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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증시는 개인에게 수익 못준다"

김병호 기자 기자  2010.12.16 17: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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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세계시장의 2%정도에 불과하고, 시장의 규모도 매우 작은 편이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작고 불안정한 시장에서 뻔히 알고도 당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들쭉날쭉한 증시시장을 원망하면서 속된 말로 ‘몰빵’이나 ‘루머’, ‘카드라 통신’에 놀아나며 손실의 늪으로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증시시장을 두고 ‘미국시장의 10년 전 축소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수많은 호재들과 이슈 속에서 조금씩 성장을 반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게 보면 미국시장과 우리나라의 시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Investment Company Institute)에 따르면,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77%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우수한 포트폴리오와 기업에 대한 기본적 분석 등으로 수익창출이 가능한 증시환경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탄탄하지 못하거나 밸류에이션이 낮은 기업이 상승폭을 키우기란 쉽지 않고, 또 웬만한 자금으로 거래량을 늘리거나 주가조작을 하기도 힘들다.

반면 우리나라의 증시시장은 기관투자자가 67%로 외국인, 일명 거대 자금세력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슈와 테마 등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다. 시장이 규모면이나 자금면에서 아직 선진국을 따라가기 힘들다. 자금을 바탕으로 한 세력들이 움직이기 쉬운 시장이고, 이슈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를 하곤 한다.

이 같은 증권시장의 현실을 다들 알지만, 정작 정부당국의 정책적인 보호는 미비하기 그지 없다.

가까운 예로 중국 증시를 보자. 정책적으로 시장보호가 강력해 일부 종목들을 제외하고는 외국의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일반적인 외국의 거대자금이 들어와 증시시장을 쉽게 건드릴 수가 없다. 또 일부 종목들은 물량과 금액이 한정적인 규제를 받는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의 신흥시장들은 거의 완벽한 보호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 15일 우리나라의 코스피가 3년여 만에 2000포인트를 탈환했지만 우리 증시가 안정세로 들어섰다고 볼 수는 없다. 기업의 벨류에이션과 수익률, 기업경영 등은 별로 개의치 않고 거대 자금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증시상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한 증시 전문가는 기자와의 사석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이슈나 세력의 손을 타지 않는 우량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게 양심상 옳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량종목에 대한 투자는 일반인들이 손 대기엔 금액이 크고, 또 장기투자를 하기에는 자금을 묶어둘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여유로운 목돈을 우량주에 장기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몇 프로나 될까? 증권투자로 인해 알거지가 되는 것은 증권시장에 열어둔 눈과 귀 때문이다. 여유로운 목돈과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없으면 증권투자는 개인투자자에게 결코 수익을 주지 못한다. 그게 우리 증시 구조다.”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고 당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불안한 우리나라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알고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