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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M&A 어쩌다 이꼴 났나?

집안싸움에다 채권단 ‘갈대 태도’까지…‘갈팡질팡’ 인수판

박지영 기자 기자  2010.12.16 17: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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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건설 M&A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적통성을 둘러싼 범 현대가 집안다툼 탓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질서만 무너진 탓이다. 본질도 없고 원칙도 없는 현대건설 매각과정을 일기별로 되짚어봤다.

이번 현대건설 사업자 선정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한 곳(현대차그룹)’은 재계서열을 의식한 듯 점잔을 뺐고, ‘다른 한 곳(현대그룹)’은 공격적 TV광고로 국민정서에 호소했다. 이 또한 과거 M&A과정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M&A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례들은 이뿐만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그 끝은 진흙탕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갈대보다 못한’ 현대건설 채권단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채권단의 부실심사와 졸속결정이 이번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현대건설 매각이 좌초위기에 놓였다. M&A시장에 따르면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하는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지난달 16일 입찰제안서 마감 하루 만에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승리 관건은 단 하나.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으로 5조1000억원을 쓴 현대차그룹보다 4100억원을 더 써냈다는 이유다.

채권단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문제는 채권단의 허술한 심사과정과 추진력 부재에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뒤늦게 확인에 들어간 것이다.

양해각서(MOU)의 모호한 문구도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 MOU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자금소명을 요청하면 성실히 응하도록 돼 있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대출계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도 이 조항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물론 금융권에서도 이를 ‘유례없는 비상식적’ 요구로 여기고 있다.

현대그룹 태도도 미심쩍다. ‘자금출처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채권단이 요구하는 서류를 두 차례나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법률자문단은 지난 15일 현대그룹이 2차로 제출한 대출계약서에 대해 “증빙 자료로 불충분하다”며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 해지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 태도도 신사답지 못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밀린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한 외환은행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점이 그렇다. 현대차그룹은 2일 외환은행에 예치된 예금 1조5000억원을 인출한 데 이어 직원들 급여계좌 이전까지 감행했다. 외환은행은 현대차그룹의 주거래은행이다.

현대그룹 또한 자사를 둘러싼 각종의혹의 배후에 현대차그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그룹은 지난달 말 법원에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현대차그룹을 고소한 데 이어 50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현대건설 인수 관련 이의제기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잇달아 내기도 했다.

이번 현대건설 매각 과정은 전례 없을 정도로 통상의 법칙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건설적인 경쟁보다는 비방전에 더 치우쳤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계 관계자는 “만일 돈에 문제가 있어 보이면 MOU 후 실사나 본계약 단계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되는데 급하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의혹이 제기되자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A시장도 이번 사태를 두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사례가 전례가 돼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의 매각 작업에도 영향을 끼친다면 매번 큰 논란이 빚어져 매각작업 지연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국내 기업 및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외신 등에서 현대건설 매각에 대해 ‘집안싸움’이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