란 관측은 그래서 나왔다. 실제로 조직 내 일부에서는 항소를 시사하는 발언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항소장을 접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민사소송과 행정소송에서는 판결문을 받은 후 2주 내 항소 여부를 결정, 소장을 제출하여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16일 저녁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항소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변과 노무사 등의 조언을 구한 결과, 내년에 다시 (서류) 보완 후 노조 신고 재접수를 하고 이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논의가 되었음을 전하고, "이번에는 강하게 맞붙을 계획"이라고 내부 각오를 전했다.

◆ 1심 판결의 전향적 입장에 고무, 절차 미비 없이 새로운 件으로 진행 방침 

이같은 방침은 세부적인 미비 사항으로 인해 항소를 해도 법정 공방전에서는 계속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 중에는 이같은 전향적 노조 설립 움직임에 기본적으로는 '법적 하자 없음'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음이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된 셈이기 때문에, 서류를 이번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시 보완, 다시금 설립 신고를 한 뒤 그 다음 노동감독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법적 투쟁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일부 절차상 미비점으로 계속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지난 번 설립 신고 관련 재판을 진행하는 대신 새로운 신고 행위 및 그 이후 수반된 당국 처분 등을 다투게 되어 '소송물(재판의 대상이 되는 권리 관계 등)'이 달라지게 된다. 별개의 소송 건에 대해 제기가 관대한 구소송물이론을 아직 택하고 있는 법원 입장도 감안, 전략을 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라 눈길을 끈다.

한편, 청년유니온 내부 사정 역시 일단 정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배경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내년 2월 총회가 예정돼 있다"면서 "총회 논의 후 (노동감독당국에 대한 노조 설립의) 신청을 하고 소송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금년의 그것보다 한층 역동적이고 자신감이 붙은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초봄 청년유니온이 다시 내놓을 세대별노조 설립, 일각에서는 백수 노조 등장이라고 폄하하는 새 노동운동 가능성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