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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친 부동산, 건설사 ‘국내둥지’ 떠난다

입주물량 심리위축에 소화 못해…대우건설 부채 전년대비 1조 증가

류현중 기자 기자  2010.12.16 1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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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0년 한국 부동산시장은 침체기와 눈치 보기 작전으로 혼란기를 맞았다. 정부의 금융규제와 공급충격은 곧 소비심리 붕괴시키며 건설업계를 위협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금융위기 후 계속되는 미분양 리스크 대응에 외형 및 영업현금창출력 감소 등을 강행했다. 주택시장의 칼바람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전문가들의 진단을 정리했다.

올해 건설지표들의 성적이 부진하다. 바닥을 드러낸 민간 건설시장에 공공발주 마저 급감한 탓이다. 30만가구에 달하는 입주물량은 시세하락과 기대심리 위축으로 절반도 소화해내지 못했다. 대형건설사는 분양리스크가 큰 주택(47.5%)과 건축(49.3%) 부문에 부실 수확했다.

한국건설경영협회에 따르면 상위 30대 대형건설사들에 올해 수주 목표는 151조원에 달했으나 9월말 기
   
해외수주 추이로 올해 600억달러 초과 달성했다. 자료는 해외건설협회와 동양종금증권.
준, 수주액은 81조원에 그쳤다. 10월 건설수주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월 건설수주는 공공수주 감소와 민간수주 증가율 여파로 마이너스 59.6%를 기록했다.

전월(-18.4%)에 비해 하락폭을 확대한 것이다. 건설기성액도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진수봉 연구원은 “다수의 건설사에서 현급 유입과 유출의 불일치가 관찰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양호한 분양률을 주장하며 미래공사대금을 유동화해 자금 갈증을 힘겹게 해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 미분양에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급충격 즉, 보금자리주택에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 외곽순환도로 내에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수요자의 가격 기대심리를 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집값을 추락시키고 임차수요 전환 현상을 불러와 대한민국을 ‘전세대란’으로 몰아넣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가격에도 불구, 분양시장의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어 2011년에도 주택가격 변동성은 과거보다 커지면서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재미없는 횡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건설사ㆍ정부, 해외로 눈 돌려

건설업체는 더 이상 주저앉은 국내시장에 생존을 맡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올 3분기 상위 10위권 건설사들에 부채총계를 살펴보면, 삼성물산이 전년동기대비 5194억원이 늘어난 7조7710억원을 기록했으며 대우건설의 경우 1조235억원이 불어났다.

이 밖에도△두산건설(7642억원) △삼성엔지니어링(6157억원) △GS건설(4317억원) △현대산업개발(1704억원)이 각각 늘어났다.

건설업계 사정에 정책 무기력 증세를 보이던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 9일 국토해양부가 국가 전략사업으로 해외건설 사업 성장 추구 방안을 내놨다. 국토부는 ‘해외건설 5대강국 진입을 위한 과제’를 발표 △금융조달능력 △기술력 △인력 △정보력 등 4개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집중해 수주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올해 건설업계의 국내 수주의 경우 전체목표의 48.4%(51조원)에 머문 것에 비해 해외실적 달성률은 66.8%인 30조원을 넘어섰다. 해외수주가 부진한 국내 수주를 커버하는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2011년 MENA 주요국들의 발주 예산은 8000억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일부 발주지연 가능성과 국내 발주분을 고려하더라도 내년 해외건설 발주물량은 풍부하다”고 전했다.

국가별 발주예산을 비교해보면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순으로 물량이 풍부하고 공종별 발주예산은 건설공사(Constructions)와 인프라(Infra)부문을 제외할 경우, 오일 및 가스(Oil/Gas) 생산과 석유화학(Production) 부문의 발주 물량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역시 치열한 경쟁과 상위 10위권 안팎에 대형건설사에만 국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로지역 불확실성 감안 시 경쟁심화에 의한 해외수주 물량의 마진하락 리스크가 증대될 것”이라고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연구원은 우려했다.

시공순위 10위권 이하 건설사의 사정은 더 염려스럽다. 현재 이들은 신규사업 추가 없이 기존 주택 준공을 위해 운전자금만 소진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나마 분양실적이 양호해도 자금선순환이 불가피해 부채축소는 어렵다.

동양종금증권 진 연구원은 “토목을 현금흐름의 기반으로 주택 도급사업을 통한 마진을 획득 중인 10위 이하 건설사 중 이조차 할 수 없는 업체가 결국 해외진출로 발을 돌리고 있다”면서“문제는 경험없는 해외사업에 자산을 모두 동원, 자금흐름에 대응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진 연구원은 “업계 주요 변수중 하나인 금융 완화기조 하에 가격상승→공공주택확대→가격하락→공공주택 감소의 사이클로 2011년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분양주택 현황. 자료는 국토해양부.