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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갤럭시는 ‘유치한 애국심’에 기대지 말자

류현중 기자 기자  2010.12.17 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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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전자와 애플의 치열한 경쟁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승자는 어느 쪽일까. 갤럭시S와 아이폰4 대결은 연말이 되면서 갤럭시탭과 아이패드로 넘어가며 태블릿PC 전쟁으로 번졌다.

이들 경쟁에서 한국 특유의 애국심이 자극받기도 했다. ‘콧대 높고 시건방진 애플과 우리의 대표 기업 삼성이 맞붙었는데 팔이 안으로 굽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리전이 둘 간의 경쟁에서 소비자들을 묘하게 건드리기도 했던 것이다.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태도를 보며 이런 낌새를 읽어버렸다.

국내 증권사에선 애플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을 별로 내놓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와 갤럭시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득 담아 칭찬하고 응원했다. 언론들도 이에 적극 호응했다. 하지만 꼭 이런 기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를 개그맨 겸 감독인 심형래씨의 영화 ‘디워’에 비유했다. 그는 “디워는 당시 국내 개봉으로 흑자를 기록했는데 스토리가 탄탄해서 관객을 끌었다고는 누구도 공감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언론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편중’ 분석 및 보도를 우회적으로 얘기했던 것이다. 이런 ‘자아비판’은 비단 이 애널리스트만의 것이 아니었다.

국내 언론의 트집은 주로 ‘애플의 공급력’에 쏠렸다. 애플은 ‘기다려줄 수 없는’ 수요자를 이탈시켰는데 신속 개통을 선전하는 갤럭시와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아이폰4의 경우 개통 기간이 2~4주 정도 걸린다. 사정은 태블랫PC 아이패드도 마찬가지. 애플의 공급 행태와 애프터서비스는 삼성 측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면서도 애플 측은 별로 매체 광고도 하지 않았다. 높은 자리에서 마치 여유를 부리는 듯 보였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한껏 힘을 받을 법도한데, 판매시장의 분위기로 봐선 여전히 애플 제품들은 유유자적하고 있다. 이쯤 되면 결론은 뻔하다. ‘우리 고객들의 애국심이 약한 탓’으로 돌리기엔 ‘기량 차이’가 너무 나는 것일까.

기자는 얼마 전 전자제품 대형 판매장인 용산전자상가를 갔었다. 즐비하게 늘어선 이동통신 상가 앞은 추운 날씨에도 호객행위로 북새통이었다.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통신사 중에서도 LGT와 SKT에 비해 KT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왜 이리 조용하냐’고 물었더니만 KT 판매직원은 “스마트폰 종류가 많긴 하지만 KT를 찾는 고객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원한다. 아이폰은 대기시간이 길고, 당장 물량 신청만 해줄 수 있다”며 “(고객이) 찾는 기기가 뚜렷해 (호객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두 대기기간이 길어도 원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유만만이었다.

그런데 SKT 판매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 SKT 판매직원은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애플리케이션 부문이 애플 쪽을 따라가기 힘들다”며 “때문에 갤럭시 인기가 줄어서 타사 기기를 판매해야 하는데 광고가 약해 선호도도 별로”라고 했다.

   
 
또 삼성 제품을 이미 사용한 고객들이 태블릿PC로 아이패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귀띔했다. 판매 현장에서 얼핏 느낀 점은 갤럭시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능가하기 어렵겠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기자에게 충실한 분석을 제공해준 애널리스트들의 ‘삼성 애찬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애국심? 착각? 희망사항?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삼성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대놓고 한쪽 편부터 들고 보는 ‘유치한 애국심’은 민망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